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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전례서의 개정과 출판에 대하여: 전례서는 왜 바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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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0-29 조회수3,308 추천수0

전례서의 개정과 출판에 대하여: 전례서는 왜 바꾸는가

 

 

1996년 대림시기부터 미사통상문이 바뀌어 사용되고, 또한 최근에는 개정된 가톨릭 기도서가 전국에 보급됨으로써 전례서의 개정 과정과 그 영문에 대해 궁금해 하는 신자들이 많다.

 

주교회의는 1965년부터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개혁 정신에 따라 모든 전례서를 우리말로 옮겨 펴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전례서 편찬 작업은 1986년 [축복예식서], 1987년 [성모 미사 경본]의 발행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이 작업은 라틴어로 된 예식서를 우리말로 옮기는 데 역점을 두었기 때문에, 전례 거행을 한국 실정에 맞추는 여러 가지 토착화나 적응을 위하여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못한 면도 있었습니다. 주교회의는 제44차 세계성체대회의 서울 개최를 준비하며, 1987년 추계 정기총회에서 [미사통상문]을 개정하기로 하였습니다. 원문을 정확하게 옮기고 서양식 표현법을 쉬운 우리말로 또 우리말 표현법으로 우리 고유의 예법에 맞게 고친다는 것이 그 개정 원칙이었으며, 이 원칙은 앞으로도 모든 전례서의 개정 작업에 그대로 적용될 것입니다. 또한 "한글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문교부 고시 제88-1,2호)이 바뀌었다는 것도 모든 전례서를 개정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의 하나입니다.

 

주교회의 결정에 따라 전례위원회는 10년 가까이 여러 차례 여러 차원의 토론과 의견 수렴을 거쳐 [미사통상문] 개정안을 마련하고, 주교회의 인준과 사도좌의 승인을 받아 1996년 대림시기부터 전국에서 새 통상문을 사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그 동안 4년이나 절판시켜 두었던 [가톨릭 기도서]도 새로 다듬어 펴냈습니다. 기도서의 개정 사실이 사도좌의 사전 승인 없이 공식 전례문을 임의 변경한 것이라고 교황청 경신성사성에 잘못 알려져 그 사용을 일시 보류하였던 적이 있습니다. 신자들이 여러 기회에 개인적으로 바치는 기도들은 주교회의 인준으로 충분한 것이어서 사도좌에 사전 승인을 요청하지 않았으나([미사통상문]은 이미 승인을 받았음), 정보 전달 과정에서 이 사실에 대한 이해 부족이 생겨난 것입니다. 한편에서는 사도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도 몰랐느냐, 또 다른 편에서는 사도좌에서 뭐라 하든 그냥 쓰지 왜 기도서 배포를 보류하느냐 하는 비난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조금 어렵더라도 사도좌의 염려 또한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보아, 기도서의 공식 사용 전에 정확하고 상세한 의견 교환의 시기를 가졌던 것입니다. 이제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져 전국에서 새 기도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도서 출판과 관련하여, 사제용도 아닌데 [미사통상문] 부분에 왜 감사송을 전부 실었느냐 하는 물음도 있었습니다. 감사송에서 우리는 그 날이나 시기에 거행하는 구원의 신비를 새기며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따라서 전례 주년에 따라 거행하는 구원의 신비를 깊이 깨닫고 실천한다는 교리교육의 차원에서도, 미사에 참여하는 신자들은 감사송의 내용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 전부터 기도서에 수록돼 왔던 감사송을 단순히 사제들이 하는 부분이라고 빼버린다면, 미사에서 얻는 커다란 영성적 효과를 잃게 되는 것입니다. 감사송이 전례 영성의 성숙에 미치는 효과는 매우 큽니다.

 

어떤 분들이 제안한, [미사통상문]에서 신자들만이 하는 부분은 낱장으로 만들어 전국의 모든 신자들에게 이미 무료로 제공하였습니다.

