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미사] 미사 이야기4: 말씀 전례, 하느님과 대화하는 시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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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9-06-30 | 조회수1,841 | 추천수0 | |
조학균 신부 미사 이야기 (4) 말씀 전례, 하느님과 대화하는 시간
말씀전례
시작예식에서는 교우들이 능동적이고 자발적이며 겸손한 태도로 하느님의 자비를 청했다면, 말씀 전례는 하느님께서 말씀을 통한 대화 안에서 당신 의중을 드러내시며 삶의 규범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말씀 전례는 하느님 말씀을 듣는 순간이며, 동시에 하느님과 교우들의 대화 시간이다. 즉 교우들은 말씀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받아들여 삶 속에서 실현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초기 교회에서는 성찬례에 영세한 신자들만 참석했는데, 영세하지 않은 사람들이 성찬 예식 때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먹고 마시라는 사제의 말을 잘못 이해할까봐 말씀 전례가 끝나면 돌려보내고 영세한 신자들로만 성찬례를 거행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말씀 전례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까지 예비 미사, 혹은 예비신자 미사라는 말로 미사 전례 안에 있었다.
말씀 전례의 중요성은 마틴 루터에 의해 시작된 종교개혁에서 강조됐고, 가톨릭교회에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성서부흥과 전례부흥에 힘입어 말씀 전례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으며, 나아가 미사의 본질적 요소로 자리 잡게 돼 성찬례와 더불어 미사의 골격을 이루게 되었다. 말씀 전례의 특성은 "하느님 말씀과 공동체의 화답"이며, 그 구조의 성서적 근거는 엠마오의 제자 사화(루카 24,13-35)와 사도 바오로의 트로아스 주님 만찬(사도 20,7-12)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말씀 전례에서는 하느님 말씀을 생생히 듣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기에, 교우들이 성경을 눈으로 읽거나 혹은 함께 읽는 태도는 말씀 전례의 의도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말씀 전례를 통해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들의 구원 신비를 알려 주시고,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영적 양식인 당신 말씀을 독서자 음성을 통해 전해주신다. 특히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 백성에게 하늘의 신비를 직접 말씀하고 계신다는 확신과 더불어 당신 생애를 통해 하느님 아버지의 영광을 잘 드러내고 있기에 말씀 전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된다.
4.1 말씀 전례의 의미와 가치
성경은 성령의 영감을 받아 하느님 말씀을 받아 적은 것이다. 하느님 말씀은 단순히 일회성 사건으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교회 안에서 지금도 영속적으로 반복 계시되고 있다. 하느님 말씀은 항상 현재라는 시간과 공간 안에서 교우들에게 구속과 구원의 신비를 열어 주시며, 영적 양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말씀 전례에서 선포되는 하느님 말씀의 의미를 다음 5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1)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직접적 말씀. 2) 구원 능력을 지닌 하느님 말씀. 3) 하느님 구원 업적의 기념과 선포. 4) 믿음을 낳고 기르는 말씀. 5) 참 생명을 주는 영적 양식.
또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는 말씀 전례 안에서 하느님 자신이 인간에게 말씀하시는 진리에 대해 강조하고 있으며, 특히 교회는 하느님 말씀과 주님 성체와 함께 거룩한 전례 안에서 모든 교우들이 끊임없이 영적 양식을 얻을 수 있고, 양육되고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하느님 말씀은 교회를 지탱하게 해주는 힘이 되고, 교회의 자녀들에게는 신앙의 힘, 말씀의 양식, 영신 생활의 깨끗하고 마르지 않는 샘이 되는 힘과 능력을 갖게 해주며, 신앙의 최고 규범으로 생각하게 해준다. 교회에서는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에 끊임없이 동참하기 위해 말씀 전례를 통해 주님의 전 생애를 기념하고자 교회력에 따라 봉독하고 있는데, 이는 듣는 이로 하여금 각자 마음에 새기도록 하고 말씀 안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 구원으로 인도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은총의 열매는 각자의 노력과 태도에 달려 있는데, 마르코 복음의 자라나는 씨의 비유(4,26-34)에서 보면, 말씀은 항상 우리와 함께 있지만 그 말씀을 받아들이는 각자의 자세에 따라 다르게 열매 맺는다. 하느님 나라는 말씀을 통해 우리와 함께 하고 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것과 같이, 말씀이 함께 한다는 것은 그리스도의 구원 사업이 시작됐으나 아직 완성되지 않았음을 말한다.
[평화신문, 2009년 6월 14일, 조학균 신부(예수회, 전례학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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