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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부활] 세계의 부활절 풍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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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4-08 조회수8,877 추천수0

세계의 부활절

 

태양의 나라에서 겨울왕국까지 풍습 달라도 부활의 기쁨은 하나

 

 

가톨릭교회의 최대 축제인 부활대축일에 지역교회에서는 다양한 풍습을 즐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부활달걀이다. 이웃종교 신자들도 알 정도로 부활대축일의 대명사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부활달걀 나누기는 17세기 수도원에서 유래 

 

세계 여러 나라가 부활대축일을 기념하고 즐기는 풍속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기억하는 교회 전례와 각 민족의 고유한 세속적 의식들이 결합돼 각양각색이다. 그러나 부활달걀만큼은 어디 가도 부활대축일 풍습에 빠지지 않는다. 달걀은 무덤에서 부활한 예수그리스도를 상징한다. 달걀 안에서 죽은 듯하던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오기 때문이다. 달걀 모양이 예수가 부활한 동굴을 닮았다는 데서 부활의 상징이 됐다. 달걀이 생명과 재탄생의 상징으로 여겨진 것은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인들은 겨울에서 봄으로의 계절 변화를 지구의 재탄생이라 여겼고 병아리가 태어나는 달걀에서 재탄생의 상징성을 찾았다. 

 

부활 풍습 가운데 가장 대표적이고 보편적인 부활달걀 나누기는 역사가 그리 오래 되지 않는다. 17세기 수도원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 사순시기 동안 엄격한 고행을 하던 수도자들은 육류는 물론이고 생선도 먹지 않다가 부활대축일 아침이 되면 기쁘게 부활을 맞이하는 하나의 ‘세리모니’로 달걀을 먹었다고 한다. 부활 달걀은 전 세계에 전파돼 예수의 성혈을 상징하는 붉은 색을 칠하는 것이 전통이 됐고 이후 부활달걀에 칠해지는 색깔과 그림은 지방색을 반영해 다채로워졌다.

 

 

초기 한국교회, 부활대축일 축하하며 개고기와 술 나눠 

 

한국교회도 부활대축일이면 부활달걀을 나누며 부활을 축하한다. 한국교회에 부활달걀이 언제 전해졌는지는 확인하기 쉽지 않다. 달레 신부의 「한국천주교회사」를 보면 우리 신앙 선조들이 부활달걀을 모르던 시절 부활대축일의 흥미로운 음식 문화가 소개돼 있다. 개고기와 술의 등장이다. 「한국천주교회사」 상권 458쪽에는 “원경도와 이중배는 1800년 4월 친구인 정종호의 집에서 부활대축일을 지냈다. 이들은 개를 잡고 술을 많이 장만해 이웃에 사는 몇몇 교우들과 함께 길가에 모여 모두 큰 소리로 알렐루야와 부활삼종경을 외고 나서 바가지를 두드려 가며 기도문을 노래했다”는 기록이 있다. 1980년대까지도 농촌 본당에는 부활대축일에 개를 잡는 전통이 남아 있었다.

 

미국 부활대축일 행사인 달걀 찾기가 시작되기 전 출발선에서 기다리는 어린이들.

 

 

미국 백악관 ‘달걀 굴리기’ 세계적인 유명세

 

그리스도교 국가인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부활달걀과 연관된 풍습들이 만들어졌다.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부활 풍습으로는 미국의 ‘달걀 굴리기’와 ‘달걀 찾기’를 들 수 있다. 이 풍습은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심장부인 백악관 잔디 마당에서 천진난만하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TV에 보도되면서 부활대축일의 대표 행사로 뿌리내렸다. 백악관뿐만 아니라 미국의 모든 가톨릭 성당에서도 달걀 굴리기와 찾기 행사가 벌어져 어린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달걀 굴리기는 경사로에 달걀을 굴려 깨지지 않고 목표 지점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달걀이 이기는 경기다. 달걀 찾기에서는 어린이들이 예쁘게 장식된 진짜 혹은 가짜 달걀을 찾는데 가짜 달걀 안에는 사탕과 초콜릿 등 선물이 들어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국가적 축제, 큼직한 초콜릿 달걀 선물 