 

신자들은 물론 일부 사목자들까지도 전례서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무엇 때문에 전례서를 자꾸 바꾸느냐고 물어오기도 합니다. 위에서 말씀 드렸던 전례서 개정 원칙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한글 맞춤법"이 바뀌었기 때문에 전례서를 개정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성당에서만 우리말을 틀리게 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전례서 개정 작업은 주교회의 전례위원회를 중심으로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미사전례서](미사 경본)를 비롯 모든 예식서들은 한국교회의 발전과 언어 생활의 변천에 따라 또 사도좌에서 예식서 표준판을 개정할 때에 그리고 성서의 새 번역과 더불어 토착화를 위한 연구 노력과 함께 순차적으로 개정하여 나갈 것입니다. 이러한 작업은 성서 번역 등과 관련한 세계 추세를 보더라도 한 세대를 주기로 끊임없이 지속적인 연구를 통하여 이루어져야 할 일입니다.

 

전례서 개정의 구체적인 계획을 말씀 드리자면, [미사통상문]의 개정에 따라 [어린이 미사]와 [혼인예식서]도 개정하여 사도좌로 보내 그 승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혼인예식서]는 교황청 경신성사성이 [서품예식서]에 이어 1990년에 이미 개정한 것입니다. 지금 주교회의 전례위원회에서는 [미사전례서]의 고유 기도문 시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 시안을 [매일미사]에 수록하고 "고유 기도문"을 따로 만들어 각 교구에 무료로 배부해 드리며, 여러 차원에서 그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자 시험 사용을 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교회의 정기총회에서는 [가톨릭 상제례 예식서] 시안을 심의할 예정입니다. 이른바 "연도"의 통일 등을 요구하며 모든 신자들이 기다려 왔던 이 시안은 한국사목연구소의 "상제례 토착화 연구 특별위원회"에서 수년간 작업하고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으며 십년 가까이 연구한 결과이며, 주교회의 관련 위원회와 전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주교회의에 상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른 입교 예식서], [어린이 세례 예식서], [견진성사 예식서] 등의 개정 초안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준비하는 개정 초안들은 전례위원회의 심의와 주교회의의 인준을 거쳐 사도좌의 승인을 받아 순차적으로 발행, 출판될 것입니다.

 

'독점'이 아닙니다.

 

주교회의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개혁에 따라 모든 전례서를 우리말로 펴내면서, 주교회의의 사단법인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직접 출판하도록 하였습니다. 전국의 모든 교구장 주교님들께서 세우신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는 사실 그 설립(1949년) 당시부터 교구간의 이해를 뛰어넘는 전국적인 출판사업을 추진하여 왔습니다. 신자수 18만도 안되던 해방 전의 교회가 서울, 대구, 덕원에서 따로 [공과] 등을 펴냈기에 교구간 이해를 초월하는 전국적인 출판사업이 절실하게 요청되었던 것이며, 그러한 요청은 지금도 상존하고 있습니다. 주교회의 1985년 추계 정기총회(10월 14-17일)는 전례서 출판에 관하여 이렇게 결정하였습니다. "모든 전례서의 편찬은 주교회의 전례위원회가 담당하고 그 출판은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가 맡기로 한 주교회의의 기존 결정을 재확인하고, 각 교구가 이에 더욱 협력하기로 하였으며, 평신도의 전례서 편집과 출판은 제재키로 하였다."

 

주교회의에서 여러 차례 거듭 확인된 이러한 결정은 새 교회법의 정신에도 부합할 뿐만 아니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의 설립 목적에도 맞갖는 것입니다. 이는 공의회의 전례 개혁 정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하여 모든 전례서 출판의 통일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여러 출판사에서 제각기 임의로 전례서를 편찬, 발행한다면, 전례 거행 자체가 통일성을 잃고 신자들 사이에 혼란과 불편을 야기할 것입니다. 주교회의의 이러한 결정에는 그 출판 수익금으로 이윤이 없어도 발행해야 하는 각종 예식서와 사도좌 문헌 등을 출판하여 사목자들과 신자들에게 보급하고, 주교회의 자체와 사무처를 운영하자는 뜻도 담겨있습니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가 전례서 출판을 "독점"(?)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전하며 외국의 경우들을 제시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먼저, 전례문의 저작권을 가진 기구가 그 저작물을 출판하는 것은 당연하며, 이는 일반 시장의 개념으로 말하는 "독점"이 아닙니다. 주교회의가 전례서를 직접 출판하는 목적은 그 무엇보다도 전례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데에 있습니다. 같은 내용을 가지고도 여러 출판사에서 달리 편집하여 낼 때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바로 신자들입니다. 또한 각종 예식서를 비롯 전례서의 개정 연구와 편찬에 관한 정책의 추진과 그 투자 또한 한 곳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그러할 때에 한국교회 전체의 전례 발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분량으로 보아 1백여 면에 지나지 않은 [미사통상문]의 개정 출판에 10년이나 걸리는 일을, 수지 계산을 하여야 하는 일반 출판사에 맡겨서 충실한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전례서의 편찬이나 그 개정 작업은 기도서나 성가집 등 그 책 하나만이 문제가 아니라 교회의 공식 용어를 비롯 다른 여러 전례서와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교회의는 또한 주교회의의 운영을 위하여 출판사업에서 수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주교회의는 출판사업의 수익을 주교회의의 운영과 전국 차원의 사목활동에 쓰고 있으므로, 그 수익은 결과적으로 전국의 모든 신자들에게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출판사에서 전례서를 출판한다면 그 수익은 출판사를 운영하는 교구나 수도회 또는 개인을 위해 쓰여지고, 그 수익으로 추진하는 좋은 일도 그 범위에만 한정되고 말 것입니다.

