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엘리사: 스승님 영의 두 몫을 받게 해주십시오(2열왕 2,9-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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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9-07-17 | 조회수3,232 | 추천수1 | |
[부르심에 응답한 사람들] “스승님 영의 두 몫을 받게 해주십시오.”(2열왕 2,9-15)
엘리사는 하느님께서 호렙산에서 엘리야를 위로하러 나타나셨을 때, 엘리야의 후계자로 점지해 주신 예언자이다. ‘엘리사’는 히브리말로 ‘하느님은 구원이시다’는 뜻이다. 그는 갈릴래아 호수 남쪽의 요르단 계곡에 위치한 아벨므올라의 농부 사밧의 아들이었다. 1열왕 19장에 따르면 엘리사는 어느 날 쟁기로 밭을 갈다가 엘리야를 만났다. 그는 “열두 겨릿소를 앞세우고 밭을 갈고 있었다.”(1열왕 19,19)고 하는데, 아마도 그의 집안 사람들이 품앗이로 그를 도우러 왔던 모양이다. 열한 쌍의 소는 다른 사람들이 부리고 열두번째 겨릿소는 그 자신이 부리고 있었다. 그때 엘리야가 엘리사에게 자기 겉옷을 던져주었다. 이 행위로써 엘리야는 엘리사에게 자신의 능력과 예언자 소명을 부여하려 한 것이다. 그러자 엘리사는 밭 갈던 소를 버려두고 엘리야에게 달려와 부모에게 작별인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엘리야는 엘리사가 선뜻 부르심에 응답하지 못하고 뜸을 들이려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내가 그대에게 무엇을 하였다고 그러느냐?” 하며 모든 것이 엘리사의 결단에 달려있음을 넌지시 알린다. 예수님도 “쟁기를 잡고 뒤를 자꾸 돌아다보는 사람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자격이 없다.”(루가 9,61-62)고 하셨다.
엘리야의 우려와는 달리 엘리사는 집으로 가서 새로운 소명을 받아들이는 표시로 겨릿소를 잡아 제물을 바쳤다. 그리고 쟁기를 부수어 그것으로 고기를 구워 집안 사람들에게 주어서 먹게 한 다음, 엘리야를 따라나섰다. 엘리사는 이렇게 모든 것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예언자의 소명을 받아들였다. 엘리사가 스승을 충실하게 섬긴 몇 해가 지난 뒤, 엘리야는 자기 생애가 끝나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엘리야는 요르단 계곡에 있는 길갈에서 베델 성소로 올라갔다가 예리고로 내려가고 거기서 요르단 강으로 갔다. 이 여정에서 세 번씩이나 엘리야는 엘리사더러 뒤에 남아있으라고 하지만, 충실한 젊은 제자는 스승을 결코 떠나지 않겠다고 하며 스승의 부탁을 거절한다. 요르단 강에 이른 엘리야는 겉옷을 들어 말아가지고 그것으로 강물을 치니, 물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 엘리야와 엘리사 두 사람은 마른 땅을 밟고 강을 건넜다.
(구약성서 새 번역) 9 강을 건넌 다음 엘리야가 엘리사에게 물었다. “주님께서 나를 너에게서 데려가시기 전에 내가 너에게 해주어야 할 것을 청하여라.” 그러자 엘리사가 말하였다. “스승님 영의 두 몫을 받게 해주십시오.” 10 엘리야가 말하였다 “너는 어려운 청을 하는구나. 주님께서 나를 데려가시는 것을 네가 보면 그대로 되겠지만 보지 못하면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11 그들이 이야기를 하면서 계속 걸어가는데 감자기 불병거와 불말이 나타나서 그들 두 사람을 갈라놓았다. 그러자 엘리야가 회오리바람에 실려 하늘로 올라갔다. 12 엘리사는 그 광경을 보면서 외쳤다. “나의 아버지, 나의 아버지! 이스라엘의 병거이시며 기병이시여!” 엘리사는 엘리야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자기 옷을 움켜쥐고 두 조각으로 찢었다.
13 엘리사는 엘리야에게서 멀어진 겉옷을 집어들고 되돌아와 요르단 강가에 섰다. 14 그는 엘리야에게서 떨어진 겉옷을 잡고 강물을 치면서, “주 엘리야의 하느님께서는 어디에 계시는가?” 하고 말하였다. 엘리사가 물을 치니 물이 이쪽 저쪽으로 갈라졌다. 이렇게 엘리사가 강을 건너는데 15 예리고에서 온 예언자 무리가 멀리서 그를 보고 “엘리야의 영이 엘리사에게 내렸구나.” 하고 말하였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엘리사를 맞으러 나와 땅에 엎드려 절하였다.
요르단 강을 다 건너자 엘리야는 엘리사에게 하느님께서 자신을 데려가시기 전에 자기가 그에게 해주어야 할 것을 청하라고 한다. 엘리사는 엘리야가 가진 영의 두 몫을 받게 해달라고 청한다. 여기서 엘리야의 영은 예언자의 영을 말하며, 이 영의 두 몫을 청하는 것은 엘리야의 후계자가 되게 해달라는 청이다. 엘리사의 청에 엘리야는 “주님께서 나를 데려가시는 것을 네가 보면 그대로 되겠지만, 보지 못하면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고 대답한다. 이로써 엘리야는 자신에게는 엘리사를 예언자로 만들 능력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 그는 다만 엘리사가 예언자가 되었는지 안되었는지 그 징표만을 가르쳐줄 뿐이다.
