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연중 제14주일)

제1독서

<너희는 성소와 제단 사이에서

즈카르야를 살해하였다>

역대기 하권의 말씀입니다. 24,18-22

그 무렵 18 요아스 임금과 유다의 대신들은 주 저희 조상들의 하느님의 집을 저버리고, 아세라 목상과 다른 우상들을 섬겼다. 이 죄 때문에 유다와 예루살렘에 진노가 내렸다. 19 주님께서는 그들을 당신께 돌아오게 하시려고 그들에게 예언자들을 보내셨다. 이 예언자들이 그들을 거슬러 증언하였지만, 그들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20 그때에 여호야다 사제의 아들 즈카르야가 하느님의 영에 사로잡혀, 백성 앞에 나서서 말하였다. “하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어찌하여 주님의 계명을 어기느냐? 그렇게 해서는 너희가 잘될 리 없다. 너희가 주님을 저버렸으니 주님도 너희를 저버렸다.’”

21 그러나 사람들은 그를 거슬러 음모를 꾸미고, 임금의 명령에 따라 주님의 집 뜰에서 그에게 돌을 던져 죽였다. 22 요아스 임금은 이렇게 즈카르야의 아버지 여호야다가 자기에게 바친 충성을 기억하지 않고, 그의 아들을 죽였다. 즈카르야는 죽으면서, “주님께서 보고 갚으실 것이다.” 하고 말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31(30),3ㄷ-4.6과 7ㄴ과 8ㄱ.17과 21ㄱㄴ(◎ 6ㄱ)

◎ 주님, 제 목숨을 주님 손에 맡기나이다.

○ 이 몸 보호할 반석 되시고, 저를 구원할 성채 되소서.

주님은 저의 바위, 저의 성채이시니,

주님 이름 생각하시어 저를 이끌고 인도하소서. ◎

○ 제 목숨을 주님 손에 맡기니,

주 진실하신 하느님, 주님께서 저를 구원하시리이다.

저는 오로지 주님만 신뢰하며,

주님의 자애로 기뻐하고 즐거워하리이다. ◎

○ 주님의 얼굴을 주님 종 위에 비추시고,

주님의 자애로 저를 구하소서.

주님 앞의 피신처에 그들을 감추시어,

사람들의 음모에서 구해 내소서. ◎ 

제2독서

<우리는 환난도 자랑으로 여깁니다.>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 5,1-5

형제 여러분, 1 믿음으로 의롭게 된 우리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과 더불어 평화를 누립니다. 2 믿음 덕분에,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가 서 있는 이 은총 속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리라는 희망을 자랑으로 여깁니다. 3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환난도 자랑으로 여깁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환난은 인내를 자아내고 4 인내는 수양을, 수양은 희망을 자아냅니다. 5 그리고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받은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어졌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환호송

마태 5,10

◎ 알렐루야.

○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 알렐루야. 

복음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가,

그들과 다른 민족들에게 증언할 것이다.>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0,17-22

그때에 예수님께서 사도들에게 말씀하셨다.

17 “사람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이 너희를 의회에 넘기고 회당에서 채찍질할 것이다. 18 또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가, 그들과 다른 민족들에게 증언할 것이다. 19 사람들이 너희를 넘길 때, 어떻게 말할까,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그때에 너희에게 일러 주실 것이다. 20 사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

21 형제가 형제를 넘겨 죽게 하고 아버지가 자식을 그렇게 하며, 자식들도 부모를 거슬러 일어나 죽게 할 것이다. 22 그리고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영성체송

마태 16,24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해설과 묵상

제1독서(2역대 24,18-22) 해설

<사람들은 한 덩어리가 되어 즈카르야를

주님의 성전 마당에서 돌로 쳐 죽였다>

일곱 살에 왕위에 오른 요아스(주전 837-800)는 사제 여호야다의 생전에는 바른 정치를 펴고, 헌금을 받아 주님의 성전을 보수하고, 성전에서 번제 드리는 일을 중단하지 않았지만, 여호야다가 죽은 다음에는 유다 고관들의 말을 따라 하느님의 성전을 찾지 아니하고 우상을 섬겼다. 그 죄로 말미암아 하느님의 진노가 유다와 예루살렘에 내리게 되었다.

