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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성찬례의 기원, 최후의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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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12-12 조회수7,156 추천수0

[빛과 소금] 성찬례의 기원, 최후의 만찬

 

 

그리스도교 성찬례의 기원은 최후의 만찬이다. 예수님께서는 수난 전날 저녁 빵을 들고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신 다음 빵을 쪼개어 그것을 제자들에게 받아먹으라고 주셨다. 그 빵은 자신의 몸이었다. 그리고 식사를 마치신 다음 잔을 들어 감사를 드리시고 모두가 잔을 받아 마시도록 제자들에게 주셨다. 그 잔은 자신의 피로 맺는 계약의 잔이었다. 그리고 예식을 마치시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였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루카 22,19; 1코린 12,25). 이 특별한 방식으로 예수님께서는 하나의 원형을 만드셨으니 다가올 십자가상의 죽음을 통해 드러날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이 영원히 지속되길 바라셨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찬례란 무엇인가?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온전히 내어 주신 예수님의 명령에 따라서 주님께서 친히 행하신 것을 하는 것이다. 성 바오로는 이 주님 말씀에 충실하여 교회가 성찬례를 거행할 때마다 주님의 파스카 신비를 선포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여러분이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적마다 주님의 죽음을 전하는 것입니다”(1코린 12,26). 물론 “이를 행하여라.”라는 주님의 말씀에서 ‘이것’이 가리키는 것은 단지 예식 자체만은 아닐 것이다. 성찬례 제정의 순간을 담고 있는 마태오복음, 마르코복음, 루카복음과는 달리 요한복음은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소개함으로써 성찬례가 지향하는 본질적인 삶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행하여라”(요한 13,15 참조). 이로써 요한은 구체적인 사랑의 실천으로 나아가지 않는 성찬례는 그 자체로 불완전한 것임을 표현하고자 했는지 모른다. 파스카 성삼일의 시작을 여는 성목요일 주님 만찬 저녁 미사에서 우리가 세족례 예식을 거행하는 의미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거행했던 첫 미사의 순간으로 되돌아가 보자. 제자들은 빵과 포도주가 결합된 그 상징적인 행위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이해하고 있었을까? 아마도 제자들은 최후의 만찬을 주님과 함께 나누었던 수많은 식사들 가운데 하나로 여겼을 것이다. 우리가 이 순간을 묵상하면 할수록 교회가 기념하는 성체성사 제정의 순간이 그렇게 거룩하고 아름다운 순간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실 최후의 만찬이 주님과 나누게 될 마지막 고별 만찬이라는 것을 제자들이 알았더라면 겟세마니에서 피땀을 흘리시며 큰 번민에 휩싸여 기도하셨던 예수님을 그토록 외롭게 홀로 내버려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밤은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서 끝까지 사랑하신 당신의 제자들로부터도 이해받지 못한 채 홀로 신비를 거행하셔야만 했던 슬픔과 고독의 밤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최후의 만찬>을 예수님께서 제자들 가운데 당신을 팔아넘길 한 사람인 유다의 배반을 예고하시는 장면으로 묘사했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요한 13,21). 작품은 이 예고로 말미암아 충격에 빠져 크게 동요하는 제자들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극적인 대비를 이루는 버림받은 스승, 고독한 예수님의 모습을 바라보도록 초대한다. 그때까지 <최후의 만찬>이 이토록 사실적으로 그려진 적은 없었다. 도미니코 수도회의 식당 한 벽을 크게 차지하고 있었던 이 불편한 장면을 하루에 적어도 세 번씩 식사 때마다 바라보아야 했던 당시 수사들의 마음속에 어떤 감정이 일어났을까? 그것은 매일 이어지는 구도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찾고 응답해야 할 화두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너희는 나의 참된 제자인가?”, “너희도 나처럼 사랑하고 있는가?”, “너희는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준비가 되어 있는가?” 모든 시대의 그리스도인은 성찬례를 통하여 이천 년 전 예수님께서 앉으셨던 그 식탁에 참여할 때마다 이 물음에 응답하도록 초대받는다.

 

[2016년 12월 11일 대림 제3주일(자선 주일) 인천주보 4면, 김기태 사도요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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