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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전례 이야기5: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자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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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10-13 조회수6,020 추천수0

최창덕 신부의 전례 이야기 ⑤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님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하고 노래하거나 낭송할 때, 우리는 마치 공동 죄 고백을 할 때와 같은 감정에 사로잡혀 자신의 잘못이나 죄의 용서를 간청하는 청원을 드리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비송은 죄 고백과는 달리 아버지이신 성부께 향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 향한 외침입니다. 자비송 환호는 예리고 근처에서 예수님께서 고쳐주신 맹인 바르티매오의 외침과 관련시켜 볼 수 있습니다(마르 10,45-52). 바르티매오는 길가에 앉아 구걸하다가 예수님께서 자기 곁을 지나신다는 것을 듣고 “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외쳤습니다.

 

자비송의 첫 마디 “키리에(주님이시여)”는 미사 집회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께 대한 고백이며,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겠다.”(마태 18,20)고 하신 그리스도님의 약속에 대한 공동체의 대답입니다. 우리는 공동체 안에 그리스도께서 계심을 고백합니다. 우리는 그분의 이름으로 모였습니다. 그분은 분명 우리 가운데 계십니다. ‘키리에’라는 환성으로써 우리는 바로 이 사실을 증거하는 것입니다. ‘키리오스(주님)’라는 용어는 본래 동방과 로마 문화권에서 왕이나 황제를 경배할 때 사용된 말입니다. 로마제국 시대에 황제가 어떤 지방을 방문하면 군중들이 “키리에, 엘레이손!”하고 외쳤습니다. 이 말은 “황제시여, 굽어 살피소서.”라는 의미를 가진 환영의 인사였습니다. 이 인사가 미사 안에서 왕 중의 왕이신 그리스도께 드리는 환호로 사용되는 것입니다. 미사에 참례한 모든 이들은 그들과 함께 계시기 위해 오시는 그리스도님께 이와 같은 환영과 존경의 인사를 드립니다. 다른 한편 박해시대인 초세기에 그리스도인들이 황제를 신으로 경배하도록 강요받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 ‘키리에’는 참된 신이신 그리스도께 향하는 신앙고백이기도 합니다.

 

자비송을 통해 우리는 아버지 하느님께 나가기 전에 우리의 머리시요 영광중에 계신 왕이시며 주님이신 키리오스, 그리스도님을 환호하며 그분께 경배를 드리고 청원을 호소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비송은 근본적으로 죄를 뉘우치며 용서를 간청하는 애소가 아닙니다. 이 노래는 죄인의 자화상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시는 분이 여기 계심을 환호하는 노래입니다. 또한 자비송은 예수 그리스도님만이 자비와 용서를 베푸시는 유일한 주님이심을 고백하는 신앙고백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이 기도는 밝고 힘차게 바쳐야 하며, 기쁨과 존경을 동시에 표시하는 외침이 되어야 합니다. 자비송이 청원을 담고 있는 기도이기는 하지만, 이 청원은 승리자시요 왕이시며 죄악과 죽음을 쳐 이기신 분,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시는 그리스도께 대한 찬미인 것입니다.

 

[2014년 10월 12일 연중 제28주일 대구주보 3면, 최창덕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가톨릭신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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