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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축일] 예수 성탄 대축일(1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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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10 조회수2,619 추천수0

[이 달의 전례] 예수 성탄 대축일

 

 

성탄 대축일의 기원

 

초세기 교회는 오직 하나의 축제만을 지내고 있었는데, 그것은 주님이신 그리스도의 날 곧 교회가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죽음과 부활)를 거행했던 주간 첫날의 축제만 있었을 뿐이었다. 뒤이어 교회는 해마다 되풀이 되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기념일을 특별한 전례거행으로 강조하기 시작했는데, 바로 그리스도교 전례력의 근본이자 중심 축제가 되었던 연중 부활 축제였다. 이 축제는 3세기까지 교회의 중심 축제로 남아 있었고, 주님께서 인간 세상에 오신 것(예수 성탄)을 성대하게 지내기 시작한 것은 4세기부터이다. 그 당시 이 축일은 로마에서는 12월 25일에, 이집트에서는 1월 6일에 이교도들이 지내던 동지축제를 복음화하고 그리스도교화 한 기념이었는데, 좀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2세기 말경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는 “많은 사람들은 우리 주님의 탄생에 대하여 연도뿐만 아니라 날짜까지도 지나치게 정확히 정하고 싶어 한다.”고 증언하고 있다.

 

12월 25일에 예수 탄생축제를 거행했다는 그 최초의 문서는 로마에서 발견된다. 354년에 나온 연대기에 따르면 12월 25일은 ‘무적의 태양신 탄생일(Natalis Invicti 축제일)’로 표시되어 있다. 같은 연대기 안에 들어있는 보다 오래된 목록인 ‘로마 주교들의 사망일 목록’은 12월 25일을 ‘유대의 베들레헴에서 그리스도가 태어나심’이라고 적고 있다. 이 목록은 335/336년의 것이므로 로마에서는 성탄 축제를 이미 지냈다는 사실을 전제한다.

 

그렇다면 왜 교회가 그리스도 탄생축제를 12월 25일로 정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매우 단순하고 분명하다. 날짜에 관한 한 이 날은 이교도들에 의해 ‘태양의 출생일’또는 ‘태양신 탄생일’로 거행되어졌다. ‘무적의 태양신 탄생일’이란 명칭 아래 아우렐리우스 황제(270~275)는 팔미라의 여왕 제노비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 275년 전 로마제국에서 12월 25일에 ‘무적의 태양신’ 공경 축제를 지내도록 명령했다. 한편으로 12월 25일은 인간 심리적인 차원에서 보면 잘 고른 날이다. 동지는 태양의 힘이 그 한계점에 도달했고(일조량) 당시의 사람들은 이 현상을 태양의 마지막이 가까워졌다고 보았다. : 고대사회의 사고에 따르면 태양신이 암흑의 세력에 의해 정복되었다고 여겼다. 그러나 이제 날(낮의 시간)은 다시 길어지고 점점 태양신은 능력과 광채와 따뜻함을 다시 찾게 된다. 이것은 태양신이 무적이자 불멸의 신임을 보여준다. : 그러기에 태양신은 ‘무적의 신’이라 칭하고 축제를 거행했다.

 

이 날이 백성들의 심리에 얼마나 잘 맞아 떨어진 날인지는 로마가 그리스도교화 된 시대까지도 태양숭배 성향이 단순한 사람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레오 대 교황(440~461)은 무지한 신도들 사이에 퍼져 있었던 이교 축제의 나쁜 습성과 싸워야 했다. 그는 성탄설교에서 “우리의 이 축제일이 주님의 성탄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태양의 탄생을 공경하는 날이라고 여기게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성탄설교 22, 6 : 441년 저술)하고 강조한다.

 

그 당시 그리스도인들은 주님(Kyrios) 안에서 ‘무적의 태양’, ‘지지 않는 태양’의 상징을 보았고, 그것은 역사상의 탄생일이 알려지지 않았던 예수님의 탄생일을 12월 25일, ‘무적의 태양신’ 축제일에 거행했다. 이러한 관련성은 이미 신약성서 안에서 빛의 상징성이 주님의 강생과 아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서도 당연하다. : “빛이 세상에 들어왔지만 그러나 암흑이 빛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이렇게 로마교회는 이교도의 12월 25일 태양신 탄생일을 받아들이고, 이 축제에 참된 무적의 태양이신 그리스도의 탄생을 대립시켜 그리스도교화 시켰다. 한마디로 그리스도교적으로 토착화시킨 것이다.

