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축일] 성가정 축일: 주님이 계시는 보금자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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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4-10-29 | 조회수2,756 | 추천수0 | |
성가정 축일 - 주님이 계시는 보금자리
세상의 어느 누구도 완전한 사람은 없다. 사람은 불완전하다. 나름대로 완전해지려고 노력하지만 늘 부족하고 모자라는 것이 많다. 그래서 사람은 혼자 살도록 창조되지 않았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다. 남자는 여자를 필요로 하고 여자는 남자를 필요로 하게 창조하신 것이다. 서로 관심이 생기고 마음이 끌리도록 감정을 심어주셨다. 인간으로서 각기 동일하면서도 서로 다르게 창조하신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난다. 그리고 함께 살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러면 결혼을 한다. 결혼을 하면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새 가정을 이루게 되고 새로운 가족 구성원들이 탄생한다.
서로 부족하고 불완전한 남녀가 만나 결혼하여 함께 살고 가정을 이루지만, 함께 사는 인간의 삶은 여전히 불완전하다. 서로 돕고 서로 부족함을 메우고 버팀이 되지만 그래도 완전히 아름다운 가정을 잘 이루지 못한다. 수많은 가정이, 인간의 삶이 그렇게 불완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수없이 노력하지만 완전하지 못한 인간의 모습, 아름답고 참되고 거룩한 삶을 살지 못하는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현대 사회는 가정생활의 어려움이 과거에 비해 더 많아진 것 같다. 사실 문명이 발달하고 세상이 편리해졌지만, 인간의 삶은 더욱 복잡해졌다. 우리 사회는 더욱 전문화되고 세분화되었다. 이 때문에 과거 가정에서 수행하던 여러 가지 역할을 사회가 대신하고 있다.
자녀의 교육과 양육은 물론이고 의료와 보호와 간호, 더 나아가 가족 사이에 이루어지던 삶의 기본 터전인 의식주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을 사회 제도가 맡게 되었다. 그래서 가정은 별로 할 일이 없어진 듯이 보인다. 이런 현상 속에서 ‘가정’은 인간적이고 영적인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혈연관계로 뭉친 소수 집단의 이기주의로 흐르는 경향이 많아졌다.
그러나 본디 가정의 모습은 이런 것이 아니다. 가정은 인간의 삶이 함께하는 삶이며, 모든 삶의 시작이요 보금자리라는 것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기초 공동체’이다. 서로 부족한 남녀가 만나 함께 사는 인간의 삶은 그렇게 부족한 현실 속에서도 ‘주님을 모시는 가정’을 이루어야 한다. 인간의 삶의 양태와 노력만으로는 결코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 사회는 더욱 그렇다. 가정을 분해시키고 해체시키는 경향이 많은 것이다.
교회는 일찍이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성가정 축일’을 제정하였다. 주님을 모시고 사는 가정의 모습을 예수님의 어린 시절을 지낸 그 가정의 삶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예수님을 모신 성 요셉과 성모 마리아가 이루었던 그런 성가정의 삶을 오늘날 우리에게 살도록 교회는 당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축일은 현대 사회의 필요성에 따라 1921년에 제정되었다. 아기 예수님을 모신 성가정의 모습에 따라 이 축일은 ‘예수 성탄 대축일’의 팔일 축제에 해당하는 12월 30일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예수 성탄 대축일 다음 주일에 지낸다.
성가정 축일의 전례는 3년 주기의 독서를 읽는다. 이 독서들은 우리의 가정이 무척 중요하고, 그래서 소중히 간직하고 보호해야 함을 일깨워준다. 이집트로 피신하는 이야기에서 ‘가정은 어떤 상황에서도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가해). 아기 예수를 성전에 봉헌하는 이야기로 ‘우리의 가정이 온전히 주님께 봉헌된 삶을 살아야 함’을 말해주고(나해), 더 나아가 마리아와 요셉이 잃어버린 예수를 성전에서 다시 찾는 이야기로 ‘온 가족이 온전히 함께하는 삶을 일구어야 함’을 강조한다(다해).
성가정 축일을 지내면서 우리의 가정을 위하여 기도하자.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의 전구로 우리의 가정을 주님의 은총과 평화로 지켜주시도록’(예물기도) 간구하고, ‘우리의 가정이 성가정의 성덕과 사랑을 본받아 무한한 기쁨과 행복을 누리도록’(본기도) 기도하자.
가정은 우리 모든 이의 삶의 보금자리이다. 그 보금자리에 주님을 모시자. 그리고 우리의 보금자리에 함께 계시는 주님과 함께 행복과 기쁨을 누리도록 노력하자. 주님을 모시고 생활하는 가정이 성가정을 이룬다. 이 점이 오늘날 우리 가정에 요청되는 사항이며, 이 축일의 의미이다.
[경향잡지, 2001년 12월호, 나기정 다니엘 신부(대구 가톨릭 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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