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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새 미사 전례서 및 총지침(2002년)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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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10 조회수5,778 추천수0

[이 달의 전례] 새 ‘미사 전례서’ 및 총지침(2002) 소개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전 400년 동안 가톨릭교회 중심 전례를 이루었던 트리엔트 공의회 미사의 핵심이 되는 신학적 관점은 바로 “미사는 제사이다. 미사는 그리스도의 피 흘리신 십자가 제사의 피 흘림 없는 재현 또는 현존이다.”하는 관점이었습니다. 사실 미사의 본질에 상응하는 이해를 위해서는 다른 관점들도 강조되어야 하고 사정에 따라서는 다른 관점들, 그러니까 만찬으로서의 성찬례, 기념과 선포로서의 성찬례, 감사로서의 성찬례, 공동체 잔치로서의 성찬례, 종말론적 잔치로서의 성찬례 등의 관점들이 미사의 고유한 내용들을 표현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였거나 침묵하였습니다. 미사의 본질을 주로 제사성에만 두었습니다.

 

우리가 이러한 일방적인 이해의 직접적인 원인을 추적해 보면 트리엔트 공의회에 도달합니다. 1562년 9월에 개최된 제22회기의 미사에 대한 가르침에서 트리엔트 공의회는 그 진술의 중심에 제사 성격을 놓았으며 그와 함께 다른 신학적 논의들은 오늘날 우리 시대에까지 크게 다루어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트리엔트 공의회 교부들이 제사 사상을 중심으로 놓았다고 해서 그들을 곡해하거나 나쁘게 이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교회의 모든 가르침과 마찬가지로 이 문제도 어떤 특정한 상황 하에서 논의되어졌으며, 분명한 상대를 두고 방향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얼마만큼 양극화되고 경계가 지어졌습니다. 공의회의 결정사항들을 펼쳐보면 이 회의가 언제나 종교 개혁가들의 특정한 선언에서 시작되었으며 그런 다음 실제로 또는 유추해서 종교 개혁가들에 의해 설정된 주제들에 맞서는 가톨릭의 가르침(교의)을 개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의회 교부들은 미사의 제사성을 반대하는 종교 개혁가들의 공격을 방어하는데 부단히 투쟁했습니다.

 

처음부터 루터는 미사에 관한 중세 후기의 교의적 정언과 미사본문에 맞서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미사에서, 본문에서 그리고 예식에서 어떻게든 제사성을 풍기는 모든 부분을 없애버렸습니다. 따라서 루터는 예물봉헌(offertorium) 부분의 모든 본문과 예식을 거부했습니다. 왜냐하면 예물봉헌 부분이 그리스도가 아니라 그 대신 인간이 그리스도 제사의 일회성을 거스르고 동시에 그리스도 제사 옆에 인간의 제사가 자리하고 있음을 말한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서 루터는 자신의 성찬식 개혁에서 성찬 제정과 축성문 앞까지의 로마 전문(감사기도 제1양식)을 삭제했습니다. 그는 감사기도가 미사 안에서 그리스도를 봉헌하는 것이 아니라 미사를 인간의 제사로 만드는 쓰레기와도 같은 것으로 보았던 것입니다. 우리 인간이 제사를 바칠 수 있다는 의미에서의 이 같은 완전한 거부 뒤에는 자연히 루터의 의화론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어떤 공로를 통해서가 아니라 오직 그리고 유일하게 신앙으로서만이 인간이 구원된다는 점(“Justus ex fide vivit” : 로마 1,17)입니다.

 

제사성격에 그렇게 집단적으로 반대하는 양극화된 유사한 진술들은 모든 종교 개혁가들에서 발견됩니다. 그러나 이는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지 않은 진술들로서 실제로 중세 후기에는 미사의 이해에 있어서 극단적인 폐해가 백성들 사이에 널리 유포되어 있었습니다. 미사는 동시에 모든 것, 모든 이를 위한 마술지팡이였습니다. 미사 도중에 사람은 더 이상 늙지 않을 것이고, 불쌍한 연옥영혼은 미사가 진행되는 시간에는 고통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임산부에게 미사는 착한 자녀를 얻게 해주고, 누가 누군가를 없애버리고 싶다면 적을 위해 연미사를 지내게만 하면 되었었습니다.

