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약] 바오로 서간 해설48: 주님 흘리신 피를 속죄의 제물로 이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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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0-07-24 | 조회수2,940 | 추천수1 | |
[유충희 신부의 '바오로 서간' 해설] (48) 주님 흘리신 피를 속죄의 제물로 이해
바오로가 사용한 구원개념들 : 로마 3, 1~31
바오로는 로마 3, 9~20에서 사람은 모두 죄인이라고 규정한 후, 3, 21~31에선 하느님께서 예수님의 대속죄적 죽음으로 온 인류를 구원하심으로써 당신의 의로움을 드러내셨다고 한다. 바오로는 예수님의 대속죄적 죽음으로써 이룩된 인류 구원을 언급하면서 다양한 표현들을 사용한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 이야기되는 구원에 관한 다양한 표현들은 대부분 바오로가 사용한 것이다. 바오로가 언급한 구원 개념들이 잘 드러나 있는 곳은 로마 3, 24~25이다.
“그러나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이루어진 속량을 통하여 그분의 은총으로 거저 의롭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을 속죄의 제물로 내세우셨습니다. 예수님의 피로 이루어진 속죄는 믿음으로 얻어집니다. 사람들이 이전에 지은 죄들을 용서하시어 당신의 의로움을 보여주시려고 그리하신 것입니다.”
바오로가 여기에서 사용한 다양한 구원개념들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1) 속량
‘속량’은 노예제도가 성행하던 시대에 통용되던 개념이다. 바오로가 살았던 헬라세계에서는 노예를 해방시키는 관습이 있었는데 누구든지 노예상태에서 해방되어 양민이 되려면 노예의 몸값을 지불해야 했다. 이처럼 몸값을 지불하여 노예를 자유인으로 만드는 행위를 속량이라고 했다. 그리고 노예해방의 대가로 바치는 돈을 속전이라고 불렀다. ‘속량’이라는 낱말은 바오로 친서에 3번(로마 3, 24; 8, 23; 1코린 1, 30), 기타 신약성경에 7번 나온다(루카 21, 28; 콜로 1, 14; 에페 1, 7. 14; 4, 30; 히브 9, 15; 11, 35). 바오로는 하느님께서 예수님이라는 속전을 내고 인간을 죄의 상태에서 구원하신 것으로 생각했다. 마르코 복음서 10장 45절에서 예수님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고 하셨다. 여기 ‘몸값’을 지불했다는 것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하신 것을 뜻한다. ‘값’과 ‘속전’은 그 뜻이 같다.
2) 속죄의 제물
바오로는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속죄의 제물로 내세우셨다고 한다. ‘속죄의 제물’은 그리스어 ‘힐라스테리온’을 번역한 말인데 본래의 뜻은 ‘속죄판’이다. 레위기 16장을 보면 대사제는 자신과 사제들이 일 년 동안 범한 죄를 속죄하기 위해서 속죄일에 황소의 피를 갖고 지성소로 들어가서 속죄판에 뿌린다. 그리고 이어서 대사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일 년 동안 지은 죄를 속죄하기 위해서 숫염소의 피를 갖고 다시 지성소로 들어가서 속죄판에 뿌린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죄를 용서받기 위해서는 짐승의 피를 바쳐야 한다고 생각했다(레위 16, 11; 17, 15). 이스라엘 백성들은 “생물의 생명이 그 피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너희 자신을 위하여 속죄 예식을 거행할 때 그것을 제단 위에서 쓰라고 너희에게 주었다. 피가 그 생명으로 속죄하기 때문이다”(레위 17, 11)라는 말씀에 따라 짐승을 잡아 속죄의 제사를 드렸던 것이다. 신약성경 히브리서에도 같은 사상이 나타나 있다. “율법에 따르면 거의 모든 것이 피로 깨끗해지고, 피를 쏟지 않고서는 죄의 용서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히브 9, 22). 바오로는 인류 구원을 위하여 십자가에서 흘리신 예수님의 피를 이스라엘 백성뿐만 아니라 온 인류의 죄를 사해주는 속죄의 제물로 이해했던 것이다.
3) 용서
바오로는 하느님께서는 예수님께서 인류의 죄를 사해주기 위해서 피를 쏟아 속죄의 제물로 바치신 것을 보시고 인류가 이전에 지은 죄들을 용서하신다고 하였다. 용서로 번역된 그리스어 ‘파레시스’는 신약성경을 통틀어 오직 이곳에만 나오는 낱말이다.
[가톨릭신문, 2009년 1월 25일, 유충희 신부(원주교구 백운본당 주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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