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상징] 전례 동작 | |||
---|---|---|---|---|
이전글 | [미사] 미사 예물 | |||
다음글 | [상징] 전례복, 제의 | |||
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4-11-09 | 조회수5,462 | 추천수1 | |
전례 동작 (1)
전례는 거룩한 표지(언어, 동작, 사물)를 통해 거행함으로써 그리스도께서 이룩하신 구원 업적을 현실적인 사실로 실현시켜 하느님을 경배하고 인간을 거룩하게 하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구원 업적을 표현하는 표지 중의 하나인 전례 동작은 무엇보다도 전례의 이러한 성화와 공경이라는 목적과 기능에 맞아야 한다. 그런데 하느님의 구원 업적이 다양하듯이 이를 표현하는 전례 동작은 다양하다. 표현 방법 자체도 크게는 나라마다 작게는 개인마다 다르다. 전례는 내용과 행위자에 따라 다양성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례는 그리스도 안에 한 몸을 이루는 하느님의 백성이 같은 믿음을 표현하는 행위라는 특성상 그 표현은 일치성을 또한 전제로 한다. 결국 전례 동작은 일치 속에 다양성을 드러내는 것이어야 한다.
서는 자세
존경을 표시하는 자세 : 사제나 부제가 복음을 봉독 할 때에는 하느님께서 직접 말씀하심을 드러내기 때문에 하느님께 대한 존경의 표시로 서서 경청한다. 이스라엘 백성도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때에 서 있었다(출애 20, 21 ; 느헤미아 8, 5 ; 에제키엘 2, 1 ; 다니엘 10, 11).
이러한 존경의 자세는 하느님을 대리하여 전례를 집전하는 사제에게도 드러난다. 그래서 예식의 처음과 끝에 주례자가 입당하고 퇴장하면 신자들은 일어선다.
하느님께 대한 존경의 자세는 누구보다도 제단 봉사자들 특히 사제에게 필요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백성을 대표하여 하느님을 섬기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는 자세는 제단 봉사자들의 기본자세이다.
가장 보편적인 기도 자세 : 성서에 보면 기도할 때 흔히 서서 하였다(마르코 11, 25). 그리고 카타콤바의 벽화나 조각, 초세기의 저서들을 보면 그 당시의 신자들은 흔히 서서 기도하였다. 니체아 공의회는 서서 기도하는 부분을 법으로 정하기도 하였다.
부활과 기쁨의 자세 : 그리스도께서는 죽음에서 일어나셨으며 우리도 그분을 통하여 부활하여 일어났다. 초 세기부터 서는 자세가 부활과 기쁨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으며 오늘날에도 그런 의미로 부활시기와 주일에는 서서 기도하는 경우가 많다(삼종기도 등).
앉는 자세
인간은 몸의 구조상 오래 서 있거나 꿇어 있으면 쉽게 피로를 느끼는 반면 앉으면 몸도 편안해 지고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는다. 즉 올바른 자세로 앉아 있다는 것은 바른 몸가짐을 나타내는 것일 뿐 아니라 정성이 담긴 기대와 주의력으로 가득 차 있음을 드러낸다. 그래서 전례에서는 가르치거나 경청의 자세로 앉는 자세를 취한다.
가르치거나 훈계하는 자세 : 주교는 서품, 견진 예식, 미사 등 각종 예식 중의 훈화 부분에 흔히 앉아서 한다.
경청하는 자세 : 전례 중에 복음을 제외하고 성서를 봉독 할 때에나 사제의 강론 때에 신자들은 앉아서 경청한다. 그리고 성서 봉독 후나 영성체 후에도 모든 신자들은 앉아서 침묵 중에 주님과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고요한 가운데 들려오는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인다. [가톨릭신문, 2004년 8월 29일, 정의철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장)]
전례 동작 (2)
무릎 꿇음
보편적 경배 및 기도 자세 : 두발로 서는 존재인 인간이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스스로를 낮추고 작게 만드는 겸손의 몸짓이자 상대방에게는 존경을 드러내는 동작이나 자세이다. 하느님은 더 없이 높으시고 거룩하시며 우주와 인간을 창조하신 분이기에 인간이 그분 앞에 나설 때에는 자연히 경배의 자세로 무릎을 꿇게 된다. 이러한 자세는 이스라엘의 경배 및 기도 자세였으며, 예수께서도 게쎄마니에서 기도하실 때에 무릎을 꿇으셨다. 그밖에 사도행전은 스테파노(7, 60), 베드로(9, 40), 바오로(20, 36), 띠로의 신자들(21, 5)이 무릎을 꿇고 기도하였음을 전하고 있다.
