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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림성탄] 대림과 성탄과 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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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02 조회수2,278 추천수0

[전례 해설] 대림과 성탄과 연말

 

 

여기는 종착역

맏아들이 온다.

어느 기차로 올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분명 전언이 왔다.

이곳 저곳 찾아보아라.

지나쳐 버릴 수도 있다.

단 한 번 올 사람이야!

 

마지막 달력 장, 한 해가 저무는 달, 한 해의 맨 밑바닥, 연말 정산, 섣달 그음, 제야의 종소리. 누구나 12월이면 흔히 들을 수 있는 말 묶음이다. 계절 속에서 느끼는 서민의 감정도 비슷하다. 마무리할 때, 준비와 대비의 때, 회고와 명상과 반성의 때이다. 송구 영신(送舊迎新)의 엄숙한 길목에 들어선 것이다.

 

첩자들, 감독관들, 보안사, 안전 기획부 요원들, 배반자들. 오늘의 현실은 모험 가득하고 의인의 현실은 더욱 암담하다. 대림 시기의 과제, 묵시 문학의 경고가 가깝게 들려 온다.

 

 

성서의 때

 

일반 역사는 시대, 월, 일, 시를 단위로 하고 있다. 그러나 성서의 시간 단위는 흔히 연대기를 초월하여 종교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마지막 날, 구원의 날, 종말의 때와 같은 성서의 표현은 하느님 계획의 결정적인 단계를 뜻한다. “하느님께서 정하신 끝 날은 오고야 만다”(다니 8,19). 이렇게 유다 묵시 문학은 마지막 때가 가까이 왔다고 확신하였다. 이 마지막 때의 도래와 더불어 하느님의 노여움이 ‘세상 끝 날에’ 모두 드러날 것이다. 신자들은 언제일지는 몰라도 확실히 도래할 마지막 때를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항상 깨어 있어라.”(마태 25,13)는 경고에 주의를 기울인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버림받은(요한 16,32 참조) 슬픈 때도 있었으나 결국 그분의 영광을 지향하고 그분의 영광스런 재림의 때를 향하고 있다.

 

 

대림의 온상은 가정

 

대림 시기는 두 가지 성격을 지닌다. 예수 성탄 대축일을 준비하는 시기로서 천주 성자께서 인간을 찾아오신 첫째 대림을 기념하게 하는 동시에, 이 기념을 통하여 정신적으로 세말에 다시 오실 그리스도의 둘째 대림을 기다리게 하는 시기이다. 이런 두 가지 이유로 대림 시기는 열심과 환희의 기다림의 때인 것이다(전례력 지침 39항).

 

이 시기는 주님의 재림에 대비한 속죄 시기가 아니라 주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데 역점을 두고 즐겁게 맞이할 준비를 갖추는 때임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12월 중순이 지나면서 크리스마스 캐럴, 성탄나무, 백화점의 상품 진열, 호텔 예약 만원 등 떠들썩하고 들뜬 분위기가 된다. 전반부는 없고 후반부만 있다. 내적인 마음의 준비는 없고, 외적인 흥행과 낭비와 향락이 설친다.

 

대립과 성탄의 온상은 가정과 교회이다. 대림 제1주일부터 가정의 온 식구들은 대림환과 대림초, 성탄 구유의 재료를 구입하여 함께 집안에 설치한다. 그리고 교회의 전례 정신에 따라 미사 참례와 기도, 절제, 자선 행위를 실천한다.

 

이것을 전례 지침에서는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즉 12월 17일부터 24일까지의 기간에는 특히 주님의 탄생 즉 예수 성탄의 기념적 성격을 강조하는 한편, 그 이전의 기간인 대림 제1주일부터 12월 16일까지는 종말에 두 번째 오실 그리스도에 대한 미래적 성격을 부각시키고 있다. 종말론적 관점에서도 주님의 첫 번째 오심이 제외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성격이 서로 직결되고 있다.

 

대림 제1주일 복음 성경은 그리스도의 재림과 그에 대비한 준비와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 “늘 준비하고 있어라”(마태 24,44). “늘 깨어 있어라”(마르 13,36). “늘 깨어 기도하여라”(마르 21,36). 대림 제2주일 복음은 선각자인 세례자 요한의 속죄 설교가 중심이다.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다가왔다”(마태 3,2 : 가해). “회개하고 세례를 받아라”(마르 1,4 : 나해, 루가 3,3 : 다해).

 

대림 제3주일 복음은 다시 증언자로서 세례자 요한이 그리스도의 오심과 위대성을 증언한다. 대림 제4주일 복음은 구원자로서 곧 탄생할 예수님을 준비하고 기뻐하는 내용이다.

