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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유대인 이야기49: 유대인들의 얼, 탈무드 - 결코 무너지지 않는 마음의 성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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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0-03-27 조회수5,071 추천수3

[유대인 이야기] (49) 유대인들의 얼, 탈무드


결코 무너지지 않는 ‘마음의 성전’

 

 

유대인들은 더 이상 로마에 대항하는 전사가 아니었다. 토라와 탈무드를 읽으며 삶의 완성을 추구하는 학자로 변신했다. 그런데 세상은 조용히 살고 싶은 유대인들을 조용히 놔두지 않는다. 사진은 유대인들 마음의 성전인 ‘토라’ 두루마리.

 

 

“탈무드가 유명하다고 들었습니다. 탈무드 빌려 주실 수 없나요? 읽고 돌려드리겠습니다.”

 

만약 유대인이 이 말을 듣는다면 웃을지도 모른다. 무식하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탈무드를 빌리려면 트럭이 필요하다. 1만 200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사용된 단어만 250만 개 이상이다. 책을 모두 모으면 그 무게가 75kg을 넘는다. 따라서 우리가 서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탈무드는 탈무드가 아니라, 짝퉁 탈무드다. 이번 기회에 진품 탈무드의 정체에 대해 확실히 알고 넘어가자.

 

유대인들의 종묘사직(宗廟社稷)이 무너졌다. 바빌로니아 유배와 로마와의 전쟁을 거치면서 유대인들은 하느님께 제사를 바칠 제단도, 그 제단을 감싸는 성전도 잃었다. 예루살렘성은 폐허가 됐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또 하나의 성전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마음의 성전’ 즉 율법이 그것이다. 예루살렘 성전은 무너졌지만, 이 마음의 성전은 지금까지도 난공불락이다.

 

역사학자 토인비는 이렇게 말했다. “지구상에 발생한 문명 28개 가운데, 많은 문명이 사라졌고, 또 지금도 사라지고 있지만 단 하나 유대 문명만큼은 지금도 활발히 살아있다.” 그 끈질긴 생명력의 바탕에 바로 ‘마음의 성전’이 있다. 유대교 전통에 의하면 이 마음의 성전, 즉 율법은 두 가지로 나뉜다.

 

 

성문 율법(토라)

 

토라는 십계명을 중심으로 하는 모세오경(창세기, 탈출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이다. 넓게는 구약성경 전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토라에 대한 유대인들의 신앙은 놀랍다. 유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토라는 대부분 필사 토라다. 최근에는 간편한 형식으로 인쇄된 토라가 나오기도 하지만, 직접 손으로 옮겨 쓴 것을 선호한다. 특히 회당에서 읽히는 토라는 반드시 손으로 쓴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 토라를 옮겨 쓰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토라의 내용 중에 ‘하느님’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반드시 쓰기를 멈추고 목욕을 한다. 몸과 마음이 깨끗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느님’이라는 단어를 쓸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기구는 붓을 사용한다. 만년필, 볼펜, 연필은 토라를 쓰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여긴다. 실수로 글자가 틀렸을 경우 덧대어 쓸 수 있는데, ‘하느님’ 단어가 틀렸을 때는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한다.

 

또 특이한 사항은 혼자서 토라를 옮겨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드시 두 명 이상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 옮겨 쓰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발생할 수 있는 실수와 오류를 막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토라 전체를 옮겨 쓰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3~5년이 걸린다고 한다. 대단한 정성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마음과 정성을 듬뿍 담은 토라를 유대인들은 안식일마다 회당에 들고가 읽고 묵상한다.

 

“나의 종 모세가 너에게 명령한 모든 율법을 명심하여 실천하고,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벗어나서는 안 된다. … 이 율법서의 말씀이 네 입에서 떠나지 않도록 그것을 밤낮으로 되뇌어, 거기에 쓰인 것을 모두 명심하여 실천해야 한다.”(여호 1,7-8)는 말씀 때문이다.

 

 

구전 율법의 집대성, 미쉬나와 탈무드

 

유대인들은 모세가 말로 전한 가르침을 수천년 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하며 보존했다. 이 구전 율법이 서기 200년경 위대한 랍비 ‘유대 하 나지’에 의해 결집되는데, 그것이 바로 ‘미쉬나’(유대교 최초의 성문법)다.

 

보통 사람들은 탈무드만 알고 미쉬나에 대해선 잘 모른다. 하지만 미쉬나는 오늘날 이스라엘 국법의 뿌리일 정도로 유대인들에게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미쉬나는 6부(농업, 축제, 결혼, 민법과 형법, 제물, 제식) 63편 520장으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원론적 내용만 담고 있어, 일상 생활에 그대로 적용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랍비들은 미쉬나를 바탕으로 오랜기간 토론하고 해석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이 해석들을 모은 것이 ‘게마라’다.

 

이 게마라와 미쉬나를 한데 모은 것이 바로 탈무드다. 쉽게 말해서(지극히 단순화 시키자면) 탈무드는 법령집 미쉬나에 대한 해설판 모음집으로 이해하면 된다. 물론 미쉬나를 해설한 게마라를 결집하다 보니 탈무드에는 구약성경에 대한 주석과 함께, 윤리적 교훈, 속담, 격언, 기도문, 비유, 예화, 관습, 전통, 민속, 역사적 사건에 대한 내용 등을 망라하고 있다.

 

그런데 이 탈무드는 당초 두 가지 판본이 있었다. 서기 425년경 편찬된 예루살렘 탈무드와 6세기경에 완성된 바빌로니아 탈무드가 그것이다. 문체와 형식, 내용에 있어서 서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오늘날 우리가 탈무드로 부르는 것은 바빌로니아 탈무드다. 500년 경에는 두 탈무드가 각각의 지역에서 독자적 권위를 누렸지만, 훗날 이슬람의 성장으로 바빌로니아가 중동의 중심지로 부각되면서 바빌로니아 탈무드가 더 권위 있는 것으로 유럽 지역에 알려졌다. 이 바빌로니아 탈무드는 1520년부터 1523년까지 처음으로 베네치아에서 인쇄 됐는데, 이때의 판형이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이제 유대인들은 마음의 성전을 완성했다. 토라와 탈무드 안에서 그들만의 이상향을 추구하고 살았다. 유대인들은 더 이상 로마에 대항하는 전사가 아니었다. 토라와 탈무드를 읽으며 삶의 완성을 추구하는 학자로 변신했다. 그런데 세상은 조용히 살고 싶은 유대인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유대인들은 세상이 잘 안돌아갈 때 제일 먼저 그것을 느끼고, 세상이 잘 돌아갈 때에는 맨 마지막으로 그것을 느낀다는 말이 있다. 유대인들은 공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가장 먼저 감지했다.

 

[가톨릭신문, 2010년 2월 28일, 우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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