역대기 저자는 여태까지 바른 정치를 펴고 덕스럽게 살아오고 주님을 충성스럽게 섬겨오던 요아스가 어찌하여 시리아군의 침공으로 타격을 받게 되었는가를 설명하려 한다. 그 이유는 요아스가 아첨하는 고관들의 감언이설에 따라 우상을 섬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여호야다의 아들 사제 즈카르야가 하느님의 영에 사로잡혀 그들에게, 주님의 계명을 어기고 주님을 버렸으니 주님도 너희를 버리리라고 외쳤다고 해서, 그들은 한 덩어리가 되어 즈카르야를 성전마당에서 돌로 쳐 죽였다.

과거 순교자들이나 오늘날에도 하느님의 영에 사로잡혀 오직 하느님 한 분만을 주인으로 섬기고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존중하고 서로 위해 주라는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도록 말과 실천으로 외치는 사람들은 흔히 뭇사람들로부터 조소와 박해와 죽임을 당하고 있다. 아무리 피맺히게 부르짖어도 재물과 권력에 맛들인 그들은 힘을 합하여 진실과 정의를 요구하는 사람들을 끝까지 못살게 군다. 그들의 정당한 요구와 절규를 끝까지 외면하는 자들은 하느님의 진노를 사게 될 것이다.

화답송(시편 31[30],3ㄷ-4.6과 7ㄴ과 8ㄱ.17과 21ㄱㄴ[◎ 6ㄱ])

주님, 제 목숨을 주님 손에 맡기나이다.

이 시편은 박해와 환난에서 구출된 사람이 감사드리는 노래이다. 그는 하느님만을 끝까지 믿고 신뢰하여 흔들리지 않은 까닭에 마침내 구원을 받고 성전에서 하느님을 찬양한다.

홀로 진실하고 홀로 옳게 판정하시는 하느님은 사람을 차별하고 경멸하고 짓누르고 죽이는 온갖 이념과 제도와 법률과 관습, 곧 우상숭배에 맞서 끝까지 투쟁하는 사람들, 애간장이 끊어지고 괴로워서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사람들, 죽은 사람처럼 무시 받고 쓰레기처럼 이름 없이 버려진 사람들 위에 불꽃같은 눈길과 애정을 쏟아 붓고 계시며 마침내 그들을 구출해내실 것이다.

제2독서(로마 5,1-5) 해설

<환난은 인내를 자아내고,

인내는 수양을, 수양은 희망을 자아낸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과 화해하고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은 사람들은 그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는 그윽한 마음속 평화를 체험할 것이다. 결코 헛되지 않을 굳은 희망을 품게 될 것이다. 결국 구원받으리라는 흔들리지 않는 확신을 지니게 될 것이다.

부활하신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과 사람들은 아버지와 자녀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게 되고, 사람들 사이에서는 똑같은 형제자매라는 관계를 회복하게 되었다.

그러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 곧 참된 그리스도인들만이 진정한 평화를 누릴 수 있고, 부활과 구원이라는 최후 승리에 대한 확고한 희망을 간직할 수 있다.

그러한 신앙과 희망과 자부심은 어디까지나 하느님께 의지하는 데서 비롯되고, 하느님이 거저 주시는 은총일 따름이다. 그래서 아무도 자기 스스로를 자랑할 수 없다.

그 같은 희망이 솟아나는 진정한 원천과 기초는 오로지 하느님이 베푸시는 은총이기 때문에, 다시 말하면, 사람 스스로의 능력이나 자격이나 세력을 의지하는 희망이 아니기 때문에, 제아무리 혹독한 고통과 시련에 부딪칠지라도 최후까지 인내와 끈기를 발휘하면서 반드시 승리를 거두고야 말 것이다.

하느님께 신뢰하고 하느님께 희망을 걸고 있는 한, 그 희망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그 희망이 사람들을 한없이 위하고 사랑하시는 하느님께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가 머리가 좋고 언변이 있고 사교성이 있고 아는 사람이 많고 유능하고 배경이 든든하다는 따위에 기반을 둔 희망은 결코 그리스도께 힘입은 희망이 아니며, 그런 자부심과 희망은 그리스도의 위력을 조금도 발휘할 수 없다.

그리스도께서 당신 생명을 바쳐 죄 많은 사람들을 구원하신 것처럼,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사람들도 자기 자신을 내세우고 자랑해서가 아니라 자기를 희생하고 생명을 바침으로써만이 사람들 사이의 참다운 관계 회복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할 수가 있는 것이다.