그들이 걸으면서 이야기하는 중에 갑자기 불병거와 불말이 나타나고 엘리야가 그 병거에 오르자 큰 회오리바람이 그를 휩싸 하늘로 데려가버렸다. 엘리사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자기 겉옷을 찢으면서 “나의 아버지, 나의 아버지! 이스라엘의 병거이시며 기병이시여!” 하고 부르짖었다. 나중에 엘리사가 죽어갈 때도 이스라엘의 임금 여호아스가 같은 말로 외친다(2열왕 13,14). 여기서 이스라엘의 병거와 기병은 이스라엘을 지키는 보이지 않는 힘을 말한다. 그 힘은 처음에는 엘리야에게, 그리고 엘리야가 떠난 다음에는 엘리사에게 머물렀다. 엘리사는 스승이 남겨준 겉옷을 집어들고 되돌아와 요르단 강가에 섰다. 그가 이 겉옷으로 강물을 치니 물이 갈라졌다. 예리고에서 온 예언자 무리가 이 광경을 다 지켜보고는, “엘리야의 영이 엘리사에게 내렸구나.” 하고 엘리사를 엘리야의 정식 후계자로 맞아들인다.
엘리야의 영과 겉옷을 전수받은 엘리사는 엘리야 못지않게 훌륭한 업적을 많이 남겼다. 특히 그가 행한 기적들은 그 종류와 양에서 다른 예언자들을 압도한다. 죽은 예언자의 아내로서 빚으로 팔려갈 두 아들을 둔 여인을 위하여 기름을 많게 한 기적(2열왕 4,1-7)과, 수넴 여자의 죽은 아들을 살린 기적(4,8-37)은 사렙다 과부에게 행한 엘리야의 기적과 비교할 수 있다. 또 어떤 농부가 가져온 보리빵 스무 개와 햇곡식 이삭을 많게 하여 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배불리 먹인 기적(4,42-44)은 예수님의 빵과 물고기를 많게 하신 기적과 비교할 수 있다.
엘리사는 스승 엘리야에게서 하느님께 대한 확고한 열정과 큰 기적들을 행할 능력을 그대로 물려받았으면서도, 스승과 다른 면모를 보인다. 엘리야는 언제나 엄격하고 강직하며 독자적인 성격을 드러낸 데 비해, 엘리사는 필요할 때는 단호했으나 일반적으로 예언자들의 무리와 잘 어울리며 융통성이 더 있고 사목적인 인물이었다. 이 같은 그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예가 시리아 사람 나아만의 나병을 고쳐준 이야기이다(2열왕 5장).
아람 임금의 군대 총사령관으로 나아만이라는 장수가 있었다. 그는 임금의 신임을 받는 힘센 용사였으나 불행히도 나병에 걸려 있었다. 어느 날 이스라엘에서 잡아온 여종이 나아만의 부인에게 사마리아의 한 예언자가 주인 어른의 병을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 말을 아람 임금에게 전한 나아만은 임금에게서 이스라엘 임금 여호람에게 나아만의 나병을 고쳐달라고 부탁하는 친서를 얻어가지고 북이스라엘 왕국의 수도 사마리아에 도착한다. 아람 임금의 친서를 받아든 여호람은 “내가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하느님이란 말인가? 이는 아람 임금이 나와 싸울 기회를 찾고 있는 것이다.” 하면서 자기 옷을 찢었다. 이 소식을 들은 엘리사는 사람을 보내어 요르단 강에 가서 일곱 번 몸을 씻도록 나아만에게 이른다. 나아만이 엘리사가 일러준 대로 요르단 강에 내려가 일곱 번 몸을 담그자 온몸이 깨끗해졌다.
나병에서 치유된 나아만은 엘리사에게 되돌아와 받은 은혜에 보답하는 뜻으로 큰 선물을 주려고 하였지만, 엘리사는 선물 받기를 단호히 거절한다. 그러자 나아만은 엘리사에게 나귀 두 마리에 실을 만큼의 흙을 가져가게 해달라고 청하고는 “이 종은 이제부터 이스라엘의 주님말고는 다른 어떤 신에게도 번제물이나 희생제물을 드리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주님께서 사시는 땅의 깨끗한 흙은 나아만이 제물을 바칠 제단을 세울 때 쓰일 것이다. 이민족 땅의 흙은 우상들 때문에 더럽혀져 부정하다(호세 9,3-4; 아모 7,17). 그 밖에 나아만은 엘리사에게 한 가지 용서를 청한다. 그는 아람 임금이 다마스커스의 신인 림몬의 신전에 예배하러 갈 때에 임금을 수행하고 임금과 함께 예배에 참석해야 하는데, 이를 용서해달라는 것이다. 엘리사는 이 개종자의 신분과 처지를 이해하여 그에게 우상숭배의 외적 예식에 참여하는 것을 허락한다. 이런 관용은 유배 이후 시대에 유다인들이 이방 종교와 풍습에 대하여 보인 강경한 태도와 대조를 이룬다(토비 1,10-12; 1마카 1,62-63). 나아만에게 취한 태도는 엘리사의 사목적 관심과 배려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엘리사는 밭에서 쟁기질을 하다가 엘리야에게 부름을 받은 이래 하느님의 사람으로서 쉰 해 동안 북왕국 이스라엘의 평화와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였다. 그는 죽으면서도 이스라엘의 임금, 예후의 손자 여호아스가 눈물을 흘리는 가운데 나라를 걱정하며 목숨을 거두었다. 부르심을 받았을 때 신속하고 단호하게 주변을 정리한 엘리사의 깔끔한 태도, 스승 엘리야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과 존경, 예언자들의 무리를 훌륭하게 이끈 그의 지도력, 사목적 관심과 배려, 그리고 조국에 대한 사심 없는 봉사 등은 모든 지도자의 귀감이다.
[경향잡지, 1998년 11월호, 정태현 갈리스도 신부(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총무 / 사도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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