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8월 7일 연중 제18주간 토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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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0-08-07 | 조회수3,724 | 추천수46 | 반대(0) 신고 |
8월 7일 연중 제18주간 토요일 - 마태오 17,14-20
“주님, 제 아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한 걸음만 더>
성난 바다, 산더미 같은 파도에 무게 중심을 잃고 난파되는 여객선 위,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이 있습니다.
‘꽉’ 붙잡는 사람입니다. 난간이든, 로프든, 구명보트든, 떨어져나간 문짝이든, 자신의 생명을 유지시켜줄 뭔가를 꽉 붙드는 사람은 일단 생명을 건집니다.
그런데 뭔가 붙들긴 붙들었는데, 엉뚱한 것을 붙드는 사람들, 썩은 동아줄이나, 물에 즉시 가라앉는 쇠판이나, 별 도움 되지 않는 것들은 아무리 꽉 붙들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인생의 크나큰 풍파를 만났을 때, 엄청난 삶의 파도 앞에서 끝까지 견뎌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 역시 ‘꽉’ 붙잡는 사람입니다.
붙들긴 붙들었는데, 엉뚱한 것을 붙들면 역시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약한 것을 붙들면 힘이 되지 않습니다.
인간을 붙들 때, 인간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 때, 역시 한계가 있습니다. 실망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의지처로 가장 든든한 의지처는 역시 하느님이십니다. 뭐니뭐니 해도 하느님을 붙잡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입니다. 하느님께 매달리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오늘 복음 등장하는 간질환자의 아버지는 온몸으로 이런 체험을 한 사람으로 여겨집니다.
간질질환에 시달리는 아들, 정말 눈뜨고 볼 수 없었습니다. 병세가 악화됨에 따라 수시로 발작을 일으켰습니다. 집안에 있을 때는 그나마 안심인데, 부엌 화롯가에서, 마을 개천가에서 발작이라도 일어나면 걱정이 태산입니다. 그러다보니 아버지는 늘 아들 곁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혹시라도 일어날 불상사 때문에 밤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습니다.
이런 아들 병의 치유를 위해 아버지는 별의 별 사람들을 다 찾아다녔을 것입니다. 당대 민간요법의 대가, 당대 최고의 무속인, 당대 최고의 의술을 자랑하는 의사...
그러나 남은 것은 또 다른 실망과 상처뿐이었습니다.
이런 아버지가 오늘은 마지막 희망을 안고 예수님을 찾아옵니다. 반드시 치유시켜주시리라는 확신과 함께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그리고 남아있는 모든 힘을 다해 외칩니다.
“주님, 제 아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최선을 다해도 방법이 없었던 간질환자의 아버지였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간 그였기에, 강한 믿음과 확신을 지니고 있었던 그였기에, 하느님 은총이 손길이 아이머리 위로 내립니다.
살다보면 너무나도 큰 절벽 앞에 설 때가 있습니다. 나로서는 정녕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는데도 결과는 초라합니다.
그럴 경우 한걸음만 더 나아가보십시오. 조금만 더 나아가보십시오. 거기 사랑의 하느님께서 기다리고 계실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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