복음(마태 10,17-22) 해설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이 대목은 초대 교회가 겪은 체험을 반영하고 있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유다인들에게서도 박해를 받고, 이방인들에게서도 박해를 받았다. 그들은 예수님과 사도들을 심문하고 단죄한 72명으로 구성된 예루살렘 대법정(산헤드린)에도 끌려가고, 지방 회당으로도 끌려갔다. 23명으로 구성된 지방 법정들은 120개가량 있었던 것으로 탈무드는 전한다. 그들은 또한 로마가 지배하는 지방 관청으로도 끌려가고, 헤로데 안티파스나 헤로데 아그리파스 같은 속국 통치자들에게도 끌려갔다. 그들은 끌려가서도 성령을 마음속에 품고서 예수님을 증언했다.

하느님께 속하지 않고 그리스도처럼 살지 않는 속된 모든 사람이 그리스도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을 미워할 것이다. 이때는 부모와 자식과 형제와 친척이라는 혈육이라도 그리스도처럼 살지 않은 사람은 반드시 그리스도처럼 살아가는 사람을 미워하고 고발하여 죽게도 할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참아 내고 견뎌 내면서 그리스도다운 삶의 방식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구원을 받을 것이다.

그리스도처럼 살아간다 함은 이 세상에서 힘없는 사람, 가난한 사람, 못나 보이는 사람, 무시와 천대를 받는 사람, 무능한 사람, 병든 사람들과 한 몸 한마음이 되고 동고동락하며 자기가 지닌 모든 것을 나누고 바치는 것을 뜻한다. 그런 사람들은 반드시 속된 사람들로부터 미움과 박해와 죽음까지 당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반드시 그리스도께서 다시 와서 만 천하에 당신 제자들이 승리했음을 선포하실 것이다.

묵상

<김 대건 신부의 교우들에게 보낸 옥중 서간>

머지않아 닥쳐올 일을 생각하여 김 대건 신부는 자신이 옥중에서 교우 일동에게 다음과 같은 글을 써 보내 돌려보게 하였다.

“사랑하는 교우들이여, 천주는 천지 만물을 창조하고 우리들 사람을 당신의 모습대로 만드셨습니다. 그 목적, 그 의향이 어디 있었는가를 조용히 생각해 보십시오. 모든 세상일 생각하여 보면, 실로 허무한 것뿐이고 슬픈 것뿐이외다. 만약 우리들이 이러한 거칠고 허무한 세상에 있어서 자기의 조물주이며 다시없는 천주를 깨달아 알지 못한다면, 어찌 난 보람이 있고, 살아 있는 보람이 있으리요. 오직 우리들은 천주의 은혜로써 이 세상에 나고, 다시 큰 은혜로써 성세를 받고, 성 교회의 한 사람으로 되어 귀한 이름을 받들고 있는 것이오나, 그러나 이에 어울릴 만한 열매를 맺지 못한다면, 이름만이 무슨 쓸데가 있으리요, 다만 입교한 보람이 없을 뿐 아니라, 도리어 배교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 받은 바 은총이 풍부하면 그럴수록 천주님께 대하여 무서운 망은이 되는 것입니다.