 

교황청이 있는 이탈리아는 부활대축일이 종교 축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축제로 여겨진다. 우리 설이나 추석 명절 같은 분위기다. 역시 부활달걀은 빠질 수 없다. 사제들은 부활대축일 전에 부활달걀을 축복하고 주부들은 부활절 식탁 가운데에 부활달걀을 놓는다. 주위에 놓이는 다른 음식들 중 눈길을 끄는 것은 토끼 모양이 새겨진 빵과 과자다. 토끼 무늬 음식은 서구 여러 나라 부활대축일에 모습을 드러낸다. 눈을 뜨고 자는 동물인 토끼가 어둠을 이겨낸 부활의 의미와 통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즐겨 먹는 초콜릿조차도 큼지막한 달걀 모양으로 만들어 가족이나 이웃에게 선물하는 부활절 풍습을 지킨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고향인 폴란드에서는 성토요일이 되면 가정마다 ‘축복바구니’에 붉은 칠을 한 달걀, 빵과 소금, 흰소세지를 담아 사제의 축복을 받는다. 이 음식들은 부활하신 예수, 건강과 성공, 새 봄의 풍년을 뜻한다.

 

 

 

스페인, 성 금요일 거대한 거리 수난행렬… 멕시코, 악을 상징하는 종이인형 태우기도

 

스페인에서는 주님 수난 성금요일이 되면 전국적으로 십자가의 길을 재현하는 행렬이 이어진다.

 

 

정열의 나라 스페인과 멕시코는 스케일이 큰 부활대축일 축제를 한바탕 벌인다. 스페인 각지의 신자들은 성금요일에 거리로 쏟아져 나와 거대한 물결을 이룬 채 수난행렬과 사형 언도에서 죽음에 이르는 십자가의 길 사건을 재현한다. 스페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투우경기도 부활절에는 특별한 이벤트를 연다. 길거리에 소를 풀어놓고 경기장으로 몰아넣는 풍습을 고수하느라 해마다 소에 치이고 밟히는 사람들이 속출하는데도 불구하고 스페인에서는 부활절마다 행해진다. 멕시코는 성주간이 시작되면 기간은 다르지만 기업체와 학교 심지어 관공서까지 공식 휴무에 들어간다. 멕시코 전역은 축제 분위기에 들떠 연일 예수 수난극이 공연되고 연휴 기간 동안 고속도로는 휴양지로 떠나는 차들로 몸살을 앓는다. 대도시는 텅텅 빈 유령도시가 되고 만다. 멕시코에는 독특한 ‘모닥불 행사’라는 것이 있다. 부활성야 미사 후 신자들이 성당 밖에 모여 예수를 배반한 유다와 악을 상징하는 종이인형을 태우는 의식으로 활활 타는 불을 보며 악에 대한 선의 승리를 마음에 새긴다.

 

 

‘겨울왕국’ 스웨덴 · 핀란드 ‘굴뚝 속설’ ‘목초 심기’ 등 독특한 풍습 

 

부활대축일을 엄숙한 침묵 속에 보내는 나라도 있다. 스웨덴에는 성주간에 마귀가 극성을 부리고 굴뚝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온다는 속설이 있다. 북유럽의 부활시기는 아직 추운 겨울임에도 선뜻 벽난로에 불을 피우지 못하고 추위를 참는다. 대신 어린아이들은 마귀로 분장해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부활카드를 돌리고 선물과 용돈을 받는 풍습이 있다. 스웨덴의 이웃나라인 핀란드도 3~4월까지 겨울이 계속되다 보니 부활대축일은 예수 부활 이상으로 봄이 왔음을 알리는 절기라는 인식이 강하다. 핀란드의 어린이들은 부활대축일을 앞두고 화분에 목초를 심고 부활을 상징하는 새싹이 돋아나기를 기다린다. 1년의 반이 겨울인 핀란드 국민들은 부활대축일 아침에 태양이 춤을 추며 떠오른다고 믿는다. 부활달걀을 나눠 먹는 풍습은 핀란드에서도 볼 수 있다.

 

 

[가톨릭신문, 2015년 4월 5일, 박지순 기자, CNS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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