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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전례의 숲: 예물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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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9-17 조회수6,052 추천수0

[전례의 숲] 예물 기도

 

 

예물 준비 예식의 마지막은 “예물 기도”입니다. 로마의 고대 전례서는 이 기도를 싣고 있지만 이름을 붙이지는 않았습니다. 나중에 “세크레타”(Secreta), 곧 “비밀 기도”라는 이름이 나타났고 일반적으로 이렇게 불렀습니다. “비밀 기도”는 이 기도를 침묵 가운데 바친 관습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 낱말의 어원이 ‘분리하다’이므로, 감사기도를 지향하여 분리된, 곧 “감사기도로 들어가는 기도”라는 뜻도 있습니다.) 이러한 증언이 있습니다. “이 기도는 하느님 밖에 아무도 듣지 못하고 그분만 듣도록 바친다. 다만 ‘모든 세세 대대에’ 부분만 소리를 내서 바친다.”(로마 예식서 15). 그리고 이 이름은 트리엔트 미사경본에서 1962년 판까지 계속 사용되었습니다. 한편 로마의 다른 고대 전례서는 이 기도에 “예물 기도”(Super oblata)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1964년 이 기도문을 속으로 바치는 관습이 폐지되면서 이 이름을 되찾았습니다. 

 

사제는 손 씻음 예식을 하고 나서 제대 한 가운데로 가서 교우들을 바라보고 두 팔을 벌렸다 모으면서 기도해 달라고 청합니다. “형제 여러분, 우리가 바치는 ... 기도합시다.” 이 기도문은 본기도나 영성체 후 기도 앞에 있는 “기도합시다” 권고를 확장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시토회와 같이 고대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곳에서는 단순하게 “형제 여러분, 기도합시다.”라고 합니다. 

 

이 권고를 받으면 교우들은 일어서서 “사제의 손으로 바치는 이 제사가” 기도를 바치며 응답합니다. 서는 것은 부활한 사람의 자세로써 기도의 기본자세입니다. 앉아서는 듣고 묵상합니다. 교우들은 언제 일어날까요? 이전 미사경본에서는 명백하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분향이 있는 장엄 미사를 설명하였기 때문입니다. 곧, 교우들은 분향에서 일어나 있기 때문에 이 기도에서 일어서라는 지시문을 넣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분향이 없을 때에서는 언제 일어나야 할지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새 미사경본은(2002) 이 부분을 보완하였습니다. 새 총지침과(146) 통상문에(29항) 따르면 “형제 여러분” 권고의 말 뒤에, “사제의 손으로 바치는” 기도 전에 일어나야 합니다. 

 

 

예물 기도는 예물이 축성될 재료임을 선언 

 

교우들의 기도가 끝나면 예물 기도를 바칩니다. 예물 기도는 앞에 있는 권고와 함께 두 가지 기능을 갖습니다. 예물 준비 예식을 마치는 기능과 바로 뒤에 오는 감사기도를 준비하는 기능입니다(총지침 77). 이 기도는 교우들의 예물과 기도를 모아 바치면서 예물 준비 예식 전체를 요약합니다. 본기도가 시작 예식을, 영성체 후 기도가 영성체 예식을 마감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예물 기도는 예물을 축성하지 않고, 축성될 재료임을 선언합니다. 곧, 예물이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바뀔 것을 지향합니다. 나아가 이 기도로 우리 자신과 우리에게 속하는 모든 것, 그리고 세상 전체를 그리스도의 제사를 지향하여 봉헌합니다. 그러므로 예물 기도는 감사기도에서 이루어지는 참된 봉헌으로 들어가는 징검다리이자 문이라고 하겠습니다. 보기를 들면, 연중 제19주일에 다음 예물 기도를 바칩니다. 

 

“주님, 주님의 자비로 이 예물을 바칠 수 있게 되었으니 

주님의 교회가 드리는 이 예물을 받아들이시어 

저희에게 구원의 성사가 되게 하소서.” 

