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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전례의 숲: 참회 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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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09-21 조회수4,509 추천수0

[전례의 숲] 참회 예식

 

 

목욕재계라는 말이 있습니다. 머리를 감고 몸을 씻으며 마음을 가다듬고 규범을 지켜 부정을 피한다는 뜻입니다. 신성한 일이나 중요한 일을 하기 전에는 먼저 목욕재계를 합니다. 특히 제관들은 제사를 지내기 전에 미리 목욕재계를 합니다. 몸과 마음이 깨끗해야 천지신명을 접할 수 있다는 믿음에 나온 관습입니다. 산삼을 캐는 심마니들도 산에 들어가기 전 목욕재계를 하여 산신령의 도움을 받으려 한답니다. 이슬람교 신도들은 성전에 들어가기 전에 손, 입, 코, 얼굴, 팔, 머리, 귀, 발을 차례로 씻습니다. 물이 없을 때에는 깨끗한 모래, 흙, 자갈이나 돌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가톨릭 신자들은 성당에 들어갈 때 성수를 찍어 성호를 그으며 세례를 기억합니다. 거룩한 예식에 참여하기 위해 정화 예식을 하는 셈입니다. 부활과 성탄 축제에 앞서 준비하는 기간이 있는 것에서도 같은 이치를 볼 수 있습니다. 

 

미사 거행은 주님과 특별한 만남입니다. 이 만남에 장애가 되는 것은 미리 없애는 것이 당연합니다. 미사를 시작하면서 참회를 하는 이유입니다. 하느님께 자기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청하며 화해하는 것을 뜻합니다.

 

또한 예수님 친히 확인하시듯이(마태 5, 23-24) 형제들과 화해를 먼저 하지 않고는 하느님과 화해할 수 없습니다. 나아가 성 바오로도 자신을 돌이켜 보고 나서 성체를 모시라고 권고합니다(1코린 11, 27-32).

 

2세기 초 “디다케”라는 교회 문헌도 미리 참회 행위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주일에 함께 모여 빵을 나누고 감사를 드리기 전에 여러분의 죄를 고백하여 여러분의 봉헌이 순수한 것이 되게 하십시오.”

 

 

고백의 기도로 내가 죄를 지었음을 인정

 

미사의 참회 예식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여러 형태가 있었습니다. 고대 로마에서는 미사 시작 때 교황이 침묵 속에 개인으로 기도하였습니다. 현행 미사 경본은 세 가지 형태의 참회 예식을 싣고 있습니다. 

 

첫째는 “전능하신 하느님과 형제들에게 고백하오니” 기도 양식입니다. 미사경본은 이 전통적인 방식을 기본 양식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기도 양식은 프랑스 지방에서 생겼습니다. 미사 밖에서 이와 비슷한 기도가 이미 있었습니다. 미사 안에서 처음에는 사제나 봉사자들이 제의방에서 준비로서 낭송하였으며, 이어서 “제대 아래서 하는 기도”로 변하였습니다. 11세기에는 시작 예식에서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사순 시기나 참회의 날에는 다른 양식보다 이 전통 양식이 더 어울립니다.

 

이 고백의 기도로 내가 죄를 지었음을 인정합니다. 다른 사람의 죄가 아니라 나의 죄를 고백합니다. 그러나 모든 이는 다른 사람과 일치하여 죄를 고백합니다. 그래서 이 고백은 교회의 고백이 됩니다. 한편, 하느님 앞에서만 아니라 형제들 앞에서, 곧 교회 앞에서도 죄인임을 고백합니다. 실제로 우리가 죄를 범할 때마다 그것은 하느님과 형제들에게 관련됩니다. 그러므로 형제들에게 나를 위하여 기도해 달라고 자비를 청합니다. 아버지 집에 돌아온 아들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루카 15, 18) 하고 고백하였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새로 나온 미사경본에서는 기도문을 단순하게 다듬었습니다. 옛 미사경본에서 두 번 되풀이하던 성모님과 천사들과 성인들 이름 목록을 한 번으로 줄여, 전구 기도에서만 하고, 고백 기도에서는 하느님과 형제들에게만 합니다. 그리고 천사와 성인 이름을 직접 말하지 않고 뭉뚱그려 말합니다.

 

 

죄의 내용에 “의무 소홀” 넣은 것이 중요

 

예식 자체도 신자와 사제가 따로 따로 하던 것을 하나로 모았습니다. 다시 말하면, 참회는 주례와 회중 전체 사이에서 이루어집니다. 공동체 성격을 살려 사제와 신자들이 하느님의 용서를 얻는데 서로 돕는 다는 사실을 더욱 드러냈습니다. 

