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상징] 몸은 마음의 표현: 전례의 자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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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4-10-29 | 조회수3,830 | 추천수0 | |
몸은 마음의 표현 - 전례의 자세
말은 소리가 난다. 언어는 소리이다. 하지만 말을 하지 않고도 표정이나 몸짓을 보고 의사표현을 한다. 말이 서로 통하지 않을 때 몸짓을 한다. 이른바 ‘보디 랭귀지’이다. 그래서 몸은 마음의 표현이 된다. 몸은 내적인 생각을 외적으로 드러내는 외형이다.
그래서 몸의 자세는 내적 마음과 정신을 단적으로 표현해 준다. 또 외적인 자세나 행위를 통해서 자신의 내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우리 교회의 전례에도 여러 자세와 동작이 있다. 이 자세들은 전례에 임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을 표현해 준다. 또한 여러 다른 자세를 통해 그런 마음을 갖게 된다.
전례는 공동체의 거룩한 행위이기 때문에 참석자 모두 통일된 동작과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공통의 동작, 통일된 자세는 공동체의 한결같은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므로 필수적이다. 전례 동작과 자세는 집회의 일치성과 공동체성을 드러내는 표지이며, 참석자들의 마음과 감정을 표현하고 동시에 예배의 마음을 북돋아준다. 따라서 교우들은 미사 중에 사제나 해설자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미사 전례 총지침 42-44항 참조).
여기서는 먼저 마음의 표현인 ‘전례의 자세’들에 대해 알아보자. 전례에서 사용되는 자세들은 ‘서있는 자세’, ‘앉는 자세’, ‘무릎 꿇는 자세’가 있다.
① 서있는 자세는 ‘존경을 드러내는 자세’이다. 사람들은 윗사람이나 존경하는 사람 앞에 나설 때 일어서서 존경을 표시하게 된다. 복음을 봉독할 때에 하느님께서 직접 말씀하시는 것과 같기 때문에, 하느님께 대한 존경의 표시로 ‘서서’ 경청한다. 또 존경의 자세인 서있는 자세는 제단 봉사자들의 기본 자세이다. 그리스도를 대리하여 전례를 거행하는 사제에게도 두드러지게 주된 자세가 서있는 자세이다. 그래서 예식의 처음과 끝에 주례자가 입장하고 퇴장할 때 교우들은 일어서는 것이다.
또한 선 자세는 ‘기도하는 자세’이다. 성서에서도 기도할 때 흔히 서서 기도했던 것들을 찾아볼 수 있다(마르 11,25; 루가 18,11-13 등 참조). 선 자세는 그리스도께서 죽음에서 일어나 부활하셨음을 상징하는 ‘부활과 기쁨의 표지’이다. 또한 ‘믿음과 희망으로 하느님 나라를 기다리는 자세’이다. 그래서 부활시기와 주일에는 주님의 부활을 기억하면서 기쁨에 넘쳐 그리고 희망을 갖고 서서 기도한다(삼종기도 등).
그 밖에도 선 자세는 또한 ‘깨어있는 자세’, ‘준비의 자세’, ‘활동에 임하는 자세’, ‘감사드리는 자세’를 의미하기도 한다.
② 앉는 자세는 ‘집중하는 자세’이다. 바른 몸가짐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정성이 담긴 기대와 관심으로 가득 차 있음을 나타낸다. 인간의 몸은 너무 오래 서있거나 무릎을 꿇고 있을 수는 없다. 반면에 앉으면 몸도 편안해지고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는다. 그래서 전례에서는 가르치거나 경청하는 자세로 곧게 앉는 자세를 취한다. 하지만 앉는 자세가 안락의자에 앉듯이 기울어진 느긋한 자세는 아니다.
③ 무릎 꿇는 자세는 ‘간청의 자세’이다. 누구에게 용서를 청하거나 무엇을 간청할 일이 있을 때 사람들은 무릎을 꿇거나 엎드린다. 물론 엎드리는 것(부복)은 꿇는 자세보다 더 큰 자세이다. 이 자세는 상대에게 나의 무력함을 인정하고 자비를 청할 때 취하는 자세이다. 이러한 자세는 이스라엘의 경배와 기도 자세이기도 했으며, 예수께서도 게쎄마니에서 기도하실 때도 그랬다(루가 22,41; 사도 7,60; 9,40; 20,36; 21,5 등 참조). 특히 꿇는 자세는 우리 한국교회에서는 거의 실행하지 않는다. 사목적인 이유 때문이다. 곧 더 많은 사람을 성당 안에 수용하려고 좌석들을 앞당겨 채움으로써 무릎을 꿇을 공간이 없어졌다. 하지만 꿇는 자세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통적인 자세로 중요하며, 기도를 더욱 깊이 맛들이기 위해 이 자세를 복원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전례의 여러 동작과 자세는 그 행위에 적합한 의미가 있다. 각각의 자세마다 그 의미를 담아 몸으로 표현하고, 그 표현된 자세를 통해 기도하는 마음을 담아 하느님께 드리는 것이다. 적합한 자세를 취하기 위해 그 뜻하는 바를 잘 이해하고 그 표현에 마음을 담아야 할 것이다.
전례 거행 안에서 자세를 여러 차례 바꾼다. 서있다가 앉기도 하고 꿇다가 일어서기도 한다. 변화되는 여러 자세들을 번거롭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더욱 능동적인 우리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나기정 다니엘 - 신부, 대구 가톨릭 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경향잡지, 2002년 9월호, 나기정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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