 

한편, 많은 예물 기도에서 감사기도에 축성된 성체와 성혈 제물을 바치며 기도하는 것처럼, “제물”, “깨끗하고 거룩한 제물”, “화해의 제물”, “화해와 찬미의 제물”, “기도와 제물”, “제사”를 바치며, “영원한 구원”, “죄의 용서”, “모든 위험에서 지켜주심”, “주님의 자비”를 청하는 표현들이 있습니다. 또한 “성령을 보내시어”, “성령의 힘으로”, “아벨의 제물처럼 강복하시고 거룩하게 하시어”, “이 예물을 거룩하게 하시고”라는 구절들은 감사기도에서 예물을 축성하기 위하여 성령을 청하는 기도(에피클레시스)에서 사용하는 표현들입니다. 이 모든 표현들은 언뜻 보면 예물 기도 자리에서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넓게는 감사기도의 준비, 곧 감사기도를 요약하여 앞당겨 제시하는 “예고편”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예물 기도는 본기도와 영성체 후 기도처럼 주례자의 기도입니다. 주례자의 기도란 “회중을 이끄는 사제가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거룩한 백성 전체와 모든 참석자의 이름으로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입니다. 그러므로 주례 사제는 이 기도를 회중을 대표하여 팔을 벌리고 큰소리로 바칩니다. 다만 본기도와는 달리 짧은 맺음말로 끝납니다.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기도문 마지막에 성자에 대한 말이 있을 때는 “성자께서는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나이다.”하고 맺습니다. 예물 기도는 본기도와 영성체 후 기도와는 달리 성자께 바치는 기도는 없고 모두 아버지께만 바칩니다. 

 

 

예물 기도는 일반적으로 성찬 제사를 지향 

 

한편 본기도는 전례일이나 전례 시기의 성격을 드러내는 내용을 담고 있으나 예물 기도는 기능적인 기도로서 일반적으로 성찬 제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연중 주일의 예물 기도들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여러 예물 기도문들이 전례일이나 시기 또는 미사의 종류에 따라 그 성격을 반영합니다. 다시 말하여, 미사의 제사 본성과 더불어 그 미사의 성격을 나타내는 예물 기도들이 많이 있습니다. 보기를 들면, 재의 수요일에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님, 이 제사로 엄숙하게 사순 시기를 시작하며 간절히 바라오니 

저희가 참회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삶으로 

해로운 쾌락을 멀리하며 죄를 깨끗이 씻고 

경건하게 성자의 수난을 기념하게 하소서.” 

 

교우들은 모두 “아멘”하고 환호하며 사제가 바친 기도를 자신의 기도로 만듭니다. (총지침 77). 사제가 바치는 기도에 관한 동의이며 확인입니다. 계약서에 서명을 하거나 인장을 찍는 것처럼 신자들의 아멘은 주례 사제가 기도를 바치는 행위에 효력을 줍니다. 

 

새 미사 경본은 주일, 대축일, 축일에 고유한 예물 기도를 싣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 다른 기도가 갖추어져 있지는 않습니다. 같은 기도들을 되풀이하여 사용하기 합니다. 보기를 들면, 부활 7주일 예물 기도는 부활 7주간 화요일에도 사용하고 연중 28주일에도 사용합니다. 평일에도 사순 시기에는 고유 예물 기도를 바칩니다. 옛 미사경본과는 달리 거의 반복되지 않습니다. 부활 시기 평일에는 대부분 팔일 축제와 주일들의 예물 기도를 알맞게 가져다 씁니다. 

 

대림 시기에 12월 17일까지는 대림 주일들의 예물 기도들을 바칩니다. 대신 18일 이후에는 고유 기도가 있습니다. 성탄 시기 평일에는 29일부터 31일까지 기도를 번갈아 씁니다. 

 

연중 평일에는 본기도에 관련된 지침을 따릅니다. 곧, 그 주일 기도문 외에 다른 연중 주일의 기도문을 쓸 수 있습니다(총 지침 363). 고유 예물 기도가 없는 성인 기념에는 공통 또는 해당 시기 평일의 기도문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새 미사경본은 옛 미사경본에 없던 많은 예물 기도를 실었습니다. 되풀이하는 것을 빼도 100개가 넘는 예물 기도들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60여개는 옛 미사경본에 없던 것들입니다. 기도문은 대부분 옛 성사집에서 가져왔지만 새롭게 창작한 것도 있습니다. 어떤 것들은 옛 미사경본에서 손대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였고, 어떤 것들은 다듬거나 다른 미사에 배정하였습니다. 이렇게 새 미사경본의 예물 기도들은 옛날에 생긴 “흉터”가 덜 지워졌지만 매우 풍요로워졌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5년 9월호, 심규재 실베스텔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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