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미사] 강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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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9-07-03 | 조회수1,897 | 추천수0 | |
[전례 상식] 강론 (1)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전례 거행 중 복음의 봉독 후에 사제가 행하는 강론의 중요성을 크게 강조했다. “하느님의 백성은 무엇보다 살아 계선 하느님의 말씀을 통하여 모이고, 모든 이들은 사제들의 입술에서 그 말씀을 찾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사제 직무 교령, 4항). “강론의 직무는 성경과 전례를 원천으로 가장 성실하고 적절히 수행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강론은 구원의 역사 안에서, 즉 우리 안에, 무엇보다도 전례 거행 안에 현존하고 작용하는 그리스도의 신비 안에서 하느님께서 이루신 기묘한 업적을 선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전례 헌장, 35항). “강론은 특히 주일과 의무 축일에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에 있어서 중대한 이유가 없는 한 생략되어서는 안된다”(52항). 이러한 공의회의 기본 정신은 후속 전례 개혁에 반영되어 교회는 미사 때는 물론, 어떤 의식을 거행하든지 사제에게 복음의 봉독 후에 짧게라도 강론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말씀의 식탁과 강론
교회는 주님의 성체와 함께 성경을 항상 존중하고, 교회가 생명의 양식을 얻고 신자들에게도 주는 이 두 원천을 “말씀의 식탁”과 ‘성체의 식탁”이라고 부른다. 교회는 성체의 식탁 못지않게 말씀의 식탁이 지니는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 “교회는 성전과 함께 성경을 자기 신앙의 최고 규범으로 늘 간직하고 있다. 성경은 하느님의 영감에 의해 모든 시대를 위하여 단 한번 기록된 것으로서 ……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성경 안에서 당신 자녀들을 언제나 친절히 만나 주시고 그들과 말씀을 나누신다. 그리고 하느님의 말씀은, 교회에 대해서는 지탱과 힘이 되고, 교회의 자녀들에게는 신앙의 힘, 마음의 양식, 영신 생활의 깨끗하고 마르지 않는 샘이 되는 힘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다’(히브 4,12)”(계시 헌장, 21항). “교회의 모든 설교는 …… 성경의 힘으로 자라고 지배를 받아야 한다”(계시 헌장, 21항).
신자들 편에서도 성경과 강론의 말씀을 단지 듣는다는 수동적 자세를 벗어나 그 안에서 영신적인 양식을 얻으려는 적극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1. 말씀의 봉독과 신자들의 들음
강론은 비신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적 의미의 복음 선포와는 다른 것이다. 강론은 언제나 성서의 봉독과 연결되어 있고, 믿는 이들이 모인 회중을 대상으로 한다. 1977년의 주교대의원 회의는 교리 교육이 ‘말씀의 봉독’(lectio divina : 일반적 의미의 영적 독서가 아니다)으로 이끄는 도입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말씀의 봉독을 “사도직 안에 현존하시고 신자들 안에서 활동하시며 교회 안에 거처하시는 성령을 따라 성서를 봉독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말씀의 전례를 “말씀 봉독”의 탁월한 양식으로 간주할 때, 거기에 참여하는 이들은 교리 교육을 받은 믿는 이들이어야 하고, 그들은 교회의 회중 안에서 봉독된 것을 믿음으로 듣는 사람과 동일시된다. 말씀을 믿음으로 듣는 이러한 능력은 모든 수세자에게 “신앙의 초자연적인 감각”을 부어 주시는 성령의 선물이다. 그러한 감각은 듣는 이에게 말씀을 “인간의 말이 아닌 참으로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 게” 하고 “바른 판단으로 그 말씀에 더 깊이 젖어 들게 하고 더 완전하게 생활에 적용하게 한다”(교회 헌장, 12항).
그러나 이러한 선물은 기계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 신자들은 교리 교육을 통해서 성서의 표현법과 성서의 말씀과 대화에 익숙해져야 한다. 말씀의 전례에 참여하는 신자들은 성령의 선물로 훈련된 믿는 이들의 회중이 되어야 한다. 그럴 때 모든 전례 안에 차려지는 말씀의 식탁에서 적극적으로 양식을 취할 수 있게 된다.
