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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판관기: 자유와 신앙을 위한 끊임없는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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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03 조회수3,224 추천수0

[성서의 세계 - 구약] 판관기 : 자유와 신앙을 위한 끊임없는 투쟁

 

 

여호수아의 인도로 거룩한 땅을 정복한 시기는 야훼께서 에집트에서 백성들을 불러내시어 팔에 안아 키워주시고 사랑의 끈으로 묶어 이끌어 주시던 이스라엘의 어린 시절이다. 팔레스타인 정복과 함께 이스라엘은 사막이라는 유치원을 떠나 청년기의 시련과 유혹을 받게 된다.

 

교사의 손을 벗어난 젊은이는 학교에서 배운 것을 즉시 잊어버리기라도 한 듯 자유와 독립의 달콤함에 도취된다. 이 일이 이스라엘에서 일어났다. 여호수아가 죽은 후에 “야훼께서 어떤 일을 해주셨는지 모르는(2,10) 새로운 세대들이 생겨나고 “바알들을 섬겨 야훼의 눈에 거슬리는 못할 짓들을 하였다”(2,11). 그에 대한 징벌로 하느님은 그들을 적들의 손에 내어주시고, 울부짖음이 들리면 그들 중에서 판관을 세워 구하시곤 하셨다. 판관이 죽은 다음 그들은 또다시 예전의 노예 신세로 전락하였다.

 

배신과 노예 신세, 참회, 해방, 타락이 순환, 여섯 번이나 반복되면서 판관기의 첫부분(2,1-16,31)을 장식한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해방의 원천으로서 자신을 드러내시는 세 개의 메시지가 여기에 나온다. 야훼의 천사가 가져왔던 첫번째 메시지(2,l-3)는 왕들에 대항하여 자유를 얻으려는 이스라엘의 투쟁 안에서 판관기의 한 단락(3-5장)을 열고 있다. 판관 오드니엘은 메소포타미아왕 구산리사다임으로부터 이스라엘을 구원하고(3,8-11), 왼손잡이 에훗은 모압왕 에글론을 죽여 이스라엘을 해방시킨다(3,12-30). 여예언자 드보라는 가나안왕 야빈에 대한 저항의 불꽃을 타오르게 한다(4,1-5,31). 예언자가 전한 두번째 메시지(6,8-10)는 장사 기드온을 통한 이스라엘 해방을 보여준다. 세번째 메시지(10,11-14)는 하느님 자신에 의해 계시된다. 판관 입다의 인도 아래 동쪽 암몬족과 싸우고, 삼손이 서쪽 블레셋족에 대항하여 싸운 업적이 소개된다.

 

대판관들로 불리는 이들 6인들은 소판관들 삼갈, 돌라, 야이르, 입산과 엘론, 압돈 6인을 사이에 두고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그리스도는 이 열둘을 마음에 두서고 열두 사도들에게 말씀하신다. “너희는 나를 따랐으니 새 세상이 와서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러운 옥좌에 앉을 때에 너희도 열두 옥좌에 앉아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심판하게 될 것이다”(마태 19,20).

 

이스라엘의 자유 쟁취 투쟁은 가나안왕 야빈과의 전쟁에서 드보라의 출현으로 절정에 이른다(4,1-5,31). 폭정은 항상 있어 왔고 지금도 있다. 한 분이신 이스라엘의 하느님은 모든 사람들의 절대적인 정의로서 폭군들의 전제정치로부터 그분의 백성들을 자유롭게 하신다. 하느님 안에서의 이 자유 정신이 야빈의 철의 정치 앞에 억압받게 되었다. 야빈의 장군 시스라는 “여러 민족들의 침묵”을 뜻하는 하로셋 하고 임이라는 요새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는 9백 대의 철병거로 자유 민족들을 침묵시켰다. 드보라의 노래는 그 침묵 속에서 솟아나는 자유의 거센 물결을 전해 주고 있다. 모든 무기들이 징발당하고(5,8), 백성들은 지하로 숨어버렸다(5,6). 지도자도 없었다(5,7). 돌연 한 여성이 나타난다. “오, 드보라, 당신이 일어서기까지, 이스라엘의 어머니 당신이 일어서기까지”(5,7). 드보라의 집합 나팔에 이스라엘의 농부들이 사방에서 응답하고, 다볼산에서 야빈에 대항하여 일어선다. 그들을 별들까지 도와주며(5,20), 갑작스런 호우가 키손 개울을 격노한 바다로 만들어 평야를 수렁으로 변하게 하면서, 평지에서 여러 민족들을 침묵케 하던 시스라의 병거들을 홍해에서의 에집트인들과 갈은 운명으로 몰아넣었다. 드보라 시대의 이스라엘 농부들은 테르모필레에서 페르시아 군대를 격파시켰던 그리스 자유 시민들과, 무르박에서 오스트리아의 기갑부대를 쳐부수기 위해 산에서 내려온 스위스 목동들과 농부들, 또한 미국 독립전쟁 때 영국이 고용한 독일의 헤세 용병들과 싸워 이긴 미국의 지원병들의 정신적인 조상들이다.