 

거의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미신과 그에 상응하는 마술적인 해석이 미사와 관련되어 있었고 미사를 가능한 모든 원의를 바칠 수 있는 공로가 되는, 보답을 얻어 낼 수 있는 무기로 등장시켰습니다. 미사의 효과 곧 열매를 일방적으로 강조함으로써 사람들은 미사 한대로써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이해하게 했습니다. 미사예물을 많이 내면 낼수록, 미사를 지불하기 위해 기금을 유산으로 많이 남기면 남길수록 영혼이 보다 빨리 천국에 올라간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종교 개혁가들은 제사성을 반대하는 투쟁에서 철저하게 모든 것을 거부함으로써 나쁜 점과 함께 올바른 관점마저도 다 던져 버렸습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에 직면하여 트리엔트 공의회가 미사의 제사성을 직접적으로 강조하고 엄숙하게 교의로써 뒷받침했음은 이해할 만하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의회는 종교 개혁가들에 의해 말해진 것들에 대해 의견을 나눌 어떠한 동기도 보지 못했습니다.(미사의 폐혜 등에 대해 : H. Jedin. 트리엔트 공의회사IV. S 189-190 참조)

 

그 결과로서 트리엔트 공의회는 마찬가지로 미사의 제사성을 특별히 방어하고 엄숙하게 문헌으로 확정지었습니다. 종교 개혁가들에 의한 일방적인 거부는 마찬가지로 공의회를 통해서 제사성을 일방적으로 강조하게 만들었습니다.

 

교회사 안에서는 언제나 그러했습니다. 반대자로부터 공격받고 의문시되는 것, 그것을 사람들은 방어하고 특별한 어조로 강조했습니다. 그러기에 그에 따른 다른 관점들은 자연히 잊혀지거나 뒷전에 자리 잡을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 인간은 결코 전(全)진리를 모든 관점 하에서 파악하고 이해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우리는 언제나 한 단면으로 만족해야만 합니다. 우리가 한 단면만이 중요시되고 전 진리가 중요시되지 못하고 있음을 망각하지 않는 한 그것은 그리 잘못된 것이 아닐 것입니다.

 

이에 비해 우리가 만일 그러한 하나의 부분적인 정언을 동시에 절대화시킨다면 그것은 잘못일 것입니다. 바로 이 점이 트리엔트 공의회 이후의 미사의 본질 이해에서 드러났습니다. 미사의 이해에 있어서 식사특성과 기념적 특성은 잊혀졌고, 오직 제사성만이 알려져 미사에 대한 모든 진술의 그 중심에 놓여졌으며 그러한 이해가 불행히도 오늘날까지 그 일방성을 새겨 놓았습니다.

 

그러면 성찬례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 중대한 의미를 가져다주는 또 다른 관점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만찬으로서의 성찬례, 기념과 선포로서의 성찬례, 감사로서의 성찬례, 공동체 잔치로서의 성찬례, 종말론적 잔치로서의 성찬례 등의 관점들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관점들은 희생제사로서의 성찬례라는 관점과 마찬가지로 예수님 이후, 사도시대 이후 항상 간직해온 관점들이었습니다. 이제 이러한 관점들을 새로이 발견하여 담고 발행한 것이 바로 제 2차 바티칸 공의회 후에 나온 지금의 미사경본입니다.

 

현행 미사경본은 1970년 3월 26일에 출판된 것으로써 그 전의 미사경본인 비오 5세 미사경본이 1570년에 나왔으니 자그마치 만 400년 만에 가톨릭교회의 미사경본이 바뀌었던 것입니다. 총지침은 1975년에 나왔습니다. 한국어 미사경본은 1975년 9월 8일에 공식적으로 주교회의 명의로 발행되었으며 그에 따른 한국어 미사경본 총지침은 1979년에 초판이 발행되었습니다.

 

2002년 교황청에서 새 미사 전례서(미사경본)를 발행하였습니다. 그 이전에 2000년 대희년에 로마 미사 전례서 총지침을 만들어서 인터넷에 올려 전 세계 교회의 의견을 청취한 후 2002년 로마 미사 전례서 총지침 표준판을 발행했습니다. 한국 주교회의 전례위원회에서는 새 미사 전례서를 우리말로 번역 중입니다. 하지만 완성본 출간은 아직도 많은 시간이 요구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1970년의 미사경본과 1975년에 나온 미사경본의 총지침 그리고 2002년에 나온 미사 전례서와 2002년 미사 전례 총지침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사실 내용상에 있어서 큰 차이는 없습니다. 새 미사 전례서는 1970년에 나온 미사경본에 비해 추가사항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사순시기 평일 미사 기도문 외에 백성을 위한 기도가 하나씩 추가되었고, 화해와 일치를 위한 4개의 감사기도문이 추가되었으며 어린이 미사가 함께 엮어져 있는 점 등 편성에 있어서 조금의 변화를 주었을 뿐 내용적으로나 신학적인 관점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새 총지침은 1975년에 나온 총지침의 여러 의문과 불분명한 내용들을 부연 지적하고 좀더 구체적인 지침을 주었으며 끝부분에 14개 항목에 걸쳐 교구의 주교와 지역교회의 주교회의가 결정할 사항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다음 내용들은 신자들이 미사전례를 함께 할 때 능동적인 참여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간략하게 요약해보았습니다.