 

 

묵상 : “오늘밤 당신들의 구세주께서 탄생하셨도다.”

 

“오늘밤 여러분의 구세주께서 탄생하셨도다.” 이것은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역사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의 인간이 되심’을 알려주는 이 보고에 항상 새로운 이야기가 덧붙여지는 것은 그리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 성탄 역사에는 딱딱한 신앙 교리에 관한 가르침과는 달리 항상 동화처럼 따스하면서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 주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즐겨 덧붙여집니다. 여기서 성탄의 신비를 보다 아름답게 일깨워 주는 동화 한 편을 전해드립니다.

 

한 어린 소년이 자기 할아버지를 찾아갔어요. 소년의 할아버지는 구유에 사용되는 인물들의 상(像)을 나무로 깎아 만드는 분이시지요. 소년이 할아버지를 찾아갔을 때도 할아버지는 구유의 인물상을 깎고 계셨어요. 소년은 할아버지가 일하시는 모습을 유심히 쳐다보았어요. 그곳엔 여러 다른 상들, 즉 아기 예수님, 성모 마리아, 요셉, 목동들, 동방박사들 그리고 여러 동물들의 목각 상들이 완성된 채 책상 위에 놓여 있었어요.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소년은 서서히 피곤해지기 시작해서 책상 위에 팔을 세워 턱을 받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책상 위의 조각상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하는 거였어요. 그리고는 소년 역시 그 많은 조각상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더욱 놀라운 일은 목동들이나 동방 박사들, 마리아와 요셉이 더 이상 작지 않았고, 소년 역시 그들보다 더 크지 않아서 눈에 띄지 않게 그들 가운데로 소년이 다닐 수 있었다는 사실이었어요. 이제 소년은 그들과 함께 베들레헴의 마구간으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그 속에서 소년은 아기 예수님을 보았어요. 물론 아기 예수님도 소년을 쳐다보셨겠지요. 이제 소년은 너무 놀라 울기 시작했어요. “왜 우니? 아이야!”하고 아기 예수님이 소년에게 물으셨어요. 그래도 소년은 계속 울먹이면서 “선물을 하나도 못 가져 왔잖아요.”하고 대답했어요. 그러자 아기 예수님은 “울지 마라, 아이야! 그런데 나는 너에게서 몇 가지 얻고 싶은 것이 있구나.”하고 말씀하셨어요. 그러자 소년은 울음을 뚝 그치고 싱긋 웃으면서 “제가 가진 것 전부를 예수님께 드릴게요.”하고 말하였어요. 아기 예수님은 “아니야, 나는 네가 가진 것 중 딱 세 가지만 갖고 싶은데.”하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소년이 “음… 그럼 제 새 외투하고, 전기 기차 그리고 예쁜 그림이 많이 있는 그림책을 드릴까요?”하고 말씀드리자, 아기 예수님은 “아니! 내가 필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니야. 그것 때문에 내가 세상에 온 건 아니란다. 그것 말고 다른 것을 내게 줄 수 있겠니?”라고 하시겠지요.

 

