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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공의회는 끝나지 않았다: 전례1 - 공의회의 전례개혁 정신과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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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08 조회수2,140 추천수0

[공의회는 끝나지 않았다] 전례 1. 공의회의 전례개혁 정신과 한국교회


방관자 구경꾼에서 ‘주체’로

 

 

-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강조한 쇄신과 적응에의 요청은 ‘전례’분야에서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드러났다. 사진은 공의회 이전 미사전례 모습(위)과 이후의 모습.

 

 

“지난주에 예배당에 가서 ㅈ목사 설교 들었는데 정말 가슴에 와 닿더라고.”

 

“가끔씩 기독교방송 보는데…. 왜 우리 교회엔 저런 사람이 없을까.”

 

신자들 사이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이런 대화는 한국 교회가 겪고 있는 위기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나마 ‘말씀’에 대한 갈증을 지닌 신자들마저 목마름을 채울 탈출구를 교회 외부에서 찾고 있는 현실은 교회에 뼈아픈 자기성찰을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신앙의 위기는 ‘전례의 위기’와 긴밀한 관계에 있다. 이에 따라 교회 역사상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부를만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도 ‘전례’에서 출발하고 있다. 공의회가 내놓은 최초의 결실이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 ‘거룩한 공의회’(Sacrosanctum Concilium)였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전례헌장과 전례 개혁 정신

 

실제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추구했던 정신을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준 ‘아죠르나멘토’(aggiornamento, 쇄신?적응?현대화)는 ‘전례’ 분야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만큼 전례헌장은 극적인 요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극적이라는 의미는 이 문헌이 그 이전의 신자들의 전례 생활과 이후의 전례적 삶을 극명하게 구분지을 수 있는 면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전례를 비롯한 각종 교회 생활에서 ‘구경꾼’으로 전락해있던 신자들의 위치를 동등한 협력자의 자리로 끌어올린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말이다. 공의회를 통해 신자들은 성직자, 수도자와 함께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사랑’이라는 하나의 끈으로 이어진 존재임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신자들의 삶에 엄청난 변화와 쇄신을 가져온 공의회의 전례 개혁은 이전까지 전례에 사용되어온 공식 언어인 라틴어로는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신자들에게 명료하게 이해시키기 점점 힘들어짐에 따라 말씀이 명확하게 선포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른 것이다. 이 필요성은 공의회를 준비하는 동안 전 세계 개별교회 등에서 교황청에 보낸 9000쪽이 넘는 제안들 가운데 4분의 1이 전례에 관한 문제였다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가 끝난 지 꼭 400년 뒤에 반포된 전례헌장은 전례의 본질과 의미를 밝히고 전례 전반에 관한 쇄신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면서 특별히 전례 공동체의 능동적인 참여, 전례의 현대화와 토착화 등 ‘공동체 사목’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전례헌장은 전례의 본질에 대해 “전례 안에서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말씀하시며 그리스도께서 여전히 복음을 선포하고 계시며, 백성은 하느님께 때론 노래로 때론 기도로 응답한다”(33항)며 전례가 하느님의 말씀과 인간의 화답으로 이루어진 대화임을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신자들은 하느님 말씀으로 교육을 받고, 주님 몸의 식탁에서 기운을 차리고,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날이 갈수록 하느님과 일치하고 또 서로서로 일치하여 하느님께서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이 되시도록 하여야 한다”(48항)는 등 전례에 대한 구체적 설명과 지침을 주고 있다.

 

이렇듯 급변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교회의 쇄신과 갈라져 있는 ‘그리스도 교회들의 일치’라는 공의회의 두 가지 큰 목표를 담아낸 ‘전례헌장’은 전례의 능동적 참여를 촉진시키기 위해 전례의 쇄신과 육성책을 강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헌장은 각 지역교회의 전통적 문화와 현실적 상황을 고려해 쇄신과 개혁을 이룰 것을 요청하면서 이를 특별히 토착화의 필요성과 긴밀하게 연결시키고 있다. 나아가 능동적인 전례 참여를 위해서 전례헌장이 제시하는 가변적 요소를 최대한 민족 특성에 따라 적응시킴으로써 전례의 공적 특성과 예배적 특성을 종합하고 민족 문화와 조화, 일치함으로써 선교적 의미와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통해 헌장은 공의회 기본정신인 불변적 요소와 가변적 요소 안에서 통일성과 다양성의 원리라는 현대를 향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상과 현실

 

