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축일] 주님 공현 대축일과 주님 세례 축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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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8-01-07 | 조회수7,040 | 추천수0 | |
만백성에게 경배 받은 아기 예수 기념하며, 성탄 기쁨 더 길게
7일은 주님 공현 대축일, 그리고 8일은 주님 세례 축일이다. 주님 공현 대축일은 또 하나의 주님 성탄 대축일이라고도 불린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두 축일의 유래와 의미를 알아본다.
주님 공현 대축일(7일)
- 만테냐 작, ‘동방 박사들의 경배’, 1460∼1464,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주님 공현 대축일은 동방 박사들이 구세주께서 탄생하심을 알고 별의 인도로 아기 예수를 찾아가 경배한 사건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날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가 모든 민족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셨다. 과거에는 ‘삼왕내조축일’(三王來朝祝日)이라고도 했다.
이 사건으로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이 공적으로 드러났다. 그리스어로 ‘에피파네이아’(epiphaneia)인 공현(公現)은 ‘드러나다’는 뜻이다. 한국 교회는 매년 1월 2일에서 8일 사이 주일에 주님 공현 대축일을 지낸다. 성경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헤로데 임금 때에 유다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다. 그러자 동방에서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와서,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이 말을 듣고 헤로데 임금을 비롯하여 온 예루살렘이 깜짝 놀랐다. … 그들은 임금의 말을 듣고 길을 떠났다. 그러자 동방에서 본 별이 그들을 앞서 가다가,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 그들은 그 별을 보고 더없이 기뻐하였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또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마태 2,1-11)
동방 박사의 방문은 구약에서 예고된 것이었다. “그들은 모두 스바에서 오면서 금과 유향을 가져와 주님께서 찬미받으실 일들을 알리리라.”(이사 60,6) 금과 유향은 당시 이방인들이 태양신에게 바쳤던 예물이다. 구약의 말씀은 세상을 비추는 빛이 이 세상에 오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리스도교 초기 서방 교회는 그날부터 낮이 길어지는 태양신 탄생 축일(동지)인 12월 25일을 예수 성탄일로 지냈다. 그런데 이집트를 포함한 동방 교회가 예수 성탄일로 기념한 태양신 탄생 축일(동지)은 1월 6일이었다. 예수 성탄일이 두 개가 된 것이다.
4세기 말쯤 동방 교회의 예수 성탄일이 서방 교회에 전해지면서 혼란을 막을 필요가 생겼다. 그래서 서방 교회는 주님 성탄 대축일은 12월 25일에, 주님 공현 대축일은 1월 6일로 나눠 지내기 시작했다.
주님 공현 대축일에는 주님 성탄 대축일과 달리 특별한 예식이 없다. 공현 대축일이 성탄시기에 들어 있고 또 성탄의 연장이기 때문이다. 성탄은 어두운 이 세상에 빛이신 그리스도께서 우리 가운데 오셨음을, 공현은 그분 탄생을 이방 민족들 모두에게 드러내 보이셨음을 강조한다. 그래서 주님 공현 대축일에는 이방 민족들을 대표하는 동방 박사들을 구유에 설치한다. 동방 박사들은 구세주를 경배하는 모든 백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교황 레오 1세(재위 440~461)는 주님 공현 대축일의 의미를 이렇게 밝혔다.
“오늘 경축하는 주님 공현 대축일은 우리에게 성탄의 기쁨을 연장해주고 있는데, 두 축일에서 서로 비슷한 내용의 신비를 연이어 지낸다 해서 우리 기쁨의 강도나 믿음의 열정이 약화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중개자로 태어나신 갓난아기가 작은 마을에 갇혀 계시면서도 벌써 온 세상에 선포하신 인류 구원에 관한 일입니다. 사실 그분은 이스라엘의 백성 그리고 이 백성 가운데 한 가정을 선택하셨으며, 이 가정에서부터 전 인류가 지니고 있는 본성을 취하셨습니다. 하지만 만민을 위해 태어나신 그분은 당신의 탄생이 어머니의 협소한 거처 안에 감춰져 있기를 원치 않으시고 즉시 모든 이에게 알려지기를 원하셨습니다.”
성탄 대축일은 하느님께서 취하신 인성(人性)에, 공현 대축일은 인간 가운데 드러난 신성(神性)에 초점을 맞췄다. 두 대축일은 서로 보완하면서 서로에게 빛을 밝혀준다. 구세주의 별을 보고 예물을 가지고 경배하러 온 동방 박사들처럼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고백하며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주님께 맞갖은 예물을 드리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주님 세례 축일(8일)
-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 ‘그리스도의 세례’, 1472∼1473,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예수 그리스도께서 요한 세례자에게 세례받으신 것을 기념하는 축일이다. 주님 세례 축일로 성탄시기가 끝나고, 다음 날부터 연중시기가 시작된다. 주님 세례 축일과 이어지는 주간이 ‘연중 제1주일’이다. 주님 세례 축일 저녁에 구유를 비롯한 모든 성탄 장식을 치운다.
주님 세례 축일은 원래 주님 공현 대축일 다음 주일에 지낸다. 다만 주님 공현 대축일이 1월 7일이거나 8일인 때에는 대축일 다음 날인 월요일에 기념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그런 경우다.
예수 그리스도는 이미 하느님의 아들이기에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는 세례를 따로 받을 필요가 없었다. 요한 세례자에게 물로 세례를 받은 것은 성부 하느님께 대한 순종과 예언의 성취를 위해 선택한 겸손의 표양이다. 성부 하느님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러한 모습에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 3,17) 하고 말씀하셨다. 예수 그리스도의 순종으로 모든 인간이 주님의 세례에 동참할 수 있게 됐다.
교부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세례를 구원사의 중요한 사건으로 봤다. 예수가 세례를 받을 때 하늘에서 들려오는 음성으로 하느님의 아들임이 계시됐고, 성령이 비둘기 모양으로 내려옴으로써 예수 그리스도가 공적 활동을 하기에 앞서 도유되고 파견된 것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동방 박사들의 아기 예수 경배와 예수 그리스도의 세례, 예수 그리스도께서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물로 포도주를 빚은 기적(요한 2,1-12)은 모두 예수 그리스도의 공현을 나타내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같은 맥을 잇는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1월 7일, 남정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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