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위령] 위령 성월 특집: Q&A 상장례, 이것이 궁금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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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6-11-10 | 조회수6,664 | 추천수0 | |
[위령성월 특집] Q&A 상장례, 이것이 궁금합니다 가톨릭 전례에 없어도 우리 고유 상장례 관습 일부 수용하기도
장례는 누구에게나 닥치는 문제다.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어르신들은 물론 상주가 될 자식들에게도 장례는 대사로 여겨진다. 잘 사는 것만큼이나 잘 죽는 것도 중요한 사람의 인생에서 장례는 망자(亡者)를 떠나보내는 마지막 시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례는 망자와 후손들이 지닌 신앙이 가장 집약돼 나타나는 예식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장례만큼 지역과 가문, 종교별로 고유한 특색이 강하게 존속하고 혼재돼 있는 경우도 드문 것이 현실이다. 가톨릭 장례도 예외는 아니다.
가톨릭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 이후 “교회는 신앙이나 공동체 전체의 선익에 관련되지 않는 일에서, 엄격한 형식의 통일성을 적어도 전례에서는 강요하고자 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러 민족과 인종의 정신적 유산과 자질을 계발하고 향상시킨다”(「전례헌장」 제37항)는 말로 전례에서 개방적이고 전향적인 자세를 표명하고 있다. 한국교회도 이 같은 정신을 따라 기존 가톨릭 전례에 없던 다른 전통의 상장례 관습 중 일부를 수용하고 있다. 아무리 다른 전통의 관습이 좋은 것으로 판단되더라도 ‘미신이나 오류와 끊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아니면’(「전례헌장」 같은 항)이라는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하고 무엇을 각 민족의 전통과 특성에서 적절히 하느님 예배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진지하고 신중하게 숙고해야 한다.(「전례헌장」 제40항)
2003년에 초판이 발간된 이후 2013년까지 계속 수정 보완된 현재 한국교회의 공식 예식서인 「상장예식」에는 1865년에 발간된 「텬쥬셩교례규」에 없던 화장, 우제, 면례, 한국 천주교 가정 제례 예식 등을 수록하고 있다. 이러한 예식들이 교회 공식 예식서에 들어간 것은 시대에 따라 변화된 장례문화를 교회가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직 교회가 공식적으로 허용하기로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천주교 신자들 가운데 일부가 탈상으로 차용하는 사십구재 등도 수용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인 장례 절차와 관련해 가톨릭교회 시각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을 정리해 본다.
※ 도움말 주신 분 : 박명진(시몬, 「한국 천주교회 상장례 어제와 오늘」 저자)
Q 우제(虞祭) 지내도 되나
‘초우 · 재우 · 삼우’ 유교에서 비롯됐지만 아픔 달래고 부활 희망 갖는 시기로 관용적으로 수용… 「상장예식」에 수록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의하면 우제는 장사하는 날 지내는 초우(初虞), 일진(日辰)의 천간(天干)이 유일(柔日)에 지내는 재우(再虞), 일진(日辰)의 천간(天干)이 강일(剛日)에 지내는 삼우(三虞)를 뜻한다.
본래 가톨릭 장례와 연관이 없는 우제를 「상장예식」에 수록한 것은 보편교회의 다음과 같은 규정 때문이다. “「전례헌장」 제63항에 따라 각 주교회의는 이 로마 예식서에 준하여 그 지역의 필요에 맞게 적응시킨 고유 예식서를 준비할 권한을 가진다. 다만 그 회의록을 사도좌에 보내어 승인을 받은 다음 해당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다.”(「장례예식서」 제21항)
「상장예식」은 “실제로는 세상을 떠난 이보다도 살아 있는 사람들이 더 안정을 찾지 못하고 방황한다. 그리스도인에게도 이런 심정은 마찬가지여서 사별의 슬픔은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므로 이 기간은 세상을 떠난 이를 생각하여 기도하고 그리스도의 부활과 성인들의 통공을 믿으며 사별의 아픔을 달래고 희망을 북돋우는 때이다”라고 설명한다.