오늘날 교회에서도 이 자세를 도입하여 하느님과 그분의 현존 표시인 성체, 제대, 십자가, 복음서 등과 몇몇 기도문(성탄과 주의 탄생 예고 대축일의 신앙고백 중), 수난기 봉독 중의 주님의 운명 대목 등에서 무릎을 꿇는다.
뉘우침을 드러내는 표지의 자세 : 인간이 자신의 죄 많은 처지를 생각하고 뉘우침을 드러내는 표시이다. 이런 면에서는 부활과 기쁨을 드러내는 서는 자세와는 정반대의 의미를 지닌다.
하느님의 도움을 청하는 간청의 자세 : 인간은 겸손 되이 무릎을 꿇고 기도함으로써 간절한 원의를 드러낸다. 피정이나 특별기도 행사를 시작할 때 외는 "임하소서, 성령이여(Veni Creator Spiritus)"의 첫 귀절도 그런 의미에서 무릎을 꿇고 바친다. 또 성금요일의 장엄기도 때에 무릎을 꿇는 것도 같은 뜻을 지닌다. 그런데 한 쪽 무릎을 꿇는 것은 두 무릎을 꿇는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한 동작이 아니다. 그래서 한국 주교회의에서는 이러한 동작을 고개를 숙이는 동작으로 바꾸었고, 오늘날 우리는 성체, 제대, 십자가, 복음서 등에 고개를 숙이는 동작을 취하고 있다.
고개 숙이고 허리 굽힘
이 동작은 동서를 막론하고 인사 때에 흔히 쓰이는 존경의 표시이다. 그 의미도 무릎을 꿇는 자세와 대동소이하게 심도의 강약은 굽히는 행위의 심도로 표현된다. 전례에는 한쪽 무릎을 꿇는 동작보다 먼저 들어 왔으며 오늘날에도 널리 쓰이고 있다. 미사 때 예물을 받아 드리기를 청하는 사제의 기도("주 하느님, 진심으로 뉘우치는 저희를 굽어보시어…"), 사제의 영성체 준비기도, 시작 예식과 마침 예식 때의 제대에 대한 인사 등에 이 동작을 취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한 쪽 무릎을 꿇거나 입맞추는 풍습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동작을 모두 고개를 숙이거나 허리를 굽히는 동작, 곧 작은 절이나 큰 절로 통일시켰다. 그래서 제대나 복음서에 입맞춤, 성체 성혈 거양 후나 사제의 영성체 전에 무릎을 꿇는 동작이 모두 큰 절이나 작은 절로 바뀌었다.
손을 모음, 올림, 벌림
손을 모음 : 경건, 겸손, 봉헌의 표시이며 다른 동작(미사 때 사제가 예물에 대한 축복, 안수 등)을 취하기 위한 준비 자세이기도 하다.
손을 벌림, 올림 : 올리는 기도, 간청 등의 자세로 일반적으로 주례자의 기도와 연관되어 있다. 두 손을 높이 펴들고 기도하는 자세는 거의 대부분의 민족에게서 발견되는 가장 보편적인 기도 자세 중의 하나이다. 성서에서도 이런 기도 자세를 자주 언급하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보아 손을 펴드는 자세는 높이 계신 하느님께 향하고 그 분의 도움을 바라는 자세이다. [가톨릭신문, 2004년 9월 5일, 정의철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장)]
전례 동작 (3)
안수
손은 사람이나 사물과 접촉하는 대표적인 기관이다. 그래서 안수는 가장 오래된 예배 동작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특히 그리스도교에서는 성서의 영향을 받아 안수를 하느님의 영, 하느님의 힘, 또는 하느님의 권한을 부여하는 표시로 축성, 축복 등의 예식에 많이 사용하고 있다. 특히 견진, 성품, 참회, 병자 도유 등 성사 예식의 핵심 동작으로 간주하고 있다.
