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전례] 파스카 신비, 사랑의 역동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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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7-01-23 | 조회수8,391 | 추천수0 | |
[능동적인 미사 참여와 전례 활성화를 위한 나눔] 파스카 신비, 사랑의 역동성
전례에 형식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이유는 ‘신앙은 의무’라는 그릇된 도식에 머물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의무감으로 만나지 않듯, 우리는 하느님과 만나는 자리인 전례에 의무감으로 참례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이유가 만남 그 자체에 있듯이, 전례에 참례하는 이유 역시 나에게 큰 기쁨이 되는 하느님과의 만남 그 자체에 있습니다. 나를 새로 태어나 새로운 삶을 살게 하시고 내 안의 고귀한 품위를 회복시켜주신 하느님의 그 사랑이 전례 안에서 생생히 재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전례의 핵심은 파스카 신비, 곧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과 승천을 통해 실현된 구원 업적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에 있습니다.
“사실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여러분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적마다 주님의 죽음을 전하는 것입니다”(1코린 11,26).
성찬례에 참례하는 그리스도 신자가 전해야 할 ‘주님의 죽음’이란 다름 아닌 우리를 위해 당신의 목숨을 내어놓은 예수님의 극진한 사랑을 뜻하는 것으로, 바로 그 사랑이 우리를 죄와 죽음의 굴레에서 해방시키고, 우리가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에 참여하여 새로운 삶을 살도록 한 것입니다.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주는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이 잔은 너희를 위하여 흘리는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루카 22,19-20).
전례 전체가 예수님의 ‘내어 주시는’ 사랑의 행위에 집약되어 있습니다. 전례에 참례하는 우리는 예수님의 이 역동적 사랑에 우리 자신을 맡겨드리며, 하느님과 타인을 향해 나의 삶을 내어 놓는 존재로 변화합니다. 벗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는 것이 주님께 큰 기쁨이었듯, 나에게서 벗어나 주님과 타인을 향해 자신을 열고 친교를 나누는 것에서 우리는 큰 기쁨과 자유를 맛봅니다.
우리가 하느님과 이웃을 향해 마음을 열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 안에 감추어진 ‘두려움’과 ‘폐쇄성’ 때문입니다. 세상 걱정과 근심, 미움과 분노 같은 부정적 감정의 회오리 속에 갇혀서 헤어나지 못하고 얽매여 있는 우리 자신 때문입니다. 결국 문제는 움켜쥐고 있는, 드러내기가 두려워 움츠려 든 우리 자신에게 있습니다.
전례는 우리가 그러한 두려움에서 벗어나도록 인도합니다. 함께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청하며 옆 사람이 적이 아니라 하느님 앞의 한 형제자매임을 깨닫습니다. 몸과 마음을 봉헌하고 함께 성체를 받아 모시는 우리는 하나가 되어 친교(코이노니아)를 이룹니다. 전례 안에, 이웃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을 알아 뵙고 나에게서 벗어나 그분의 역동적 사랑에 나 자신을 맡겨드릴 수 있을 때, 말씀과 성사의 은총이 충만히 우리 안에 흘러들어와 진정한 쇄신을 이루실 것입니다.
[2017년 1월 22일 연중 제3주일 수원주보 3면, 한민택 바오로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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