 

1) 시작 예식 : 시작예식은 주례석에서 하는 것이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2) 미사 전례서(미사 통상문) : 사제 쪽에서 볼 때 좌측에 두어 교우들에게 성작과 성합을 바라보는 데에 가리지 않도록 배려하기를 요구합니다.

 

3) 인사 : 여러 양식으로 변화를 주기를 권하며 시작 권고 부분에서 사제는 그날 미사 전례의 주제를 간략하게 알려주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많은 경우 이 부분에서 미사 지향을 밝히거나 그것도 ‘이 미사는 누구누구를 위한 미사입니다.’라고 미사지향을 발표하는 것은 미사신학에 맞지 않으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미사 지향은 보편 지향 기도 안에서 표명되면 이상적입니다.

 

4) 본기도(모음기도) : 미사에는 항상 하나의 본기도만을 바칩니다.

 

5) 성서 봉독 : 반드시 독서대에서 봉독되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6) 화답송 : 평일에는 노래로 부르지 않을 경우 봉사자가 독서대에서 낭송하도록 하며 미사 해설자가 하는 것은 피하도록 권합니다.

 

7) 강론 : 강론은 원칙적으로 주례자 자신이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 공동집전 사제 가운데 한 사람이나 부제에게 맡길 수 있지만, 평신도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평신도 주일에 하는 강론은 사실 지역 주교회의에서 결정한 사항으로 자료를 만들어 제공하기에 직접 평신도가 강론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더욱이 타종교인의 강의나 강연 등을 강론시간에 하도록 배려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든지 허용될 수 없는 일입니다.

 

8) 미사의 공식 신앙고백문은 니체아 - 콘스탄티노플 신경입니다. 단지 짧다는 이유만으로 ‘사도신경’을 바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사도신경은 세례 양식문입니다.

 

9)보편 지향 기도 : 기도 바치는 적합한 장소는 독서대이며 신자들의 응답을 미사 전례서가 제시한 방법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시키면 좋습니다. 아울러 미사지향도 보편지향기도 안에 넣으시도록 권하며 이에 따라 평일미사에도 보편지향기도를 바치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10) 예물 기도 전 인도문(권고문) : 과거에는 예물기도를 시작할 때 신자들이 일어났으나 새 지침에 따르면 인도문을 시작할 때 바로 일어서도록 바뀌었습니다.(총지침, 146항) 그 이유는 예물기도 전 인도문은 다른 두개의 미사 기도문(본기도, 영성체후 기도)의 인도문인 “기도합시다”와 같은 성격이기 때문입니다.

 

11) 축성기원 : 공동집전 사제들은 예물을 향하여 그 기도가 끝날 때가지 손등을 위로 하고 양팔을 펴서 들어야 합니다. 성령 청원 축성기원문을 다 바칠 때까지 계속 손을 펴들고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12) 기념과 봉헌, 일치 기원 : 모든 공동집전 사제는 ‘기념과 봉헌’ 뿐만 아니라 ‘일치 기원’까지 계속적으로 주례사제와 마찬가지로 양팔을 벌리고 기도합니다.

 

13) 주님의 기도 : 모든 공동 집전자들은 다 함께 팔을 벌리고 회중과 함께 주님의 기도를 바칩니다. 뒤이어 오는 부속기도는 주례사제만 팔을 벌리고 계속 기도합니다.(총지침, 238항)

 

14) 영성체 : “신자들도 사제처럼 그 미사에서 축성한 성체로 주님의 몸을 받아 모신다.”(총지침, 85항) 영성체 때 감실에 보관하고 있던 성체를 신자들에게 영성체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신자들이 성찬례와 영성체를 분리시켜 생각할 수 있는 오류를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15) 감사 침묵 기도 : 영성체 후 기도를 바치기 전에 공지사항이나 여타 다른 사목적 행사나 신심행위 또는 사회적인 의식 일부를 행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장례미사 때의 추모식의 한 부분을 이 침묵시간에 이용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은 영성체 후 기도가 끝나고 난 후에야 행할 수 있습니다.

 

16) 마침 예식 : 공지사항, 강복 파견으로 이루어집니다.

 

[월간 빛, 2004년 7월호, 최창덕 F. 하비에르 신부(성바울로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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