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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미사 이야기11: 미사보 - 신앙인으로 정숙하고 겸손한 몸가짐의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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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9-09-20 조회수2,947 추천수0

조학균 신부의 미사 이야기 (11) 미사보 : 신앙인으로 정숙하고 겸손한 몸가짐의 표현

 

 

여성 그리스도인들은 미사에 참여할 때 머리에 미사보(흰색이 주종을 이루지만 연한 살색이나 검정색도 있다)를 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필자는 미사를 봉헌할 때 여자교우들이 미사보를 쓰는 모습이 개인적으로 아름답다는 말을 자주한다.

 

하지만 교회 내 여성차별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으며, 외국에서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미사보를 왜 한국교회만 그렇게 강조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 미사보 사용에 대해 논쟁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아름답다고 표현한 말에 여성차별이라는 답하는 것에 당황한 적도 있었다.

 

외국에서 미사보를 사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가 좋으면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실제로 외국에서 미사를 봉헌할 때 한국 신자들(주로 성지순례단)이 미사보를 쓰는 것에 대해 현지인들도 좋아하는 모습을 많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미사보 사용이 의무인 것은 당연히 아니다. 교회법에 '미사에 참례하는 여성은 미사보를 반드시 써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따라서 미사보를 쓰지 않고 미사에 참례했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끼거나 분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전례 토착화 입장에서 볼 때 미사보 사용은 토착화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또 새 영세자들에게 예쁜 미사보를 선물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미사보에 대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면 사용에 대한 선택은 편안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미사보의 의미

 

여성이 머리를 가리는(베일) 관습은 구약 시대(창세 24, 65)에는 자신이 미혼임을 상징했다. 하지만 모세와 엘리야를 통해 남자 역시 하느님 앞에 나아갈 때 자신의 얼굴을 가렸음을 알 수 있다(탈출 3, 6, 1열왕 19, 13).

 

초기 그리스도교에서 여성 신자들이 교회 공식 예절 때 머리를 가리는 관습이 시작된 것은 사도 바오로가 고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11장)에서 이를 공적으로 언급하면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바오로는 교회 공식 예절에 참여할 때 여성들의 머리를 가리라고 했는데, 이는 당시 풍습일 뿐 절대적이고 본질적인 신앙의 의미는 아니다.

 

사실 여인의 머리는 남편의 영광으로 인정되며, 머리카락은 세속적 사치로 여겨졌기에 하느님이 계시는 성소(聖所)에서는 머리를 가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신앙인으로서 소박한 생활과 정숙한 몸가짐의 표현으로 미사 전례 때 미사보를 사용하게 됐다. 미사보의 흰 색상은 세례성사를 통해 깨끗해졌다는 순결의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화려하게 치장된 머리를 가리는 것은 정숙함과 겸손함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현재 수도자들이 쓰는 베일은 3세기께부터 그리스도와 맺은 영적 혼인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주교들이 베일을 축성하여 동정녀들에게 나눠 준 데서 유래한다. 다양한 형태로 사용하고 있는 수도자들의 베일은 그리스도의 정배로서 세속적 사치와 욕망, 허영 등을 끊어버리고 하느님 나라의 영원한 가치를 위해 이 세상의 가치에 대해 포기하고 죽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평화신문, 2009년 9월 20일, 조학균 신부(예수회, 전례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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