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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성당 축성미사 전례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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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0-30 조회수3,703 추천수0

성당 축성 미사 전례 해설

 

 

1997년 9월 21일! 이날은 우리 성당 모든 신자들의 마음에서 잊혀질 수 없는 날이었습니다. 서울 대교구장이신 김수환 추기경님을 모시고 하느님의 크신 축복속에 세워진 본당 헌당미사가 봉헌된 날이기 때문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첫문헌인 전례헌장은 가톨릭 전례의 중요성과 전례를 통한 그리스도의 현존을 강조하면서 “전례는 당연히 예수 그리스도의 사제직의 수행으로 간주된다. 전례 안에서 인간의 성화는 감각할 수 있는 표징으로 드러나고, 그것은 각각 고유한 방법으로 실현되며, 또한 그리스도의 신비체 즉 머리와 지체에 의하여 완전한 공식 흠숭이 수행되는 것이다”(8항)라고 정의하였습니다. 따라서 “전례는 교회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모든 힘이 흘러 나오는 원천”(10항)입니다.

 

우리는 전례를 통해 2천년 전 이스라엘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지금 이 자리에서 만나게 됩니다.  전례 안에서 시공의 격차는 놀라운 방법으로 극복되고 있습니다. 2천년 전 예루살렘에서 제정하신 성체성사가 지금 우리 성당 제단에서 행해지고, 그 안에 주님께서 현존하시기에 예수 그리스도와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거리를 일거에 해소해 주는 가장 확실한 길인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성당은 참으로 복된 곳입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집이고, 하느님 아버지께 자녀다운 흠숭을 드리는 곳이고, 성사를 중심으로 교회 공동체의 모든 전례가 행해지는 곳이고, 그럼으로써 하느님과 일치하고 신자들이 성화되는 거룩한 장소입니다.

 

성당 축성식은 모든 신자들의 노력과 기도의 힘으로 바로 이런 복된 집을 완성하여 하느님 아버지께 봉헌하는 것입니다. 단지 돌로 지어진 성당이 아니라 모든 신자들의 살과 피로 지어진, 그래서 당신의 살과 피를 기꺼이 내어 주시는 그리스도의 성체성사가 더더욱 의미있게 재현되는 사랑의 집입니다. 우리는 바로 이러한 사랑의 집을 봉헌한 것입니다.

 

성당봉헌미사 전례는 이런 의미들이 분명히 부각되고,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을 청하는 우리의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성당봉헌미사는 크게 보아 네 부분으로 나뉩니다. 제1부 개회식, 제2부 말씀의 전례, 제3부 성당봉헌기도와 도유예식, 제4부 성찬의 전례입니다. 그리고 성당봉헌미사에 앞서 간단한 예식이 있었는데, 이제 중요한 예식들의 의미를 간단하게나마 설명드리겠습니다.

 

 

1. 헌당전 행사

 

* 머릿돌 축복예식 : 성당의 머릿돌은 성교회를 튼튼한 반석위에 세우시려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신 그리스도를 의미합니다.  또한 시몬 바르요나의 신앙고백을 들으시고,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죽음의 힘도 감히 그것을 누르지 못할 것이다”(마태 16,18) 하신 예수님의 약속처럼 우리 모두도 그리스도의 사도로서 하느님 나라의 굳건한 반석이 되어 그리스도 왕국 확장에 도움이 되어야 함을 일깨워주는 것입니다.

 

* 성당문 개문예식 : 성당문은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현존하시는 집으로 나아감을 의미합니다. 요한복음 10장 7절 이하에서 “나는 양이 드나드는 문이다. … 누구든지 나를 거쳐서 들어오면 안전할뿐더러 마음대로 드나들며 좋은 풀을 먹을 수 있다” 하신 예수님의 말씀처럼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 아버지께 나아감을 뜻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서울대교구의 최고목자이신 추기경님께서 우리 성당의 문을 앞장서 열어주시고, 모든 양떼들이 목자이신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의 집에 기쁜 마음으로 찾아올 수 있도록 인도해주시는 예식입니다.

 

 

2. 헌당미사


제1부 개회식

 

* 성수축복과 성수를 뿌림 : 새 성당의 제단과 벽에 뿌릴 성수를 축복하고 뿌리는 예식입니다. 성수는 이미받은 세례성사를 기념하며 속죄하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례주교께서는 다음과 같은 기도를 바칩니다. “이 성수가 구원을 주는 세례의 상징이 되게 하시고 그리스도 안에서 세례를 받아 성령의 궁전이 된 저희로 하여금 이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할 모든 형제들과 더불어 천상 예루살렘에 들어가게 하소서.” 이어 주례주교께서는 성당벽과 신자들 사이를 한 바퀴 돌면서 성수를 뿌리고 성령의 궁전으로 택하신 우리 모두를 깨끗이 씻어주시길 기도합니다.

 

제2부 말씀의 전례

 

평소 주일과 마찬가지 순서로 진행됩니다. 다만 제 1독서만큼은 느헤미야서 8장의 말씀을 낭독합니다. 이 말씀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빌론의 유배지에서 돌아와서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파괴된 성전을 복구하고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내용입니다. 먼저 독서자는 미사독서책을 주례주교께 들고나오고. 주례주교께서는 “이 성당에서 항상 하느님의 말씀이 메아리칠 것이니 그 말씀은 저희에게 그리스도의 신비를 밝혀주고 교회를 통한 저희의 구원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하고 기도한 후 다시 독서자에게 건네줍니다. 이를 통해 구원의 말씀이 우리 성당안에서 울려퍼지게 되고, 우리는 그 말씀에 귀를 기울이며 구원의 길로 나아가게 됩니다.