행렬
많은 사람이 줄을 지어 함께 걷는 행렬은 공동으로 의지, 소망을 표시하거나 증거 하는 동작이다. 그래서 기쁨과 슬픔, 소망, 증거, 축제, 환영, 존경, 하느님께 나아감 등의 의미로 교회 전례 안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교회 박해가 한창이던 초세기에는 이러한 행렬이 장례 행렬 등 일반화된 예식 외에는 사실상 불가능하였다. 그러다 4세기 이후 종교 자유가 주어지자 황제나 개선 장군 행렬 등이 교황 및 주교의 입당 및 퇴장 행렬에 서서히 적용되었다. 이 행렬은 차츰 교우들에게도 확산되어 순교자 묘지나 기념 성당을 참배할 때 행렬을 이루곤 하였다. 이러한 행렬은 4~6세기에 정착되면서 미사, 성인 유해 운반, 주교 영접, 특별기도, 성체 축일(14세기 이후)에 시행되었다.
현행 예식에서는 다음의 경우에 행렬을 한다 : 성체 행렬, 2월 2일의 주님 봉헌 축일 미사 전 빛의 행렬,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의 입성 행렬, 미사 때의 입당, 복음서 봉독, 예물 봉헌, 영성체 및 퇴장 행렬.
행렬 때에는 일반적으로 동반 성가가 따른다.
십자 성호
십자가는 고대 중동 지방의 사형 도구였으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희생되신 이후 그리스도교 신앙의 상징이 되었다. 그래서 교회는 이미 초세기부터 여러 형태의 십자 표시를 전례나 사적 기도 등에 애용하였다. 십자 표시에 대한 최초의 증언은 2세기 중엽의 떼르뚤리아노가 언급하는데, 입교 예식의 첫 단계인 예비신자를 받아들이는 예식 때에 예비신자의 이마에 십자표를 그렸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예비신자 예식, 견진 예식, 복음 봉독 등에 이마 또는 복음서에 십자 표시를 한다.
이마와 입술 및 가슴에 십자를 긋는 양식을 작은 십자 성호라고 하는데 중세기 이전부터 애용되었으며 전례 안에 들어온 것은 12세기 이후부터이다. 현재는 복음 봉독 직전에만 사용되고 있다. 이에 대한 해설은 많은데 대체적으로 복음의 말씀을 머리로 깨닫고, 입으로 선포하며, 마음으로 받아들여 실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사람이나 사물에 십자표를 긋는 형태는 4~5세기부터 안수의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하였으며 축복, 축성, 사죄, 구마 등 여러 의미가 있다. 현행 예식에서는 성체 축성, 참회 예식의 사죄, 각종 예식 끝의 파견 축복, 사물 축복 등에 나타난다.
이마와 가슴 및 양 어깨에 긋는 본 의미의 십자 성호는 5세기경부터 나타나지만 전례나 개인 등에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은 13세기경부터이다. 이마와 가슴 및 양 어깨에 십자 성호를 긋는 뜻은 이들 기관이 인간의 몸과 마음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 십자 성호는 전례나 개인기도의 시작과 끝, 하루 일과나 각종 활동의 시작과 끝 등에 널리 쓰인다.
이러한 모든 종류의 십자 표시는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구원을 완성하신 그리스도를 상징하기 때문에 자체로 가장 짤막하고 명확한 신앙 행위가 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이러한 십자 표시를 통해 인간에게 생명과 부활, 빛과 구원을 이룩하신 그리스도의 인성, 특히 그분의 수난과 부활을 믿고 고백하며 생활 속에 실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가톨릭신문, 2004년 9월 12일, 정의철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