소년이 놀라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그게 뭔데요?”하고 다시 여쭙자, 아기 예수님은 즉시 다른 사람이 들을 수 없도록 낮은 소리로 “너의 마지막 시험 성적을 내게 건네주지 않을래?”하시는 게 아니겠어요? 소년은 더욱 깜짝 놀라서 “예수님!”하고 더듬거렸어요. 그리고는 누워계신 아기 예수님께 가까이 다가가서 “예수님, 선생님이 ‘미’라는 좋지 못한 성적을 주셨는데요.”하며 속삭이듯이 이야기했어요. “그래, 네가 좋지 못한 점수를 받은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단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 점수를 가지고 싶단다.”라고 하자, 소년은 “왜요?”하고 반문했어요. “너는 내게 언제나 좋지 않는 것을 가져와야 한단다. 그것을 내게 약속해 줄래?”하며 아기 예수님이 말씀하시자 “예! 약속할게요.”하고 소년이 대답했어요. “그렇지만 나는 네게 두 번째 선물도 받고 싶은데.”하고 다시 예수님이 말씀하시자, 그 어린 소년은 힘없이 예수님을 쳐다보면서 “그게 뭔데요?”하고 묻자, 아기 예수님은 “네 우유 컵을 내게 줄래?”하시는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소년은 즉시 “그 컵은 오늘 아침에 깨졌는데요?”하며 난감해 하는 얼굴로 대답했어요. 그러자 다시 아기 예수님께서 “얘야, 이제부터 너는 살아가면서 네가 깨뜨린 것들을 나에게 가지고 오너라. 그러면 내가 다시 새것으로 만들어 줄 거야.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해주겠니?”하고 말하자,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이제 너에게서 마지막 선물을 받고 싶은데….”하시면서 아기 예수님은 소년에게 “엄마가 우유 그릇이 어떻게 깨졌느냐고 너에게 물었을 때, 네가 한 대답을 내게 얘기해주렴?”하고 아기 예수님이 부탁하자, 소년은 구유에 이마를 대면서 훌쩍거리기 시작했어요. 울먹이면서 힘들게 “엄마에게는 ‘식탁을 약간 미니까 컵이 저절로 굴러 떨어져서 깨졌어요.’하고 대답했지만, 사실은 제가 일부러 컵을 바닥에 내던져 깨뜨린 거였어요.”하고 고백했어요. 그러자 아기 예수님은 “그래, 이제부터는 네가 한 모든 거짓말, 좋지 않은 행동, 착하지 않은 마음들을 모두 나에게 가져오너라. 네가 나에게 오면 나는 너를 도와주고 모든 약점을 가지고 있는 너를 받아들이고 너를 용서해주고 길을 일러 줄 거야. 자, 이제 위의 세 가지를 내게 선물해 줄 수 있겠니?”하고 아기 예수님이 묻자, 어린 소년은 말씀을 듣고, 아기 예수님을 쳐다보았어요. 그리고는 고개를 끄떡이며 밝은 미소를 지었답니다.

 

구세주께서 우리에게 태어나셨습니다. 여기 사람 사이의 사랑이 파괴되었습니다. 나의 신앙이 부서지고 무너졌습니다. 스스로 구제불능이라고 자학합니다. 고통 속에서 좌절하고 하느님을 쉽게 잊어버리고 내 마음대로 살고자 합니다. 악에 쉽게 빠져 헤어나지 못하기도 합니다. 내 인생이 파괴되고 부서졌습니다. 성탄은 바로 이런 나에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파괴되고 깨져 버린 모든 것을 내게 가져와야 한다. 그러면 내가 모두 고쳐 줄 테다.”하고 말입니다.

 

주님은 새로운 시작과 희망과 새 생명을 약속하십니다. 이날 우리가 부서진 모든 것을 구유에 계신 그분 앞에 갖다 드릴 때 그분은 나를 재생시켜 주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구세주께서 우리를 위해서, 바로 나를 위해서 태어나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또한 얼마나 자주 다른 사람들 앞에서 가면을 쓰고 살아가야 하는 고통을 겪습니까? 매일 매일 천연덕스럽게 하는 거짓말, 남을 속이는 기만, 교만한 마음, 위선적인 행동 등 수없이 많은 가면 속에 살아갑니다. 도대체 우리의 구원은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가 짓는 죄는 수없이 많습니다. 어디에 도움과 용서가 있습니까? 성탄에 하느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네가 만일 나에게 온다면 나는 너를 도울 것이고, 부족한 모순덩어리인 너를 받아들이고, 항상 너를 용서하겠노라. 그리고 너에게 길을 가리켜 주겠노라.”고 말씀 하십니다. 이런 제안과 함께 하느님은 나에게 묻습니다. “너는 그것을 나에게 선물해 줄 테냐?”하느님의 이 질문은 오늘 나에게 던져집니다. 기쁘고 복된 성탄에 우리 모두 이렇게 대답을 드립시다. “예, 주님! 당신의 선물에 진정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예, 지금 나를 새롭게 해 주실 구세주께서 오늘 탄생하셨습니다.”

 

성탄 밤의 구세주 탄생의 이 복된 소식을 형제, 자매 여러분과 함께 진정 기뻐하며,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의 풍성한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월간 빛, 2004년 12월호, 최창덕 F. 하비에르 신부(월성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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