2. 말씀의 해설인 강론
말씀의 전례 안에서 신자들과 말씀을 나누시기를 원하시는 분은 바로 하느님 자신이시다. 하느님과 신자들의 통교는 직접적이긴 하지만 어떤 매개체나 매개적 행위를 필요로 한다. 그 통교는 여러 매체에 의해 중개된다. 그러나 전례적인 맥락에서 탁월한 중개자는 회중 안에서 봉독되는 성서와 성서의 해석 기준으로 기능을 발하는 전례 전통이다. 말씀이 쓰여진 당시의 사회와 회중이 처한 사회 · 문화적 상황과 역사 · 정치적 환경의 차이도 해석의 열쇠로 작용한다. 강론은 이러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구원의 신비를 거행하기 위해 지금 여기에 모인 백성들과 함께 하느님께서 나누고자 하시는 대화에 개인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신자들을 도와준다.
그러므로 강론은 현재와 성서 본문의 문화적 간격을 메워 주는 탁월한 ‘해석학적’ 기능을 지닌다. 이러한 해석학적 활동인 강론은 신자들에게 하느님의 메시지를 알아듣고 생각하게 하며, 의기를 북돋아 그 메시지의 성취를 위하여 헌신하게 한다. 또한 성서의 말씀을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들에게는 개인적이 아닌, 교회 · 공동체를 향한 주님의 부르심을 상기시켜 말씀의 공동체적 실현에 헌신하게 한다. 강론은 신자들을 바로 주님께서 들어주시겠다고 약속하신, 두세 사람이 합심하여 기도하는(마태 18,19 참조) 공동체로 이끌어 간다.
3. 말씀의 기능과 강론
전례 개혁은 “더욱 풍부하고 다양하며 더 잘 선택된 성서의 봉독”(전례 헌장, 35항 l호)을 마련하고자 했다. 이러한 기본 정신이 “미사 독서집”을 내는 데에 반영되어, 오늘날 우리가 풍요롭고 다양한 말씀의 전례를 거행하게 되었다. 이러한 문학적 다양성은 말씀을 듣는 신자들이 독서에서 메시지를 얻기에 적절한 강론을 요구한다. 성서의 말씀은 하느님 백성 안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향하여 활동하고, 강론의 말씀은 모든 회중 안에서 그 목표의 성취를 확실하게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강론은 이렇게 말씀이 도달해야 할 목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문학 양식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성서에 대한 분석적인 관심은 말씀이 선포와 증거, 예언과 교리, 격려와 간구 및 감사의 기능을 수행하려 한다는 것을 듣는 사람에게 깨닫게 한다. 간구와 감사는 특별히 기도문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강론 자체가 하나의 간구를 포함하고 감사로 끝맺을 수도 있다. 그리고 강론은 믿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지만 자주 짧고 집약된 양식으로 인간의 구원을 위한 하느님의 개입을 상기시키거나 전하는 선포이기도 하다. 또 그러한 구원은 종말론적인 설재이기에 증거적인 생활을 통하여 모습을 드러내고, 듣는 이들에게 그 구원이 진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그들이 처한 역사적, 사회적, 개인적인 상황을 읽어 내는 예언적 측면이 필요하게 된다. 이럴 때 그리스도 백성은 역사 안에서 활동하시는 주님께 충실하게 된다. 강론의 말씀은 또한 하느님의 말씀과 문화, 신앙과 생활에 대한 반성인 교리로써 견고케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 차원에서 강론은 성서적이고 전례적인 교리 교육이 되어야 한다. 교리는 ‘견고한 그리스도교 체제’의 단순한 과시가 아니다.
