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미사] 전례의 숲: 제대 인사와 제대 장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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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4-09-21 | 조회수5,215 | 추천수0 | |
[전례의 숲] 제대 인사와 제대 장식
사람은 다른 사람을 만날 때 보통 인사를 합니다. 어떤 사람은 동물, 풀과 나무, 하늘과 땅에게도 인사를 하고 어떤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도 인사를 합니다. 모든 만남은 인사로 시작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절을 하지만, 다른 문화에서는 손을 흔들거나 악수를 하거나 포옹을 하거나 입맞춤을 합니다. 흔히 인사말을 곁들입니다. 인사의 동작이나 말 모두 기쁨, 반가움, 존경, 축복의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인사는 말 그대로 사람이 해야 할 일 가운데 가장 기본적입니다. 상대방을 인식하고 존중한다는 것은 자기를 가두고 있는 껍데기를 벗어난다는 뜻입니다.
신자들이 주님을 만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음과 표정, 자세와 동작과 말로 우리가 믿고 느끼는 것을 표현합니다. 그러므로 미사를 시작하면서 먼저 그분께 반가움과 존경을 표시합니다. 입당 성가를 부르는 동안 사제 부제 봉사자들은 제단에 이르러 제대에 깊은 절로 인사하고, 이어서 사제와 부제는 입맞춤으로(한국에서는 깊은 절로 대체할 수 있음) 경의를 표시합니다. 경우에 따라 제대에 존경의 표시로 향을 피웁니다. 미사를 마치고 제단을 떠날 때도 같은 방식으로 제대에 인사하고 입을 맞춥니다. 중세에는 미사에서 제대 입맞춤이 많았으나 지금은 두 번으로 줄었습니다. 그리고 제대 밖에서는 복음집 입맞춤이 있습니다.
제대 인사와 입맞춤은 신자들에게 하는 인사보다 먼저 하고, 신자들을 파견한 뒤에 합니다. 미사의 첫 행위와 마지막 행위가 제대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말없이 단순하게 이루어지는 이 동작은 미사 거행 전체를 장엄하게 감싸고 있습니다.
“제대는 그리스도이시다”
제대에 인사하고 입을 맞추는 관습은 매우 오래되었습니다. 4세기 이후 나무 제대가 돌 제대로 바뀐 뒤에는 교회의 모퉁이 돌이신 그리스도(에페 2, 20)께서 쉽게 제대의 돌로 이해되었습니다. 제대 인사와 입맞춤이 로마 전례에 들어 온 것은 7세기 이전으로 보입니다.
교부들과 전례서들은 한결같이 “제대는 그리스도이시다”라고 확인합니다. 그러므로 제대 입맞춤은 교회가 그리스도께 드리는 인사입니다. 그러나 중세에 제대 입맞춤은 그리스도께서 교회에 인사하는 것이라는 설명이 들어왔습니다. 인노첸시오 3세 교황은(1198-1216)는 “그리스도께서는 제대에 입을 맞추는 주교를 통해 당신의 배필에게 인사한다.”고 풀이합니다.
이러한 의미의 변화는 순교자 공경 예식의 이해에서도 나타납니다. 순교자 공경 관습은 제대에 순교자의 유해(또는 유품)를 넣는 관습으로 발전하였고, 5세기 이후에는 의무적으로 변하였습니다. 제대에 입을 맞추는 것은 성인(유해) 공경으로 이해되었으며, 주교는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신랑으로서 배필인 교회에 (순교자로 대표되는 지상 교회) 다가서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까지 제대의 본성과 품위는 어느 정도 가려져 있었습니다. 한 성당에 주 제대 외에 여러 개의 측면 제대가 있었고, 제대 위에 감실을 놓았으며, 흔히 제대를 벽에 붙은 선반처럼 설치하기도 하였습니다. 제대 둘레에는 분리대가 설치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신자들이 주님의 식탁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데 장벽이었습니다. 더욱이 개신교 개혁 운동과 트렌토 공의회 이후 성체 안에 주님의 실제 현존과 미사의 제사 차원을 강조하였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제대는 십자가 제사를 되풀이하는 제사상이며 식탁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전례 개혁을 통하여 제대의 근본 뜻과 중요성을 되살려 놓았습니다. 제대 입맞춤은 그리스도께 경배를 드리는 것이라는 본래 뜻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제대는 그리스도의 상징이고 성당의 중심입니다. 단순한 전례 비품이 아닙니다. 십자가 제사를 되풀이하는 제사상이며, 주님의 마지막 만찬을 새롭게 하는 식탁입니다. 따라서 제대의 중심성과 독립적인 품위를 나타내기 위해서 벽에서 떨어져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제대 둘레에 열린 공간이 생겨 봉사자들이 제대를 쉽게 돌 수 있고, 사제가 신자들을 바라보고 미사를 거행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거행 방식은 마지막 만찬에 있었던 가족적 분위기 또는 우정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감사기도 제1양식(로마 전문)에는 이러한 고대 미사의 모습을 알려주는 “제대 둘레에 서 있는 이들”(circumstantes)이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일반 사회에서도 밥상은 가정의 중심이고 가족의 관계를 현실이 되게 하고 굳게 합니다. 아울러 제대는 신자들 시선이 모아지는 곳, 조금 높은 곳, 빛이 잘 비치는 곳에 설치해야 합니다. 고대에는 제대가 해 뜨는 동쪽을 향했다는 것도 기억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떠오른 해는 전통적으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상징합니다.