한국 교회는 공의회 이후 교회 생활과 신앙 생활에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면모들을 보여 왔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교회 안에서는 공의회가 요청한 변화와 쇄신의 이상들을 실현하기에는 먼 길을 가야 하는 모습들이 발견되고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토착화’는 복음화의 핵심 과제가 되었으며 각 지역과 문화에 따른 전례의 새로운 적응은 복음화를 이루고자 하는 그리스도인들 사명의 핵심이 되었다. 그러나 토착화가 어떤 편리함을 이유로 요청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말씀의 강생을 구체적인 시간과 공간 안에 계속되는 교회의 본질에서 찾고자 하는 것임에도 이를 망각하는 상황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달리 말해 한국 교회가 한국 고유 문화를 이해하고 이에 적응하고 쇄신해 나가려는 노력이 부족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고유한 문화적 요소들을 전례에 반영하려는 노력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변경할 수 있는 그 제도들을 우리 시대의 요구에 더 잘 적응시키고,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이의 일치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증진하고, 또 모든 이를 교회의 품으로 부르는 데에 이로운 것은 무엇이든 강화하려고”(1항) 한다는 공의회의 의도는 결국 시대 징표에 따라 신자와 교회의 끊임없는 쇄신에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신자들이 함께 지고 가야 할 십자가를 돌아보게 한다.

 

 

◎ ‘사목’ 3월호 전례 특집 주요 내용

 

‘사목’지 3월호는 ‘전례’와 관련한 8편의 글을 통해 전례의 의미와 전례를 둘러싼 현실을 조명하며 올바른 전례를 위한 다양한 제안을 하고 있다.

 

‘전례 정신의 양성을 위하여’(이연학 신부)는 오늘날 교회가 겪고 있는 신앙의 위기가 ‘전례의 위기’와 긴밀한 관계에 있음을 들려준다. 이 글에서 이신부는 전례 영성이 교회 안의 수많은 영성들 중 하나가 아니라 그것들의 토대요 준거가 되는 것이며, 하느님 백성에게는 ‘선택 과목’이 아니라 ‘필수 과목’임을 확인시켜 준다.

 

‘말씀이 말씀을 선포하도록’(양승국 신부)이란 글은 신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강론의 유형을 보여주고, 강론 시간은 말씀이 사제의 입을 통해 육화되고 육화된 말씀의 씨앗이 또 다시 신자들 마음 안에 뿌려지는, 말씀으로 충만한 시간이라는 의미를 일깨워준다.

 

‘본당 사목자는 주일 미사 전례의 총감독’(배기현 신부)은 미사에서 사제의 역할 가운데 특별히 강론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강론에 본당 사목자로서 한 주간 동안 신자들과 살아온 흔적이 녹아 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배신부는 강론과 관련한 사제의 자세를 지적하면서 한 주간 동안 사목자와 공동체의 전체적인 삶이 강론의 기초 자료가 되어야 한다며 신자들의 삶에 바탕을 둔 강론을 제안한다.

 

‘풍성한 미사 전례를 위한 본당 공동체의 준비’(나기정 신부)에서 필자는 신자들의 능동적인 전례 참여를 위해서는 준비와 교육이 이뤄져야 함을 밝히고 이 가운데 성당의 조명과 음향 장치 등 환경적 요인도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음을 제시한다. 아울러 신자들이 전례에 심취하고 전례적 동화를 이룰 수 있도록 내·외적, 인적 조건과 환경을 조성하는데 사제의 배려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개혁 정신과 전례적 삶’(김훈 신부)에서는 전례가, 교회가 자신의 정체성과 사활이 걸려있는 본질적인 사명을 이루어가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지니고 있음을 강조한다. 나아가 전례를 하지 않으면 그리스도인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망각하게 되고 신자로서 살아갈 힘과 용기를 주는 원천을 스스로 막아버리는 것이 됨을 지적한다.

 

미사 전례 안에서의 성가의 의미와 과제 등을 살피고 있는 ‘성대하고 풍요로운 미사 전례 성가를 바라며’(윤용선 신부)는 미사 전례 안에서의 음악의 기능이 미사에 봉사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따라서 종종 노래나 악기 연주로 인해 전례의 흐름이 방해받거나 단절됨으로 인해 빚어지는 문제 상황을 되돌아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로마 전례 개혁의 내적 원리’(신호철 신부)는 로마 전례가 본질상 부단한 개혁(reformatio)을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글에서 필자는 전례의 본질이 인간의 구원 체험이라는 성사성이고 이 성사성이 가변적인 인간의 감성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기에 전례가 본성적으로 각각의 변화된 인간적 환경에 알맞게 ‘적응’하면서 부단히 혁신해가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것임을 확인시켜 준다.

 

[가톨릭신문, 2007년 3월 4일, 서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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