농부의 하는 일을 보시오. 밭을 갈고 비료를 주고, 추위와 더위와 고단함을 무릅쓰고 좋은 씨를 뿌려 손질을 게을리 하지 않고 추수 때가 되어 거두어들임이 많게 되면, 이제까지의 피땀과 괴로움도 다 잊어버려 마음은 즐거움에 찰 것이외다.… 천주의 밭은 이 세상이고, 인류는 좋은 씨앗이외다. 천주님께서는 이것에 비료를 베풀고 우리들을 위하여 황송하옵게도 사람이 되어 죽임을 당하신 아드님의 귀한 피에 우리들을 적셔 기르고, 성경으로써 우리들을 가르치고, 주교, 신부로써 우리들을 격려하고, 성령으로써 끊임없이 우리들을 인도하여 주십니다.… 그러나 추수하는 때인 심판 날이 되어, 만약 다행히 성총의 은혜로 말미암아 좋은 열매를 맺고 있게 되면 천국의 즐거움을 누릴 것이오나, 불행히도 아무 열매도 맺지 못하게 되면 천주의 아들로부터 굴러 떨어져 원수로 되어 지옥에서 영원한 형벌을 받지 않으면 안 되게 됩니다.… 우리 조선에 성교가 퍼지게 된 이래 5-60년 동안에 거듭한 박해의 폭풍우에 쓸리고 시달려도 교우는 여전히 존속하고 있습니다. 방금 이 때에도 박해가 일어나서, 나도 많은 교우들과 함께 잡혔습니다.… 성경에 의하면, 천주는 우리들의 머리털까지도 일일이 헤아리고 계셔서, 그 한 가닥이라도 허락하심이 없이는 빠져 떨어져 버리는 일이 없게 하신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천주의 뜻에 따라 우리들의 머리 위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의 편이 되어 세속과 마귀에 대하여 항상 싸워 나갑시다. 이러한 시끄럽고 어지러운 세상이오니 용감한 군사와도 같이 씩씩하고 무장하고 전장에 뛰어나가 분투하여 승리를 거둡시다. 특히 서로와의 사랑을 잊지 말고, 서로 돕고 서로 베풀어서 천주님께서 당신들에게 자비를 내리고 당신들의 기도를 들어주실 때를 기다립시다.…

할 말은 많으나 도저히 다 적을 수 없으므로 여기서 붓을 놓습니다.… 밤낮으로 천주의 도우심에 의하여 세 가지의 적, 세속과 마귀와 육신을 무찌르시오. 천주의 영광을 위하여 박해를 힘차게 참아서 살아 있는 사람들의 구원을 위하여 일하도록 힘쓰시오. 박해는 천주님께서 주시는 시련입니다. 세속과 마귀를 쳐 이기면 덕과 공덕을 쌓을 수 있습니다. 재앙에 겁내지 말고, 용기를 잃지 말고, 성교회의 영광을 늘리고, 주의 충실한 병사이며 참된 시민임을 증명하여 주시오. 비록 당신들은 수가 많다 하여도 마음은 하나로 되어 주십시오. 사랑을 잊지 마시오. 서로 참고 도와서 천주가 당신들을 불쌍히 여기실 때를 기다리시오.…  사랑하는 교우들이여, 나도 천국에서 그대들과 같이 만나 영원한 복을 즐기게 될 것을 바라고 있소. 그대들을 정답게 껴안아 주겠소. 김 안드레아 신부.”

복음해설(2)

‘사도들이 받는 박해.’ 16-23절에 나오는 여러 권고는 분명히 마태오가 자기 복음서를 쓸 때 선교사들이 처해 있던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복음서 저자는, 그 상황을 명시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예수께서 파견하신 사람들이 처해 있던 역사적 상황 그리고 자기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고 있다. 열두 사도에 관하여 말하는 모든 내용은 또한 교회에 관한 말이기도 하다. 교회의 사명은 예수님과 당신이 파견하신 처음 제자들이 시작하신 사업을 이어가는 데 있다.

예수께서는 당신 제자들에게, 갈등도 없고 반대도 받지 않는 사명 수행을 약속하기는커녕, 그들에게 들이닥칠 위험과 박해를 예고하신다. ‘잃어버린 양들’에게 파견된 사람들은(6절) 이제 그들 자신이 ‘잃어버린 양’ 신세가 되어, ‘이리떼’ 가운데 있게 될 것이다. 그런다고 해서 놀라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제자가 스승보다 낫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스승이 박해를 받았다면, 그 제자들도 박해를 받을 것이다(24-25절). 그래서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해야 한다.”

이 둘째 부분에서는, 제자들의 처지가 더 곤궁해지다. 선교사들이 배척당하는 일이 예외가 아니라, 일상사가 되어 있었다. 제자들은 ‘나 때문에’, 즉 예수님과 하느님의 나라 때문에, 사람들에게서 미움을 살 것이다. 심지어 쫓겨나고, 감옥에 갇히고, 마침내 사형까지도 당할 것이다. 이 대목에서는 가정을 포함한 사회의 모든 차원에서 일어날 분열과 단절을 미리 내다보고 있다. 옛날 사회에서, 가정은 보통 핵가족 이상을 뜻했다. 복음서는 여기에서 그런 넓은 의미의 가정을 혼란과 번민을 안겨주는 요소로 여긴다. 신자들과 비신자들이 한 가정 안에서 부딪칠 수 있고, 친척들끼리도 척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도로서 사명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반대와 박해를 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성령께서 그들 곁에 계시면서 도와주신다. 그래서 이 대목에서는, 제자들이 박해를 받고 법정으로 끌려갈 때,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를 일러준다. 그들은 예수님의 증인이 될 기회를 갖게 될 뿐 아니라, 또한 성령께서 자기와 함께 계심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을 통하여 말씀하실 분은 그들 자신이 아니라, 아버지의 성령이시다(20절).

