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전례] 주님 세례 축일에 살펴보는 성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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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7-01-09 | 조회수6,705 | 추천수0 | |
주님 세례 축일에 살펴보는 ‘성수’ 종교 예식서 ‘속죄와 정화’ 의미로 특히 세례 때 은총 새기도록 도와
- 그렙버 피터(Grebber, Pieter de 1600-1652~53), 세례, 1625년, 유화, 235x155㎝, 독일 보쿰 성스테파노성당.
1월 9일은 예수 그리스도가 요르단 강에서 요한 세례자로부터 세례 받은 것을 기념하는 주님 세례 축일이다. 이날 신앙인들은 주님의 세례를 기억하는 동시에 ‘물’로 세례 받았던 바를 떠올리고 그때의 다짐을 되새긴다. 주님 세례 축일을 맞아 세례성사의 의미를 상기시키고 축복과 정화의 뜻을 드러내는 ‘성수’에 대해 알아본다.
가톨릭대사전은 성수를 하느님의 축복을 청하며 종교적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사제가 축성한 것으로, 영적인 유혹을 떨치거나 육체적으로 위험한 상황에서 쓰기 위한 물로 정의한다.
예로부터 ‘정화’의 의미를 지닌 물은 대부분의 종교 안에서 특별한 상징이었다. 민수기 19장에서 볼 수 있듯 유다교에서도 물은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만드는 중요한 것으로 여겨졌다. 힌두교 이집트의 고대 종교에서도 제사에 앞서 몸을 씻었고 부정을 쫓기 위해 성소에 물을 이용했다.
‘물’이 종교적 정화와 속죄에 사용하는 방안으로 교회에 영향을 준 것은 4세기경이다. 이교도의 신전을 사용하기 전 물로 씻어내기도 했고 질병과 나쁜 신에 맞서기 위한 방편으로도 쓰였다.
초기의 거주지 축복을 위한 성수 사용이 확대된 기록은 538년에 비질리오 교황(재위 537-555)이 새로운 성당 축복에 사용되었다고 전한다. 또한 7세기경 ‘로마규범서’(Ordo Romanus)는 성토요일에 집과 들판에 성수를 뿌렸다고 수록하고 있다. 8세기에는 성당에서 매주 성수 뿌림과 성수 축성이 이뤄졌다. 레오 4세 교황(재위 847-855)은 성수 뿌리는 예식을 지시하기도 했다. 중세에는 성수 축성을 위한 예식이 성대하게 거행됐으며 후반기에는 서방교회에도 전파됐다. 서방에서는 사물과 사람에 대한 축복과 함께 구마를 위한 예식에서도 성수가 사용됐다.
성수는 용도에 따라 보통의 성수와 성세성사(聖洗聖事)에 사용하는 성세수, 부활절에 특별한 예식으로 축성되는 부활절 성수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세례성사 전이나 부활 성야 예식 중 새 입교자들을 위한 세례용으로 쓰이는 세례수와 달리 성수는 미사 때 또는 미사 밖에서 축복돼 사용된다.
성수 예식은 주일 미사 시작 예식에서 사제가 자신은 물론 신자들과 봉사자들에게 성수를 뿌리는 예식을 말한다. 주일 미사의 성수 예식은 8세기경 나쁜 것을 몰아내기 위해 주일에 행렬을 하며 성수를 뿌렸던 수도원들의 관습에서 비롯됐다. 9세기경에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행해졌다. 레오 4세 교황은 매 주일 미사 전 축복한 물을 신자들에게 뿌렸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미사 전례 개정 과정에서 사라졌던 성수 예식은 1970년 미사경본 부록에 수록되면서 그 지위를 회복했다.
성수 예식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세례에서 찾을 수 있다. 이마에 세 번에 걸쳐 물을 붓는 동작은 ‘죄가 씻겨졌음’과 ‘하느님의 생명을 나누어 받음’을 뜻하는데 이는 부활 성야 전례에서 세례약속 갱신 때 반복된다. 병자성사나 장례 예식 과정에서도 이뤄지는 성수 예식은 세례의 기억, 그리스도가 구원을 위해 흘린 피에 대한 기억, 죄와 허물로부터의 정화 의미를 갖는다. 이 예식은 정화와 하느님의 축복을 청할 목적으로 사람이나 물건과 건물에도 거행된다.
성수 예식의 가장 큰 의미는 신자들이 최초의 파스카인 세례를 상기하는 것이다. 신자들은 성전에 입장할 때 성수반에서 손끝에 성수를 묻혀 십자성호를 긋는다. 이는 “이 성수로 세례의 은총을 새롭게 하시고 모든 악에서 보호하시어 깨끗한 마음으로 주님께 나아가게 하소서”라는 기도문 내용처럼, 세례 때 영원한 생명을 얻었음을 새롭게 하고 악에서의 보호와 정화된 마음을 청하며 하느님께 다가간다는 의미다.
윤종식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전례학 교수)는 “성수를 찍고 성호를 그을 때 세례 때의 초심과 은총을 기억하면서 세상의 잘못들을 씻어 달라고 청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고 조언했다.
[가톨릭신문, 2017년 1월 8일, 이주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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