강론은 우리에게 주어진 구원의 시간(kairos)과 파스카 사건에서 생겨난 진정한 형제애를 지닌 격려이다. 그러기에 강론은 형제적 충고일 뿐만 아니라 위로하고 격려하며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이다. 이렇게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하느님의 말씀과 그것을 생활 안에서 실현시키고자 하는 강론의 말씀을 통해서 자양분을 받아 성장하고, 복음 선포자와 예언자, 교사로서 자기 신원을 세상 안에 드러낸다. [경향잡지, 1994년 5월호, 김종수 요한(주교회의 사무차장 · 본지 주간 · 신부)]
[전례 상식] 강론 (2)
지난 호에서 우리는 ‘말씀의 식탁과 강론’이라는 주제를 논하면서 강론의 기능적 측면을 살펴보았다. 신약에서 보면, 사실 이 강론은 주님 자신에게서 비롯되는 것이다. 루가가 예수께서 하신 복음 선포의 시작을 묘사하고 있는 대목을 보면, 말씀의 선포로만 끝나지 않고 그 뒤에 해설이 따랐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예수께서 두루마리를 말아서 시중들던 사람에게 되몰려 주고 자리에 앉으시자 회당에 모였던 사람들의 눈이 모두 예수에게 쏠렸다. 예수께서는 ‘이 성서의 말씀이 오늘 너희가 들은 이 자리에서 이루어졌다.’ 하고 말씀하셨다”(루가 4,21). 말씀의 봉독에 이은 이러한 해설은 유다의 전통에서 기인한다. 실제로 유다인들의 안식일 회당 예배는 성서의 봉독과 강론적인 해설의 특전적인 자리였다.
루가는 또한 부활하신 예수께서 엠마오로 내려가던 두 제자에게 나타나시어 성서의 말씀을 들려주시고 해설해 주신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전한다. “그들은 ‘길에서 그분이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서를 설명해 주실 때에 우리가 얼마나 뜨거운 감동을 느꼈던가!’ 하고 서로 말하였다”(24,32). 부활하신 예수께서는 다른 열한 제자에게도 나타나시어 “성서를 깨닫게 하시려고”(루가 24,45) 성서의 말씀을 설명해주셨다. 이러한 방법은 사도들에게도 이어졌다. “회당에서 율법서와 예언서의 낭독이 끝나자 회당의 간부들이 사람을 시켜 바울로와 바르나바에게 ‘두 분께서 혹 격려할 말씀이 있거든 이 회중에게 한 말씀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청하였다”(사도 13,15). 이에 사도들은 성서를 예수님의 파스카 사건에 비추어 해설하였다(사도 13,16 이하 참조).
이처럼 강론은 애초부터 성서의 봉독과 따로 뗄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이러한 점을 인식한 교회는 강론을 “전례 거행의 한 부분”(전례 헌장, 35항, 52항)으로 강조하기에 이르렀고, 그런 만큼 모든 사목자들은 이 강론을 “중대한 이유 없이 생략해서는 안된다.”(전례 현장, 52항; 로마 미사 경본의 총지침, 42항)고 적극 권장하게 되었다. 이러한 강론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이번 호에서는 교회 문헌의 가르침들을 통해 강론의 내용과 청중에 따른 다양한 강론의 양태에 대해 알아보자.
로마 미사 경본의 총지침(이하 ‘총지침’)이 “강론은 통상적으로 집전 사제에 의해 수행된다.”(42항)고 지적하고 있듯이 강론은 주례의 몫이며, 또한 그 강론은 “성서의 내용이나 미사의 통상 또는 고유문의 어느 경문에 대한 해설이어야 하며, 거행하는 신비와 청중의 입장을 고려하여야 한다”(총지침, 4l항). 그러므로 주례는 성서의 말씀과 기도문을 통해 그날 거행하는 신비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거행하는 신비와 동떨어진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자신의 지식을 가르쳐서는 안된다. ‘사제의 첫 의무는 하느님의 복음을 모든 사람에게 전하는 것’이며, 그 의무는 ‘언제나 자신의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끊임없이 모든 사람을 개심과 성성(聖性)에 부르는 그것이다.’ 그러나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일반적으로나 추상적으로만 설명할 것이 아니라 복음의 영원한 진리를 구체적 생활 환경에 적용시켜 설명해야 한다”(사제 직무 교령, 4항). 이러한 구체적인 상황들은 강론의 형태에 다양성을 제공한다. 교리 교육을 위한 강론일 수도 있고, 생활의 증거적인 강론일 수도 있다. 또한 예언적이거나 윤리적인 권고의 강론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언제나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공동체에게 필요한 것은 이 모든 다양성을 고루 갖춘 해설이라는 것이다.