열두 사도는, 자기네 사명을 수행할 때, 바로 그런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마태오 공동체의 역사적･사회적 맥락과 상황 역시 그와 다르지 않았다. 특히, 유다인 법정과 이방인 법정에서 재판을 받으리라는 말은(18절), 시각과 전망을 넓혀, 파스카 이후 교회의 시대까지를 가리키고 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연결되어 있다. 이 연설은 복음을 전달받는 공동체가 처한 상황, 즉 유다인들에게 설교를 하다가 실패하는 쓴 맛을 본 유다-그리스도교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70년이 조금 지나서, 유다교는 주변부 사람들(그리스도인들)을 자기네 대열에서 몰아냈다. 그런 분열과 박해는, 무엇보다도, 복음서 저자와 같은 시대에 살던 제자들의 처지를 반영하고 있다.

‘사도들의 용기.’ 26-33절에는 ‘두려워하지 말라.’는 구절이 세 번 나온다. 이 말씀은 기회가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용감하게 복음을 선포하라고,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신뢰하라고 권고한다. 아버지께서 하늘을 나는 새들도 돌보고 계신다면, 그 누구 앞에서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기쁜 소식을 선포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세심하게 챙기시겠는가!

‘갈등과 모순을 드러나게 하시는 예수님,’ 같은 가정의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과 대결에 관한 34-39절의 말씀은 - 미카 7,6에서 부분적으로 취한 말씀은 - 많은 오해를 받아왔다. 따라서 예수님을 따라 예수님처럼 살면서 하느님의 통치를 앞당기는 일에 몸 바치려는 결단에 비추어 그 말씀을 해석할 필요가 있다. 예수께서는 당신께 전적으로, 나뉨이 없이, 모든 것을 걸라고 요구하신다. 그 결단이 가장 가까운 인간관계와 가족관계까지도 이차적인 차원으로 미뤄놓을 정도로 철저해야 한다는 말씀이다(참조. 8,21-22). 밖에 있는 모든 사람을 정말 위협으로 여기는 일종의 분파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조건 없이, 장애인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자기 목숨까지 내놓고, 스승을 따라야 한다는 말씀이다.

이렇게, 예수께서는 하느님 나라의 첫 열매를 맺게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던 것과 같은 메시아 시대의 평화를 가져다주지 않으신다. 오히려, 분열과 대결의 시대를 가져다주신다. 왜냐하면 당신 말씀을 어떤 사람들은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또 어떤 사람들은 차갑게 거절함으로써, 한 가정 안에서까지도 서로 다투는 상황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사도적 연설의 결론.’ 41절은 그리스도교 예언자들에 관한 보충적인 정보를 준다. 그들은 떠돌이 예언자들이다. 한 공동체에서 다른 공동체로 옮겨 다니면서, 문자 그대로 예수추종의 요구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리스도를 섬기려고 부동산 기타 재물뿐 아니라, 자기 가족까지 버려야 했다. 마태 23,34에서는 그 그리스도교 예언자들이 예수님의 부활 이후에 유다인들에게 박해받는 대상이 되었음을 입증해 주고 있다.

마태오는 제자들이 자기 사명을 수행한 다음 돌아온 사실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 침묵은 이스라엘 백성에 대한 사명 수행이 끝나지 않았고, 사람의 아들이 돌아올 때까지 계속되어야 함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달리 말하자면, 이방인들은 그리스도교 전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반면,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기네 우두머리들이 이끄는 대로 메시아와 그분의 전령들을 거절했음에도, 하느님은 당신 백성을 결코 버리지 않으셨다고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모든 나라에 복음을 선포하게 된 것은(28,16-20) 예수께서 돌아가신 다음, 당신 부활의 결과로서 시작되었지, 유다인들의 잘못과 결함 때문에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메시아의 부르심을 믿음을 가지고 받아들이고 응답한 이스라엘의 자녀들이 선교를 시작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