 

한편으로, 여러 차원의 저작권을 존중하는 출판 풍토가 전통으로 다져진 구미 국가에서처럼 주교회의가 각종 전례문의 저작권 사용료 곧 "인세"만을 받고 그 출판은 다른 데에 맡기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먼저 저작권을 존중하는 출판 풍토의 정착이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편찬비용을 무시하고 책정한 지금의 전례서 정가도 비싸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주교회의가 인세를 받고 다른 출판사에 전례서 편찬을 맡길 경우에는 실제로 그 정가도 더 오를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한국교회는 아직 그 규모가 작아 발행부수가 매우 제한된 [미사전례서] 등 사제용 예식서의 발행은 도외시되고, 신자들이 많이 보는 기도서나 성가집만 서로 하겠다고 나설 수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합리적인 체계와 일관성을 지닌 전례서의 발행과 그에 따른 전례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주교회의 전례위원회의 한정된 인력으로 방대한 전례서 개정 작업을 추진하여야 하고 또 사도좌 승인 절차 등 여러 차원에서 시간이 많이 드는 까닭에, 실제로 전례서의 개정 편찬이 늦어져 사목자들과 신자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점도 있지만, 저희 실무자들은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음도 아울러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매일미사]의 발행에 관하여 말씀 드리겠습니다. [매일미사]는 사목자들의 요청에 따라 신자들에게 미사 거행의 편의를 제공하려고 1986년 1월호부터 다달이 펴내고 있습니다. 이는 되도록 본당 예산으로 일괄 구입하여 성당과 공소 등에 비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겼습니다. 그 동안 [매일미사]를 두고 전례에서까지 너무 편의를 좇고 성서 읽기에 방해가 되며 환경 보전의 차원에서 낭비라고 하는 비판을 듣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매일미사]의 발행은 신자들에게 적극적인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매일미사]가 성서 읽기에 방해가 된다는 이야기는 불합리한 지적입니다. [매일미사]가 가지고 다니기에 편해 성서 읽기를 멀리하고 있는 신자들에게 오히려 도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평일 미사에도 더 자주 참여하게 하고 "본기도" 등의 기도문을 통하여 교리와 신자생활의 모범을 배울 수 있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은 신자들이 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는 환경 보존의 차원에서 90% 이상 폐지로 만든 재생 용지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다시 폐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매일미사]에 이른바 "준성사적 특성"이 있다고 하여 폐기할 수 없다든지 보존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자칫 "성물"에 대한 태도에 오류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도 지적하고 싶습니다.

 

단순한 편의나 이윤을 얻는다는 까닭에 앞서 [매일미사]를 계속 발행하는 가장 중대한 이유는 모든 신자들의 전례 교육을 위하여 매우 좋은 매체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사통상문" 해설이나 "전례생활" 난은 전례의 능동적 참여를 위하여 신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매체를 이용하는 것보다 [매일미사]를 활용하는 것이 신자들의 성서 이해와 전례 교육에 크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경향잡지, 1998년 4월호, 김종수 신부(주교회의 사무총장, 경향잡지 편집인, 모든 전례서 출판의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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