 

제3부 성당봉헌기도와 도유예식

 

* 성인호칭기도 : 성당봉헌예식을 시작하면서 먼저 주례주교께서는 우리 공동체와 함께 모든 성인들이 그들의 공로를 나누어 주실 것을 청하는 성인호칭기도를 시작합니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와 모든 성인들의 전구를 통해 모든 신자들이 하느님 아버지께 참된 예배를 드리며 스스로 사랑의 성전이 될 것을 기도하는 것입니다.

 

* 성당봉헌기도 : 주례주교께서는 성당에 성령께서 임하실 것을 청하시며 안수예절에 해당되는 성당봉헌기도를 바칩니다. 긴 기도문 안에서 그리스도의 아내요, 주님의 선택받은 포도원이요, 하느님께서 사람들과 함께 계시는 장막이요, 살아있는 돌들로 지어진 성전이며, 산마루에 서 있는 도시와 같은 교회를 거룩하게 하시고 항상 거룩한 장소로 지켜주시며, 영원히 그리스도의 성찬을 나누어받는 식탁이 되게 할 것을 간청합니다. 또한 하느님의 자녀들이 죄에 대하여 죽고 천상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며, 세상 구원을 위한 끊임없는 기도가 바쳐지기를 간구합니다. 그럼으로써 모든 이들이 하느님의 자녀다운 품위를 갖추고 천상 예루살렘에 이르길 기원하는 기도입니다.

 

* 제단과 성당벽의 도유 : 주례주교께서는 제단과 성당 벽에 크리스마 성유를 도유합니다. 이 도유예식을 통해 성당이 세상에서 성별되어 거룩한 곳으로 봉헌되었음을 알리고, 크리스마 성유를 바름으로써 제대와 성당이 모든 사람에 앞서 기름부음을 받으신 그리스도의 상징이 되도록 합니다. 주례주교께서 먼저 제단 가운데와 네 모서리를 도유하고, 이어 성당벽 좌우 12개의 기둥에 크리스마 성유를 바릅니다. 이 12개의 기둥은 교회의 기둥이 된 12사도를 의미하고 이스라엘의 12지파, 즉 교회를 구성하는 모든 하느님 백성 공동체를 상징합니다.

 

* 제단과 성당의 분향 : 향을 피우는 것은 곧 하느님께 봉헌됨을 뜻합니다. 미사가 거행되는 제단와 미사를 주례하는 사제 자신과 성당 건물과 우리 모두는 향을 받으며 하느님께 봉헌되는 제물이 됩니다. 향의 연기는 그리스도의 제사가 향기로이 하느님께 오르고 있음을 뜻하고, 속죄와 감사의 기도가 하느님 어전에 오르고 있음을 뜻합니다. 또한 우리의 기도가 좋은 향기로서 하느님께 올라가는 것을 뜻하며, 우리 또한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산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 제단과 성당의 조명 : 분향으로 성당봉헌예절이 끝나면 신자들은 정성껏 성체성사가 거행될 제단을 꾸밉니다. 먼저 주임신부는 신자들로부터 제대포를 받아 제단에 깔고, 이어 신자들이 촛대와 십자가, 그리고 꽃을 봉헌합니다. 제단이 완성되면 주례주교께서는 주임신부에게 촛불을 건네주며, 이 빛을 교회가 반사하고 교회를 통해 전인류가 진리를 깨닫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주례주교의 기도가 끝나고 바로 제단의 촛불이 점화되면서 성당내의 모든 조명이 하나하나 밝혀집니다. 이는 빛으로 오신 그리스도를 찬미하고, 우리 또한 이 세상의 빛이 되어 살아야 함을 일깨워주는 예식입니다.

 

제4부 성찬의 전례

 

모든 신자들의 정성과 기도로써 봉헌된 성당에서 주례주교께서 첫미사를 봉헌합니다. 이 미사를 통해 새로 축성된 성당은 성체성사가 거행되고 성체가 모셔진 거룩한 하느님의 집이 됩니다.

 

이렇게 우리 역삼동 성당은 김수환 추기경님을 모시고 하느님의 크신 축복 속에서 장엄한 성당봉헌미사를 거행했습니다. 우리 성당은 단순히 벽돌로 지어진 성당이 결코 아닙니다. 우리 모든 공동체의 땀과 기도로 지어진 너무나 소중한 은총의 공간입니다. 그리고 성령께서 거쳐하시는 거룩한 성전인 우리 자신의 모습을 비춰주는 맑은 거울과도 같은 곳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당에 들어설 때마다 한없는 사랑으로 우리를 감싸주시는 하느님의 자비를 느끼고, 그분과 더욱 깊이 일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장엄한 예식으로 봉헌된 새 성당에서 우리의 신앙생활도 쇄신되고 보다 성숙될 수 있도록 늘 마음모아 기도하고 실천합시다. 그럴 때 우리 성당 공동체는 이 세상에 그리스도의 현존과 복음의 가치를 증거하는 빛과 소금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역삼동 성당 축성미사를 기념해서 본당 잡지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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