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잠언: 일반적 특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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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0-07-26 | 조회수3,765 | 추천수3 | |
[김혜윤 수녀의 성서말씀나누기] 잠언 (1) 일반적 특성
『들에 핀 꽃들을 보게. 그들은 스스로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 만큼 아름다운 것일세…』 얼마 전에 읽은 책(『「거지 성자」)의 한 구절이다. 아름다울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를 쉽고 섬세한 어조로 표현한 문장이어서 즉시 메모해 둔 구절이었다. 이번 주부터 우리는 성서의 「잠언」을 살펴보게 된다. 앞의 구절처럼, 짧은 문구 안에 구원의 신비와 삶의 지혜를 응축해 놓은 말씀들을 자주 만나게 될 것이다. 왜 살아야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의 본질을 찾고 있는 이들에게 일독의 가치를 충분히 지니고 있는 이 삶의 보고(寶庫)를 통해, 독자들의 새해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기를 희망해본다.
지혜문학의 압권
유다인들은 유난히 5(다섯)라는 숫자를 좋아하였다. 삶의 지침이 되는 모세의 책을 다섯으로 구성하였고(모세오경), 시편 역시 크게 다섯 개의 기도집으로 형성하였다. 지혜문학에도 오경이 있는데, 이를 「지혜문학 오경」이라고 하며 욥기 잠언 전도서 지혜서 집회서가 이에 해당된다. 욥기에 이어 이제 살펴 보게될 잠언은 성문서에서 세 번째로 등장하는 책으로, 「지혜문학의 압권」이라고 까지 평가되는 지혜문학 진수 중의 하나이다.
표제
잠언은 그 시작에 표제(「솔로몬왕의 격언」)를 달아 놓음으로써 책의 내용과 성격을 한 마디로 함축하여 제시하고 있다. 즉 잠언 1, 1은 이 책의 저자를 「솔로몬」으로, 문학적 양식을 「격언」(히브리어 「마샬」)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마샬(mashal)은 「격언」 「잠언」이라는 뜻으로, 삶의 철학과 규범을 짧은 문장으로 집약하여 표현한 실천적인 금언을 말한다.
격언집들의 모음
이렇게 표제만을 보았을 때, 성서 잠언은 솔로몬에 의해 저술된 금언집 정도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책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게 되면, 실제로는 내용과 문체가 다른 격언집들의 연합으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뚜렷이 구별될 수 있는 개별적 모음집만 해도 솔로몬의 금언집(1~9장);솔로몬의 잠언(10, 1~22, 16);30가지 잠언(22, 17~24, 34);히즈키야의 신하들이 편집한 솔로몬의 잠언(25, 1~29, 27);아굴의 어록(30, 1~14);르무엘 왕의 어머니가 준 교훈(31, 1~9);숫자로 나타낸 잠언(30, 15~33);현숙한 여인에 대한 찬양(31, 10~31) 등이 있다.
국제적 영향
「마샬」(격언, 금언, 잠언)이라는 양식은 우리에게도 매우 익숙한 유형이지만, 당시 메소포타미아 지역, 이집트, 그리고 이를 잇는 비옥한 반달지역에서도 많이 유행하던 문학 유형의 하나였다. 이스라엘에는 이미 「동방의 아들들」(1열왕 5, 10)의 지혜가 잘 알려져 있었고, 당시의 이러한 문학적 열풍은 성서에까지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성서의 잠언과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여러 잠언들(수메르 잠언, 아시리아-바빌론 잠언, 가나안의 잠언 등) 그리고 이집트 잠언 사이에서 발견되는 유사성들은 당시의 문학 풍토와 상호 교류를 잘 반영해 주고 있다.
가정에서 시작되는 지혜
이렇게 잠언이라는 양식이 크게 유포되며 사람들에게 호응 받을 수 있던 이유는 짧은 문구 안에 삶을 원활하게 살아가기 위한 요긴한 기술들이 풍부히 농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삶이 어떤 것이며 어떻게 대처해 나갈 때 가장 만족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설득력있게, 그리고 인상 깊은 어조로 제시해주고 있는 것이다.
구원의 신비와 삶의 지혜 응축
현대인들 역시 간단하고 쉬운 서술 속에 삶의 지혜를 품은 책들을 선호하고 있는데, 다만 성서의 잠언과 현대의 처세술 관련 서적과의 차이점을 지적한다면, 성서는 삶의 핵심을 「하느님과의 관계성」 안에서 푼다는 것과 지혜가 전달되는 장소로 「가정」을 들고 있다는 점이다. 즉 성서는 모든 삶의 지혜와 철학이 교육되는 최적의 장소는 「가정」이어야 한다는 의식을 강하게 반영하고 있는데, 그래서 잠언의 초반부(1~9장)는 대부분 『내 아들아』라는 호칭으로 시작된다. 아버지가 아들을 교육하는 설정으로 그 내용을 풀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잠언은 세상과 삶을 하느님 중심으로 새롭게 읽어내는, 또 하나의 신학적 시도라 할 수 있다. 삶의 내면을 기어이 끌어내어 우리 앞에 제시하는 이 비범한 문장들을 하루 한 개씩이라도 되뇌며 산다면, 삶과의 진정한 소통이 그렇게 낯설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것 같다.
[가톨릭신문, 2004년 2월 8일, 김혜윤 수녀(미리내 성모성심수녀회, 광주가톨릭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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