 

 

크리스마스는 믿는 이의 축제

 

크리스마스란 ‘그리스도의 미사’를 뜻한다(Christmas : the Mass of Christ). 그리스도의 탄생 축하 미사가 바로 크리스마스이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모두 성탄 축일을 경하하고, 교회의 미사와 예배 시간에 연중 가장 많이 참여한다. 그렇다고 연중 최대의 축일은 아니다. 부활 주일이 교회 주년의 중심 축일이며 크리스마스는 믿음에 관한 인간 축제일 뿐이다. 성탄 축제의 중심은 하느님 아들의 지상 파견이고 그를 통해 전달되는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는 일이다.

 

“그리스도이신 주님이 마리아를 통하여 세상에 탄생하시지만 만일 내 마음에 태어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초대 교회 학자 오리게네스가 당시의 신자들에게 한 질문이다. 이것은 오늘의 신자들에게도 반복된다.

 

 

세 번의 미사

 

예수 성탄 대축일 본날(12월 25일)에는 로마의 오랜 전통에 따라 밤중, 새벽, 낮 등세 번의 미사를 드릴 수 있다. 이것은 6세기 중반까지 형성된 로마 교황 전례에로 소급된다. 역사적으로 200년대에는 1월 6일이 주의 성탄 축일이었고 로마시에서 12월 25일을 예수 성탄 축일로 제정한 것은 336년이다.

 

교황 성탄 대미사는 원래 베드로 성전에서 25일 9시에 한 번만 봉헌됐다. 5세기경 성 마리아 대성당(Maggiore)에서 밤중 미사가 새로 생겼다. 원래 베들레헴의 예수 탄생 동굴 위에 지어진 교회는 1월 6일 밤 미사를 지내고 행렬까지 하였다. 이를 본받아 로마에도 밤중 미사가 생긴 것으로 본다. 6세기 중반에는 새벽 미사가 여기에 첨가된다. 이상 세 번의 미사가 점차 로마 밖으로 퍼져 나갔다.

 

밤중 미사는 복음 말씀이 축제의 중심을 이룬다. 베들레헴에서 예수님이 탄생하셨고, 근방에 있던 목자들이 아기 예수를 뵙고 기뻐하였으며 하늘의 천사들이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가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가 2,14). 새벽 미사는 목자 미사라고도 하는데 그것은 이 미사 복음 내용에서 유래된 것이다. 목자들이 하느님의 영광을 찬양하며 보고 들은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니 모두 “신기하게” 생각하였다(루가 2,18 참조).

 

낮 미사의 복음은 예수님을 말씀으로 표현하면서 말씀이 사람으로 탄생하셨고 하느님과 동등한 분이시며 천지 창조 이전부터 계셨음을 강조한다. 요한 복음의 시작 부분은(요한 1,1-18) 한마디로 강생의 신비와 요한의 신학을 전개하고 있다.

 

 

연말과 가정

 

신자는 믿는 사람이다. 그리스도와 함께 살고 그분의 뜻과 길을 닦는 사람이다. 교회라는 한 몸 안에서 그리스도는 머리이고 우리는 그 지체이다. 신비체의 한 가족이요 형제 자매이다. 그래서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은 성탄 팔일 축제 안에 오는 주일에 지내고 있다. 만일 25일이 주일이면 성가정 축일은 12월 30일에 거행된다.

 

이 축일은 19세기에 캐나다로부터 시작되어 레오 13세의 권장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현대 가정은, 그리스도교 가정까지도, 파탄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개인주의, 세속주의, 매스컴의 악영향, 가정 파괴범까지 등장하는 위협 속에 있다.

 

이제 신자는 가정에 눈을 돌릴 시간이다. 미사의 독서에서는 부모 공경 및 주님과 함께 사는 가정 생활을 구체적으로 예시한다. 복음 성경은 성가정이 겪은 세 가지 체험을 삼년에 나누어 봉독한다. 가해(마태오 복음)는 성가정이 에집트로 피난한 사실, 나해(루가 복음)는 아기 예수를 성전에 봉헌한 사실, 다해(루가 복음)는 열두 살 된 예수가 성전에서 박사들과 토론하는 내용을 들으며 묵상하게 한다.

 

나는 한 해 동안 무엇을 하였는가. 자문하고 성찰하고 반성하여 보자. 특히 신자로서 새 삶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기도 생활은 어떠했는가. 단 한 사람에게라도 전교했는가. 성서와 교리 서적, 교회 출판물을 구독하고 있는가. 교회에 봉사한 일이 있는가. 부모 공경과 자녀를 위해 얼마나 시간을 할애하였는가. 반성하자.

 

[경향잡지, 1990년 12월호, 안문기 프란치스꼬(천안 봉명동본당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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