 

무엇보다 고백하는 죄의 내용에 “의무 소홀”을 넣은 것이 중요합니다. 새 교리서에도 이 죄에 대해서 말합니다. 옛 미사경본과 교리서에서는 생각과 말과 행위로 지은 죄에 대해서만 말하였습니다. 고백하는 죄의 내용에 “의무 소홀”을 넣은 것은 신앙인으로서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음”을 죄로 인식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새롭게 강조한 정신입니다. “의무 소홀”의 죄는 주일 미사 참여와 같이 법적인 의무를 하지 않는 것만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은 악을 행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선을 행하고 정의를 실천해야 합니다. 실제로 우리는 자신의 편의를 위해 또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불의에 침묵하거나 그 저항에 소극적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나아가 삶에서 기쁨과 찬양을 소홀이 하는 것도 “의무 소홀”이 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현존과 활동을 인식할 때 그분께 찬양과 감사를 드릴 수 있고, 여기서 기쁨이 흘러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말 미사경본에서 “죄를 많이 지었으며, 자주 의무를 소홀히 하였나이다.”라고 말하여 “의무 소홀”은 죄가 아닌듯한 인상을 줍니다. 다음 개정판에서는 공의회가 가르친 이 정신이 분명하게 드러나게 고쳐야 할 것입니다.

 

고백의 기도를 바치며 가슴을 치는 행위는 그대로 보존합니다. 옛날에는 미사에서 여러 번 가슴을 쳤으나(축성 후 거양, 하느님의 어린양, “주님, 마땅하지 못하오나”) 지금은 신자들은 여기서 한 번만 가슴을 칩니다. 또한 세 번이라는 말은 빼고 단순히 “가슴을 친다.”라고 하였습니다. 가슴에 손을 대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가슴을 치는 동작입니다. 이것은 자기 죄를 확인하는 동작입니다. 이러한 관습은 세리의 기도(루가 18, 13)을 기억시킵니다.

 

 

죄인으로서 성찰, 진정한 화해의 첫걸음

 

둘째 양식은 성경에서 따온 형태입니다. “주님,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저희는 주님께 죄를 지었나이다”(시편 50, 1; 요엘 2, 17),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또한 저희를 구원하여 주소서”(시편 84, 8). 그런데 “불쌍히 여기소서.” 표현은 성경에서 매우 자주 나온다. 사람이 종교적이기는 하지만 본성으로 죄 성향이 있음을 드러내기 위해서입니다. 회중의 구성원은 거룩한 생활을 해도 미사에서는 죄인으로서 자신을 성찰합니다. 진정한 화해의 첫걸음입니다. 이 양식은 참회 특성을 지닌 사순시기에는 덜 어울립니다.

 

셋째 양식은 본디 노래로 부르는 간구 형태입니다. 위 두 양식과는 달리 아버지 하느님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향합니다. 하느님이시지만 우리처럼 사람이 되신 그리스도와 더욱 친밀함을 느끼게 해 줍니다. 미사경본이 제시하는 내용은 성경에서 따옵니다. “... 하러 오신 주님”(루카 4, 18), “죄인을 부르러 오신 그리스도님”(마태 9, 13; 루가 5, 32), “아버지 오른쪽에 중개자로 계신 주님”(로마 8, 34; 히브 7, 25). 그러나 간구 내용은 그날의 전례나 축일에 맞게 바꿀 수 있습니다. 이 간구는 주례나 부제 또는 다른 봉사자가 바칩니다. 그리고 이 양식에는 자비송이 결합되어 있으므로 사죄경 다음에 자비송은 따로 하지 않습니다.

 

 

전례에서 말하는 것은 언제나 효과를 낸다

 

참회 예식에서 먼저 주례 사제는 거룩한 신비인 미사를 더욱 합당하게 거행하기 위하여 신자들에게 자기 탓과 허물을 인식하라고 권합니다. 

 

이어서 침묵의 시간이 뒤따릅니다. 침묵이 너무 짧아서는 안 됩니다. 각자 자기 탓에 대한 성찰을 하고 하느님께 더욱 충실하려는 의지를 굳게 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 뒤에 모두 함께 바치는 양식에 따라 참회기도를 바치고, 마지막으로 사제는 사죄 기도문을 바칩니다. 사죄경은 전통적인 기도문입니다 (전능하신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자비를 가지시어...). 미사경본 총지침은(51항) “이 사죄경이 고해성사의 효과를 내지는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효과가 전혀 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고해 성사의 효과보다는 못하지만 영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전례에서는 언제나 말하는 것은 효과를 냅니다. 

 

어떤 때 미사의 참회 예식은 다른 양식 또는 참회 성격을 지닌 다른 예식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주일, 특히 부활 시기의 주일에 하는 성수 예식이나 재의 수요일에 하는 재의 예식이 좋은 예입니다. 미사와 시간전례를 결합하여 하는 경우에도 참회 예식은 생략합니다(자비송은 때에 따라 할 수 있습니다). 성지주일 미사의 행렬, 주님 봉헌 축일의 초 축복과 같이 특별한 예식이 있을 때는 참회 예식을 생략합니다. 어린이 미사에서도 생략할 수 있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2년 12월호, 심규재 실베스텔(신부, 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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