우제가 유교에서 비롯됐지만 그리스도교의 부활, 성인들의 통공, 희망 등의 교리로 재해석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어 「상장예식」은 “전통 예식을 따르는 가정에서는 가문의 풍습대로 하고, 그렇지 않은 가정에서 필요하다면 다음의 예식으로 우제를 지낸다”라고 밝혀 우제에 대해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Q 사십구재(四十九齋), 가톨릭 정신에 맞는가 교회 죽음 이해와 전혀 의미 달라 한국교회 허용 결정한 것은 아냐
사십구재는 불교에서 죽은 영혼이 좋은 곳에 태어나도록 기도하는 천도(薦度) 의식이다. 불교의 내세관은 극히 착하거나 악한 사람이 죽으면 곧바로 다음 생을 받기 때문에 중음(中陰, 불교의 중간 세계)이 없지만, 보통 사람은 49일 동안 중음에 있을 때 다음 생을 받을 연(緣)이 정해지므로 좋은 생을 받으려고 7일마다 7번씩 불경을 외고 부처님께 공양하는 의식을 거행한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참조)
오늘날 가톨릭 신자 가운데도 사후 49일에 탈상의 의미로 위령미사와 위령기도를 바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유교의 탈상과 불교의 사십구재는 다를 뿐더러 가톨릭교회의 죽음 이해와 전혀 의미가 다른 것을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일부 본당에서는 유교의 상장례 규정보다 이른 시기에 탈상하고자 하는 교우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되, ‘오순(50)절 성령강림’의 의미로 재해석해 미사와 기도를 바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허용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
Q 면례(緬禮) 허용되나 이장해야 할 사정 생겼을 때 수용, 장사지낼 때와 같이 정성 다해야
예전에는 무덤을 옮겨서 다시 장례를 지내는 면례 즉 이장을 교회가 금했다. 무덤자리에 물이 흐르는 등 지형적으로 부적합하거나 개발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이보다는 후손들의 번영과 출세를 위한 미신으로 행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오늘날 한국사회의 급격한 변화로 면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아져 「전례헌장」(제63항 나)에 근거한 「장례예식서」 제21항에 의해 「상장예식」에 수용했다. 「상장예식」은 “이 예식은 장사를 거행한 뒤에 이장해야 할 사정이 생겼을 때 무덤이나 납골당 등에 안치했던 시신의 유골을 다른 묘지나 납골당 등에 모실 때 거행한다. 우리 민족은 이장할 때에도 예를 다 갖추어 유골을 수습한 뒤 처음 장사지낼 때와 같이 정성을 다하였다. 그러므로 예를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면례를 하는 날 새벽에 가장과 함께 모든 가족은 성당에 가서 미사를 봉헌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가문의 관습에 따라 집에서 제사를 올릴 수 있다”고 해설하고 있다.
Q 유가족은 위령기도를 안 바쳐도 되나 문상객 접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상을 떠난 가족을 위한 기도가 우선
한국교회는 전통적으로 오랫동안 가족 위주로 상장례를 치르고 위령기도를 바쳐 왔다. 박해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신자들이 여기저기 멀리 흩어져 있는데다 사제는 턱없이 부족해 모든 전례를 성직자와 본당을 중심으로 거행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사제와 본당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면서 위령기도 문화도 완전히 달라졌다. 상가에 가 보면 위령기도는 오로지 교우들 차지인 경우가 많다. 가족은 ‘부모를 위한 기도’만 잠시 바치거나, 오로지 문상객 접대에만 몸과 마음을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문상객을 맞아 접대하는 것이 중요하더라도 세상을 떠난 가족과 친지의 영원한 안식을 위한 기도보다 우선할 수는 없을 것이다. 「텬쥬셩교례규」 중 상장규구(喪葬規句) 13에는 “장사를 다 지낸 후라도 자식이 효도를 다한 줄로 생각지 말고, 마땅히 평생에 죽은 부모를 생각하며 정성으로 기도하여 항상 그 영혼 돕기를 힘쓸지니”라고 돼 있다.
평소에도 이웃과 자기 가족을 위한 위령기도는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것인데 더구나 장례를 치르는 중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예전 구교우 가정의 어르신 신자들은 상을 치르느라 지친 후손들이 새벽에 졸고 있으면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이제 문상객들과 교우들도 다 물러가고 없으니 우리 식구끼리 연도를 바치자.”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총무 신호철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교수)는 한국교회의 장례문화와 관련해 “한국교회는 큰 시각에서 지역사회 고유의 장례 관습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입장을 원칙으로 지키면서도 윤리적 또는 상식적으로 가톨릭에 맞지 않는 문화는 완강히 거부해 왔다”고 말했다.
「한국 천주교회 상장례 어제와 오늘」
가톨릭교회의 상장례는 그저 지나쳐야 하는 통과 의례가 아니라, 고인이 하느님의 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릴 것이라는 굳센 믿음을 확인시켜 주는 기회로 의미를 더한다.
유족들 또한 부활의 희망을 재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한국 천주교회 상장례 어제와 오늘」(484쪽 / 1만8000원 / 가톨릭출판사)은 서울대교구 연령회연합회 상장례 강사로 활동 중인 박명진(시몬)씨가, 일반인들의 눈높이에서 상장례에 관한 궁금증 전반을 풀어낸 책이다.
특히 박 씨는 이 책에서, 한국교회 상장례의 출발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변화와 주요 내용을 시간 흐름에 따라 설명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의 죽음 이해’을 비롯해 유럽과 중국 교회 예식서들이 한국 교회 예식서에 준 영향, 상장 예식 과정 및 특징과 문제점 등도 개괄적으로 밝혀준다.
[가톨릭신문, 2016년 11월 6일, 주정아 기자, 정리 박지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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