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순부활] 사순 시기, 그것이 알고싶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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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6-03-07 | 조회수7,914 | 추천수0 | |
사순 시기, 그것이 알고싶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사순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는 평소 하지 않던 전례 예식을 하기도 하고, 미사 중에 늘 해오던 기도문을 외우지 않기도 해요. 왜 그런 걸까요. 그 궁금증을 함께 풀어봅시다.
사순 시기는 어떤 때?
사순(四旬)이란 말을 풀어보면 ‘40’이란 뜻이에요. 재의 수요일부터 성주간 목요일(3월 24일) 주님 만찬 미사 전까지 40일을 사순 시기로 보내기 때문이죠. 교회는 이 기간에 예수님의 수난과 사랑을 묵상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준비해요.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신 채 골고타 언덕을 오르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이유는 단 하나에요.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서죠. 그만큼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아끼고 사랑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요. 예수님을 그만큼 사랑하고, 그분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을까요.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면서, 예수님의 희생과 사랑을 기억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마음을 새롭게 하는 때가 사순 시기예요. 그래서 이 시기의 전례 속에는 이런 의미가 녹아 있답니다.
사순 시기 날짜를 헤아리면 40일이 아닌데요?
교회는 전통적으로 재의 수요일부터 성토요일까지를 사순 시기로 지냈습니다. 그런데 이 기간은 날짜로 헤아리면 46일이 됩니다. 여기서 사순 시기에 오는 주일을 빼면 40일이 되지요. 주일을 빼는 이유는 주간 첫날인 주일은 곧 주님께서 부활하신 날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쇄신에 따라 교회는 성주간 성 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부터 예수 부활 대축일까지를 파스카 성삼일로 가장 장엄하게 지내도록 하면서 사순 시기는 이 파스카 축제를 준비하는 시기로 규정했어요.
그래서 사순 시기는 재의 수요일부터 성주간 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 전까지가 됩니다. 이 기간에서 주일을 제외한 날짜를 세어보면 40일이 채 되지 않지만, 관행에 따라 사순 시기라고 부른답니다.
미사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신부님 제의예요. 이 시기 동안 사제는 참회와 속죄를 상징하는 ‘보라색’ 제의를 입어요. 색이 지니는 특별한 의미와 상징이 전례 시기를 깊이 묵상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대축일이나 축일에는 그에 맞는 색의 제의를 입을 수 있어요.
미사 중에는 ‘알렐루야’와 ‘대영광송’을 하지 않아요. 알렐루야는 히브리어로 ‘하느님을 찬미하라’는 뜻이에요. 이것은 기쁨에 겨워 외치는 환호이기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을 묵상하는 사순 시기 동안에는 하지 않는답니다. 대영광송도 하느님을 찬양하며, 자비를 청하는 찬미가예요. 성가대뿐만 아니라 미사에 참례한 모든 신자가 함께 하느님의 영광을 찬양하는 노래이기 때문에 사순 시기에는 하지 않아요.
마찬가지로 미사 성가도 화려하고 웅장한 것보다는 단순하면서도 소란스럽지 않은 것을 불러요. 참회나 화해를 주제로 하고 있다면 더욱 좋답니다. 또 화려한 성가대 찬송이나 오르간을 포함한 모든 악기 독주를 자제해요. 주변의 소리보다 주님과 나누는 마음의 대화에 귀 기울이기 위해서예요.
뉘우침을 도와주는 전례들
올해 재의 수요일은 2월 10일이었어요. 모두 예식에 참례해 머리에 재를 받았나요. 머리에 올려진 재는 지난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축복한 성지를 모아 태워 만든 것이랍니다. 사순 시기를 시작하는 이 날 우리는 머리에 재를 얹으며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창세 3,19)을 생각해요. 인간의 허약함과 한계를 깨닫고 완전하신 주님께로 나아가자는 것이죠.
재의 수요일에 그리스도인들은 ‘금식재와 금육재’를 지켜요. 음식을 먹는 대신 몸과 마음을 깨끗이 비워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에 동참하기 위해서예요. 그렇다고 온종일 굶는 것은 아녜요. 보통 하루 세끼 중에서 한 끼는 평소처럼 제대로, 한 끼는 좀 적게, 한 끼는 굶는 식으로 단식한답니다. 나의 음식을 희생해 가난한 이웃을 돕는다는 의미도 있어요.
사순 시기에는 ‘판공성사’를 통해 마음을 깨끗이 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맞이할 준비를 해요. 가장 친한 친구와 싸운 채로 축제를 함께 즐길 수 있을까요. 어려울 거예요. 마찬가지로 고해성사를 통해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청해 하느님과 화해를 이루고, 부활 축제의 기쁨을 누릴 마음의 준비를 갖추는 것이에요.
성당 밖에서도 실천해요
사순 시기 동안 이렇게 많은 전례 요소들이 예수님의 고통과 죽음을 마음에 새길 수 있도록 도와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성당 안에서만이 아니라 밖에서도 사순 묵상과 자선 실천이 이뤄져야 한다는 거예요.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올해 사순 시기 담화에서 “서로 용서하고 기도하며 가난한 이들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 쉴 곳을 찾아 주는 등 자비를 실천하자”고 강조하면서 “회개하기 매우 좋은 이 사순 시기를 헛되이 보내지 말자”고 당부하셨어요.
벌써 사순 제4주일이에요. 여러분은 어떻게 지내나요. 성당에서만 열심히 기도하고 있지는 않나요. 남은 사순 시기 동안은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마태 9,13)라는 말씀을 새기며 기도와 선행을 함께 실천하기로 해요.
[평화신문, 2016년 3월 6일, 백슬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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