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전례] 독서자의 예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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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7-04-20 | 조회수14,486 | 추천수1 | |
[전례 생활] 독서자의 예절
독서자가 미사 전례 중에 독서대에서 말씀을 선포하는 것은 하느님의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것이다. 성자께서는 특별히 이러한 선포의 전례 행위를 통하여 전례 중에 말씀으로 현존하신다.
그러므로 미사 중에 말씀을 선포하는 독서자의 임무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요인으로 말미암아 독서자가 이 말씀 선포의 임무를 미흡하게 수행한다면 말씀 전례 자체가 부실하게 거행되고 마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독서자와 관련하여 자주 듣는 질문은 ‘말씀 선포 전후에 독서자는 어디에 절해야 하는가?’이다. 이 물음에 대해 올바로 답하려면 무엇보다도 공경의 기본 원칙부터 하나씩 차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경을 표시하는 일반 원칙
공경을 표시하는 대상
「미사 경본 총지침」(이하 「총지침」) 274-275항과 「주교 예절서」 68-83항에는 전례가 거행되는 도중에 공경을 표시하는 일반적인 원칙이 제시되어 있다. 예식이 거행되는 동안 경우에 맞게 공경을 표시하는 대상은 성체가 모셔진 감실, 제대와 십자가, 복음집, 그리고 주례 사제이다. 독서대와 독서집에 대한 공경은 따로 표시하지 않는다.
공경을 표시하는 경우
공경을 표시하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공경하는 대상에 대한 용무가 있어서 다가갈 때에 절을 한다. 둘째, 공경하는 대상에 대한 용무가 끝난 뒤 물러날 때에 절을 한다. 셋째, 용무가 없이 공경하는 대상 앞을 지나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겠지만(「주교 예절서」, 77항 참조), 부득이 그 앞을 지나가야만 할 때에는 삼가는 표시로 절을 한다.
그러나 행렬 도중에는 공경하는 대상 앞을 지나갈 때에도 절을 생략한다(「총지침」, 274항 참조).
독서자에 관한 규정
독서자는 규정된 전례복인 장백의를 입고 띠를 두르는데, 이것은 교구장이 따로 규정할 수 있다(「총지침」, 339항 참조). 미사가 시작되면 입당 행렬을 하여 제대에 절한 뒤 ‘제단 안에 마련된’ 자리로 가는데, 이 자리는 독서자의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자리, 곧 독서대에 가까운 곳이다(「총지침」, 120.194-195항 참조).
말씀을 선포할 때가 되면, 어디에도 절하지 않고 바로 독서대로 가서 말씀을 선포한 뒤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총지침」, 196항; 「주교 예절서」 72-73.76-77항 참조). 미사가 끝나면 제대에 절한 뒤 퇴장 행렬을 한다(「총지침」, 169항 참조).
이상의 규정들을 앞서 제시한 일반 원칙에 비추어 이렇게 이해할 수 있다. 독서자는 전례 중에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제대에 봉사하는 직무자로서 행렬하여 제대 앞에 나와 절하고 말씀을 선포하는 자신의 임무를 수행한 뒤 전례가 끝나면 다시 제대에 절하고 행렬하여 물러난다.
독서대에서 말씀을 선포하는 것도 넓게 볼 때 전례의 중심인 제대를 섬기는 일이다. 이는 독서자의 자리를 신자석이 아니라 제단 안에 마련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말씀을 선포하기 전에는 제대에 절을 하지 않는다. 독서자는 이미 제대 앞에 나와 절한 뒤로 제대 곁에 계속 머물고 있으므로 다시 제대에 절하는 것은 이치에 어긋나며, 따라서 예의에도 어긋난다. 말씀을 선포한 뒤에도 제대에 절하지 않는다. 전례가 끝나면 그때 제대에 절하고 물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말씀 선포 전후에 독서대나 독서집 그리고 주례 사제에게도 절하지 않는다. 독서대와 독서집에는 전례 중에 공경을 표시하지 않는데, 이는 제대와 복음집에만 공경을 유보함으로써 제대와 복음집을 차별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함이다. 주례 사제에게 절하지 않는 이유는 독서자가 지금 말씀을 선포하러 가는 것이지 주례 사제에게 용무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용무가 없는데 일부러 주례 사제에게 가서 절을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독서대로 가는 데 주례 사제 앞을 지날 수밖에 없다면 이 경우에 삼가는 의미에서 절을 해야 하지만, 이는 애초에 독서자의 좌석을 잘못 배정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이다.
복음을 선포하기 전에는 부제가 주례사제 앞으로, 공동 집전 사제가 주교 앞으로 또는 주례 사제가 주교 앞으로 다가가 강복을 청하는데(「총지침」, 132.175.212항 참조), 이것은 복음을 차별적으로 부각시키고자 복음 선포에만 유보되어 있는 것이므로 독서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일선 본당에서
독서자의 좌석과 관련하여
위에서 살펴본 규정들을 지키려 할 때에 가장 난감한 것은, 독서자의 좌석을 배정하기가 힘들 정도로 제단이 협소한 성당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제단 밖이라 하더라도 될 수 있는 대로 신자석과 구별되고, 독서대에 가까운 자리를 배정하는 것이 좋다.
부득이 신자석에 배정하여야 한다면 독서대에 가장 가까운 곳에 배정하고 되도록이면 다른 좌석과 구별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경우 독서자는 입당 행렬을 하여 제대에 나와 절한 뒤 제단 밖에 마련된 자신의 자리로 가야 하며, 전례가 끝날 때 제대 앞에 나와 절한 뒤 퇴장 행렬에 참여하는 것이 옳다. 독서자가 말씀을 선포할 때에는 이미 제대에 절한 다음 제대 곁에 머물고 있으니 다시 제대에 절하지 않고 독서대로 간다.
말씀 선포가 끝난 다음에도 제대에 절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다. 전례가 끝날 때 제대에 절하고 물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독서자의 행렬과 관련하여
독서자는 입당 행렬과 퇴장 행렬에 참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독서자가 행렬하지 않고 그냥 신자석에 앉아 있는 성당이 많다. 되도록 전례 규정을 지켜야 할 것이나 본당의 사정에 따라 그럴 수 없는 부득이하고 합당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이럴 경우에 독서자는 다른 신자들처럼 입당 행렬 이전에 제대에 절을 하고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있다가 말씀을 선포하고 퇴장 행렬 이후에 제대에 절을 하고 성당을 떠나면 된다.
말씀을 선포할 때 다시 제대에 절하지 않고 독서대로 가고 말씀 선포 뒤에도 제대에 절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합당함은 다른 경우와 동일하다. 미사 전에 독서자는 다른 신자들과 마찬가지로 이미 제대에 절한 다음 계속 제대 곁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독서자의 준비와 양성
본당 사정에 따라 부득이, 독서자가 행렬에 참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제단 안에 앉을 수도 없는 경우가 있다는 것까지는 넓게 이해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것이 독서자의 양성과 준비에 대한 소홀로 연결된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신자들 가운데에서 성경 말씀을 잘 이해하고 성경 본문을 뚜렷하고 경건하게 전달할 수 있는 이를 독서자로 선정하는 것이 이상적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가능하다면 본당에서 합당한 신자들을 선발하여 독서자단을 구성하고, 특별한 방식으로 그들을 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신호철 비오 - 부산교구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전례학 교수 겸 교목처장,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총무를 맡고 있다. 교황청립 성 안셀모 대학에서 전례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향잡지, 2017년 4월호, 신호철 비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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