제목 | [구약] 민수기: 정의를 실천하라 | |||
---|---|---|---|---|
이전글 | [구약] 레위기: 온 마음을 바쳐라 | |||
다음글 | [구약] 신명기: 영원한 사랑의 법 | |||
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9-07-03 | 조회수3,418 | 추천수0 | |
[성서의 세계 - 구약] 민수기 : 정의를 실천하라
이스라엘 백성이 에집트를 탈출한 역사를 기술한 다음,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거룩함을 요구하던 레위기에 이어 다시 민수기에서는 역사적 사실이 하지만 다루어진다. 민수기는 광야를 여행하는 동안 일어난 역사 기록만이 아니라 이스라엘 사람들이 신전(神戰)에 대비하도록 신군의 질서와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그 민수기는 바로 투쟁 중인 교회의 책이다. 단순히 유다 민족의 역사적 사실이라는 차원을 넘어서서, 모세에게마저 멀리서만 보도록 허락된 약속의 땅에, 모세보다 더 위대한 “예언자”의 인도 하에 도달하게 될 새로운 이스라엘, 교회를 주목케 하고 있는 것이다.
민수기(民數記)라는 책 제목은 이 책을 펼치자마자 나타나는 병적 조사에서 유래한다. 이 조사에서 60여만 명의 병역 의무자가 병적부에 올랐고 그들은 백성들의 골격으로서 “회중”을 이룬다.
사흘간의 행진 후 백성들이 불평하기 시작하였다(11장). 가족들조차 변변하게 부양할 수 없었던 어중이떠중이들이 먼저 “먹을 것”이 없다고 불평하자, 거기에 영향을 받은 백성들이 “저희들 천막문 어귀에 끼리끼리 모여”(11,10) 울어댔다. 모세가 한탄한다. “어찌하여 이 백성을 모두 저에게 지워주시는 겁니까? … 이 많은 백성을 저 혼자서는 도저히 책임질 수 없습니다”(11,12-14). 하느님께서 백성들에게 메추라기를 보내시지만 그 고기를 씹기도 전에 하느님의 진노가 내려 수천 명이 “욕심의 무덤”(11,34)에 묻히게 되었다. “…이것은 우리가 우리 조상들처럼 악을 일삼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경고하는 본보기입니다”(1고린 10,1-6) 하고 바오로 사도는 후대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상기시킨다.
병적 조사에서 제외되었던 인간 폐물들의 불평보다 더 위험했던 것은, 약속받은 땅에 모세가 정탐꾼을 보내고 그들이 돌아와 보고한 후 생긴 공포섞인 소문으로 시작된 “회중”의 반란이었다.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부족했던 그들의 눈에 적들은 거인들로, 자신들은 메뚜기로 보였고, 전사로 등록된 사람들은 그 정신을 망각한 채 즉시 불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들은 신적 지도자 모세에 대한 순종을 거부하고 다시 옛 종살이로 되돌아가게 해줄 우두머리를 뽑으려 했다(14,4). 이 때문에 하느님의 진노에 불이 불었지만 모세의 주선으로 자비로 바뀌었다. 이때 하느님께서 선포하신 말씀은 의미성장하다. “거듭거듭 나를 시험하고 나의 말을 듣지 않는 자들은 그 누구도 맹세한 땅을 보지 못하리“(14,21-23). ”옛 세대”에 대한 배제와 “어린 아이들”(14,31)에 대한 부르심은 참으로 하느님께서 전인류에게 베풀어주시는 구원 방법이다. 이 본보기는 그리스도께서 죽으신 후 하느님의 나라가 전인류에로 확장되면서 실현되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의 “남은 자들”안에 들도록 허락된 “어린 아이들”인 것이다. 그런 우리에게 시편이 경고한다. “당신은 우리의 하느님, 당신의 목소리를 오늘 듣게 되거든 ‘머리바에서, 마싸의 그날의 광야에서처럼, 너희 마음을 무디게 가지지 말라’”(95,7-8).
레위인들은 병적 조사에서 제외되었다. 성막을 지키고 사제를 도와줄 사람들로 하느님께 선택되었기 때문이다(3,6-7). 그들의 조상 레위는 야곱의 셋째 아들이었지만(창세 29,34) 하느님은 그의 후손들을 첫자리에 놓아주셨다. 백성들이 금송아지를 숭배할 때 모세와 함께 유일하게 하느님의 법에 충실했기 때문이다(출애 32,26-29 참조).
하느님의 사랑이 성직제도를 세우신다. 하느님 백성의 중심은 하느님 현존의 구름이 나타나는 성막이며, 그것은 백성들로부터 엄격히 격리되었다. 당연히 성소에서 봉사하는 사람들도 일반 백성들과 구분되었다. “다른 사람이 나섰다가는 죽으리라”(3,10). 사제직의 서열에서도 “아론의 아들들과 레위인들”간의 권위와 역할에 엄격한 차이가 있었다. 전자는 모든 면에서 말 그대로 사제들이며 “휘장 안에서”(18,7) 봉사할 수 있지만, 레위인들은 사제들을 돕고 행진할 때 성막 기구들을 운반하기 위하여 “아론과 그 후손에게 붙여졌다”(3,9).