 

미디안족과 싸우는 기드온의 투쟁(6,1-8,35)도 판관기의 압권이라 할 수 있다. 청년기의 이스라엘 정신의 이 장엄한 기록을 깊은 감동 없이 읽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느님의 영이 옷처럼 기드온에게 입혀지고 그가 부는 뿔나팔 소리에 3만 명이 따른다. 하지만 하느님의 권능을 드러내기 위해 무릎을 꿇지 않았던 3백 명만이 참전하여 승리를 가져온다. 모든 자만을 떨쳐버리고 명석한 말로 질투심 많은 에브라임 사람들을 가라앉힌 이스라엘의 해방자 기드온의 위대함은, 대대로 이스라엘을 통치해 달라는 유혹을 단호히 거절하고 그 통치권을 하느님께로 돌린 점이었다. “내가 그대들을 다스릴 것도 아니요, 내 자손이 그대들을 다스릴 것도 아닙니다. 그대들을 다스릴 분은 야훼시오”(8,23).

 

그러나 기드온이 미디안에게서 노획한 금고리로 에봇을 만들면서 하느님의 영은 더 이상 기드온에게 머물지 않는다. 그의 배신이 악의 가지 아비멜렉을 키우고, 기드온의 영광스러운 출발이 유감스럽게 끝나는 것은, 기드온 혼자서는 메시아 예수의 날의 예언적인 모습인 “미디안을 쳐부수시던 날”(이사 9장 참조)을 만들기에는 역부족이었음을 보여준다.

 

이스라엘 백성이 다시 바알들을 섬겨 야훼를 거슬리게 하였다. 암몬 백성의 손에 넘겨진 그들을, 형제들에게 쫓겨난 젊은이 입다가 구원한다. 그리스도 역시 형제들인 유다인들로부터 배척당했고, 입다처럼 죄인들과 어울렸다. 암몬족을 몰아냄으로써 이미 드보라 시대에 가나안족들로부터 자유를 찾았던 서쪽 지역과 함께 비로소 동쪽에서도 평화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때 지중해 연안을 따라 새로운 세력이 형성되는데, 팔레스티나라는 지역을 역사에 등장시킨 필리스티아인들이었다. 그들의 정치력은 원주민인 가나안족들보다 월등했고, 골리앗의 갑옷과 투구(1사무 17,5-6)가 보여주는 것처럼 뛰어난 금속문화로 무장했다.

 

이들에 대항하여 하느님께서는 모든 면에서 정반대되는 인물인 삼손을 일으키신다. 배운 바도 없고 훈련도 받지 않은, 오로지 타고난 지혜와 육체적 힘으로 대항케 하신다. 그렇다고 여기서 기술과 문명을 거부하고 “자연으로의 복귀”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삼손의 위대함은 하느님께 바쳐져 보통 사람들과 구별되는 나지르인(13,5)으로서의 특성에 있다. 그가 죽으면서 보여준 장관은 또 하나의 위대한 나지르인인(마태 2,33) 예수께서 조롱하던 적들을 죽음을 통해 무릎꿇게 만드는 사건을 상징하고 있다.

 

판관기의 마지막 부분(17-21장)은 자유가 외부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내부에서 더욱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사건, 우상을 세운 단 지파의 배신과 간음한 베냐민 지파의 죄악은 백성들 내부의 무법과 비윤리적인 면을 보여주고 그에 따라 위협받게 된 백성의 단결과 자유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제 제멋대로 처신하던 생활을 버리고 차츰 백성의 왕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가리킨다.

 

판관기는 이렇게 하느님의 영이 청년기의 이스라엘을 가르쳤다는 중요한 사실에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 이것은 왜 룻기가 성서에서 판관기 다음에 자리잡게 되었는가를 확실히 알려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룻기는 다윗의 고향이요 그리스도의 고향인 베들레헴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테오도로는 이렇게 말한다 : “룻기가 왜 쓰여졌는가? 첫째로는 주님이신 그리스도를 위해서이다. 그분은 육체적으로 룻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판관들의 이야기가 끝나고 이제 하느님과 인간이 완전히 일치하는 그 날, 새 시대의 여명이 밝아온다. 평화와 사랑의 성령께서 하느님의 종들을 친구로 변화시켜 주실 그 날, 성령은 사람들에게 룻처럼 말하게 할 것이다. “당신이 가시는 곳으로 저도 가겠으며, 당신이 머무시는 곳에 저도 머물겠습니다… 당신이 눈감으시는 곳에서 저도 눈을 감고… 아무도 저를 당신에게서 떼어내지 못합니다”(룻기 1,16-17). (Pathways in Scripture에서 강동성 편역)

 

[경향잡지, 1988년 8월호, 다마수스 빈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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