미사의 중심과 심장은 제대입니다. 모든 것은 제대에 집중되고 제대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제대와 관련을 맺습니다. 따라서 미사 동안에는 제대에 성체를 모셔 놓을 수 없고, 감실에 경의를 표현하는 것도 제한됩니다. 그만큼 제대에 집중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미사는 제대에서만 거행할 수 있습니다. 제대 없이는 미사를 거행할 수 없습니다. 다만 성당 밖에서는 탁자로 임시 제대를 만들어 미사를 드릴 수는 있습니다.
전통적인 관습과 상징에 따라 성당의 제대는 돌로 만들 것을 권장합니다. 특히 윗부분은 자연석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제대는 예식서에 따라 봉헌해야 합니다. 봉헌 예식을 통하여 제대는 도유되어 “유일한 사제요, 제대요, 제물이신”(부활 감사송 5) 그리스도의 상징으로 변합니다. 한편, 붙박이가 아니라 움직일 수 있는 제대를 이동 제대라고 하는데, 이동 제대에는 만드는 소재에 제한이 없고, 축복만 해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의무는 아니지만, 봉헌할 제대 속에 진실성이 입증된 성인 유해를 (순교자가 아니더라도) 넣는 관습은 지금도 유지됩니다.
성당에 제대는 하나만 있는 것이 원칙입니다. 오래된 성당에 벽에 붙은 제대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제대는 사용하지 말고 (장식을 않음), 벽에서 떨어진 다른 제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하나의 제대는 “공동체에는 한 분이신 그리스도, 하나의 미사”를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성당 안에서 다른 임시 제대를 설치하고 미사를 드리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제대 위에 다른 것을 함부로 올려놓을 수 없어
제대에서는 성찬 전례만 거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제대 위에는 다른 것을 함부로 올려놓을 수 없습니다. 또 제대를 이용하여 성탄 구유를 만든 것은 제대 공경과는 거리가 멉니다.
전통적으로 미사 교리와 관련된 세 가지 중요한 표지로 제대를 장식합니다. 주님의 기념제와 거룩한 만찬을 기억하는 적어도 하나의 흰색 제대포(본디 하나였으나 중세에 늘어났고, 16세기에는 세 개), 그리스도의 파스카 제사를 기억하는 십자가, 부활하신 주님과 성령의 활동을 기억하며 축제와 존경의 표시로 놓는 초가 있습니다.
초가 지향하는 존경은 특히 성체에 관련되므로 초와 촛대는 품위 있고 좋은 것을 씁니다. 전기 촛불은 제대에 놓을 수 없습니다. 모든 미사에 적어도 두 개의 초를 놓아야 합니다. 주일과 의무 축일 같은 특별한 미사에는 네 개나 여섯 개, 교구장 주교가 주례할 때는 일곱 개를 놓습니다. 제대 십자가와 초는 제대 위나 둘레에 놓을 수 있으며, 신자들이 제대를 보는데 방해해서도 안 됩니다.
한편, 제대는 꽃으로도 장식합니다. 신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에는 아름다움의 분위기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고대 교회에서는 묘지를 꽃으로 장식하던 당시 풍습에 따라 순교자 묘지도 꽃으로 장식했습니다. 이러한 꽃 장식은 성당의 모자이크 장식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꽃들은 기도와 묵상을 돕습니다. “성경에 따르면, 꽃은 이 세상에서 은총의 상징이며, 꽃으로 덮인 낙원을 회상시킵니다.”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라는 말도 있듯이(도스토예프스키), 참된 아름다움은 주님의 얼굴입니다.
그러므로 꽃 장식, 또는 꽃꽂이는 미사를 거행하는 장소, 특히 제대에는 매우 중요합니다. 미사경본 총지침은 제대 꽃 장식 대해서 말하며 제대 위보다는 둘레에 하라고 권고합니다. 성당에서 꽃 장식을 하는 것은 하나의 예술입니다. 그러므로 전례 예술의 근본 원칙, “고귀한 단순성”은 꽃 장식에도 해당됩니다. 성당의 꽃 장식은 대림시기와 사순시기에는 제한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2년 10월호, 심규재 실베스텔(신부, 작은형제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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