그러나 하느님 백성들의 삶의 중요한 지주인 이 선적 권위의 질서가 코라와 다단과 아비람 그리고 그 추종자들에 의하여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되었다. 모세와 아론에게 반기를 든 것이다. “당신들은 지나치오. 어찌하여 당신들만이 야훼의 회중 위에 군림하오?”(16,3). 모세의 반박이 날카롭다 : “레위의 후손들이라는 그대들이야말로 너무 지나치지 않는가?”(16,17).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세우신 사제직의 존귀함을 보여주시기 위하여 반란자들에게 벌을 내리셨다. 그들은 산 채로 땅 속에 묻혔다.
모세의 임무가 구세주 그리스도께 맞춰져 있다는 것이 구리뱀 사건(21,4-9)에서 드러난다. 불평하는 회중을 불뱀이 습격하여 많은 사람이 죽었다. 백성의 간청으로 모세가 기도하고, 구리로 만든 뱀을 기둥에 매달자 그것을 쳐다본 사람은 죽지 않았다. 완전한 믿음으로 그 상징을 쳐다봤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는 이 “표지”의 의미를 스스로 밝히신다. “구리뱀이 광야에서 모세의 손에 높이 들렸던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높이 들려야 한다”(요한 3,14-15). 그 불뱀들은 우리 죄의 상징이고, 구리뱀은 우리 죄를 대신한 죽음으로 우리를 죽음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시는 분을 예시한다. 이 구리뱀과 같이 그리스도의 모습을 상징하는 붉은 암소(19장)가 있다. 흠 없는 붉은 암소를 끌어내어 마치 불결한 것처럼 진지 밖에서 죽인 다음 진홍색 털실 등과 함께 태웠다. 그 재는 물에 타서 부정을 탄 사람들을 정화시키는 데 사용되었다. “이와 같이 예수님께서도 당신의 피로 백성을 거룩하게 만드시려고 성문 밖에서 고난을 당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성문 밖에 계신 그분께 나아가서 그분이 겪으신 치욕을 함께 겪읍시다”(히브 13,12-13).
민수기는 마지막 부분에서 발람의 입을 통해 구세주에 대한 예언을 매우 장엄하게 선포하고 있다. 그분은 영광스러운 왕, 야곱의 별로 계시된다. 모압 왕 발락은 이스라엘 백성의 힘의 비결인 하느님의 축복을 무효화시키고자 하였다. 발락은 예언자 발람에게 이스라엘 백성에 대한 저주를 부탁했다. 하지만 발람은, 먼저 아브라함에게 주어지고 이사악과 야곱에게 내리 전해진 하느님의 축복을 가장 장엄한 형식으로 다시 반복할 수밖에 없는 충실한 대변자였다. 이스라엘의 진정한 힘은 바로 왕이신 분이다. 그분은 하느님(23,21 : “그들을 보살피는 야훼 하느님을 왕으로 맞이하는 소리 우렁차군요”)이시며, 사람(24,17 : “야곱에게서 한 별이 솟는구나. 이스라엘에게서 한 왕권이 일어나는구나”)이신 분이다.
예언자 미가는 이스라엘에 대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면서 민수기 전체를 몇 귀절로 요약하고 있다. “모세와 아론과 미리암을 앞장세워 종살이하던 데서 너희를 해방시켰다… 발람이 한 말을 생각해 보아라… 이 사람아, 야훼께서 무엇을 좋아하시는지, 무엇을 원하시는지 들어서 알지 않느냐? 정의를 실천하는 일, 기꺼이 은덕에 보답하는 일, 조심스레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일, 그 일밖에 무엇이 더 있겠느냐?”(6,4-8) 하느님과 함께, 사랑과 겸손 안에서 모세는 매우 정의로운 사람으로, 아론은 자비로운 사람으로, 그리고 미리암은 숨겨진 삶을 살았다. 백성들은 정의를 사회적 일치의 근본으로 삼았으며, 레위인들은 사랑과 순종으로 조심스레 하느님과 함께 걸어갔던 것이다.
사제들이 매일 이스라엘 후손들에게 빌어주어야 하는 축복(6,22-27)은 백성들의 내적인 삶의 질서를 지켜주며 강하게 하는 하느님의 인장과 같다. 이 축복 문장에 들어 있는 내용은 민수기가 바로 교회의 삶의 토대가 되는 책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 영적 질서, 정의와 진리와 자비는 모세와 아론과 미리암이 하나로 합쳐져 드러나는 그리스도 안에서 실현되었다. 그분은 바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시기 때문이다. (Pathways in Scripture에서 강동성 편역)
[경향잡지, 1988년 5월호, 다마수스 빈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