강론은 이렇게 총체적인 요구를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강론의 주례는 다양하게 구성된 신자 그룹과 함께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총지침에서도 이 점을 밝히고 있다. “전례 거행을 준비할 때에는 이 전례에 준비하는 모든 사람이 뜻을 같이해서 준비하는 것이 퍽 효과적이다”(73항). 이 그룹은 사제에게 그들이 어떻게 성서의 메시지를 이해하고 있는지를 알려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직접적인 필요에 부합하는 내용을 준비하게 할 것이다. 이럴 때 강론은 신자들의 삶에 영향을 주고, 그들에게 합당한 기도를 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효과적인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기회를 매번 가질 수 없을 경우에라도 주례는 적어도 그러한 다양한 그룹의 청중을 염두에 두고 강론을 준비해야 한다. 말씀은 ‘성취되기 위해’ 선포되는 것이다. ‘강론’(homilia)이란 용어는 본래 희랍어의 ‘homilein’에서 나왔는데, 가족이나 친구에게 하듯 친밀한 대화를 하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 다양한 청중을 고려한 강론을 위한 지침 몇 가지를 소개한다.
1. 어린이 미사
어린이를 위한 모든 미사에서 강론은 어린이와 직접 대화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경신성, 어린이 미사를 위한 지침, 48항, 1973).
2. 서품 미사
서품 미사에서 주례 주교는 백성과 선발된 이들에게 그 직무의 중요성과 의미를 해설한다. 부제 서품에 있어서는 특별히 거룩한 독신 생활의 중요성과 의미에 대해 훈시한다(서품 예식서).
3. 수도 서원 미사
주례는 후보자들에게 그들의 성화와 교회와 온 인류의 선을 위한 수도 서원의 직무를 설명한다(수도 서원 예식서).
4. 동정녀 축성 미사
주교는 축성되는 동정녀들과 백성에게 동정성과 그들의 의무에 대해서 짧게 훈시하는 가운데 온 교회의 성화와 선에 대해 설명한다(동정녀 축성 예식서).
5. 위령 미사
이 미사에서는 죽은 이의 업적을 기리는 조사를 피하고, 그리스도의 파스가 신비와 관련지어 죽음의 의미를 설명한다(장례 예식서).
6. 성사 미사(각 성사 예식서를 참조)
세례 : 주례는 이 강론을 통해 세례성사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후보자들을 인도하고, 특별히 부모와 대부모들에게 그 관계에서 생겨나는 직무에 충실할 것을 권고한다.
견진 : 주교는 견진성사의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며, 크리스마 성유로 도유를 받는 이들이 신앙에 견고해져 복음의 증인이 되라고 권고한다.
참회 : 공동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한 후에 (혹은 개인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라도 성서의 말씀을 들려주고 난 다음에) 하게 되는 강론은 참회자들에게 깊은 양심 성찰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그들의 죄를 끊어 버릴 뿐만 아니라 하느님께 돌아가려는 결심을 하게 한다. 여기에서 하느님을 거스르는 죄는 동시에 공동체와 이웃에게 해를 끼지는 것이라는 사회적인 관점을 이해시킨다.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하느님의 한 없는 자비를 강조하는 일이다.
병자의 도유 : 가능하다면 봉독한 성서의 말씀을 해설하게 되는데, 이때는 그에 대한 교회 공동체의 관심을 보여주고, 하느님을 희망하며 하느님께 신뢰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혼인 : 그리스도교 혼인의 신비와 부부 사랑의 품위, 성사의 은총과 부부의 의무를 일깨워 주고, 서로에게 신의를 지키며 헌신하도록 훈시한다.
이 밖에도 성무일도나 성체 현시, 준성사의 거행 때에도 강론을 할 수 있다. 성체 현시 때에는 성찬의 신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신자들을 이끄는 강론이나 짧은 권고를 한다. 그러고 여러 준성사를 거행하는 경우에는 성서의 말씀에 따라 각 예식이 지닌 의미를 설명해 줌으로써 신자들이 주술적인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경향잡지, 1994년 6월호, 김종수 요한(주교회의 사무차장 · 본지 주간 ·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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