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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주님 만찬으로의 초대1: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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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1-07 조회수5,950 추천수0

[주님 만찬으로의 초대] (1)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


우리는 왜 주일 미사에 참례해야 할까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언젠가 방송을 통해 어느 대장암 말기 환자 가정의 사연을 본 적이 있다. 이야기는 두 어린 아이의 다정한 아빠이자 아내에겐 전부였던 한 가장이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마지막 이별을 준비하는 모습을 담고 있었다. 서서히 이별을 준비하는 가장의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자 그는 사랑하는 가족과 소박하지만 따뜻한 저녁 식사 한 끼를 나누고 옛 추억의 사진 앨범을 들춰보며 가족과 함께 한 행복했던 순간을 마음에 고이 간직한다. 그리고 결혼 9년 만에 마련한 캠코더에 자녀들을 위한 마지막 영상 편지를 남긴다. 그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아주 강렬한 것이었다. “사랑한다. 우리 딸, 우리 아들, 우리 아내, 미안하고 고맙고 너무너무 사랑해.” 

 

아빠이자 남편에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가족의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은 점차 의식을 잃어가는 아빠의 귀에 대고 “아빠, 사랑해요”라고 속삭인다. 가족의 목소리를 듣고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가장의 마음에 간직된 마지막 말은 ‘사랑’이었다. 그리고 죽음이란 가슴 아픈 현실을 넘어서 이 가족을 하나가 되게 한 것도 서로의 사랑에 대한 애절한 기억이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사람은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단언하며 이렇게 말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나와 인연 맺은 모든 이들을 사랑하는 일이다. 몸이 불편한 이, 영혼이 가난한 이, 부유하고 삐뚤어진 이, 버림받은 이, 오만한 이까지도 모두 사랑하라. 진정한 스승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가르친다. 사랑이란… 타인 또한 자기 자신임을 깨닫는 것, 그것이 바로 참된 사랑이다.” 

 

참 스승이신 예수님께서 몸소 삶을 통해 당신의 제자들에게 남기고자 하신 가르침도 사랑이었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사랑하여라”(요한 13,34) 예수님처럼 사랑하는 것, 그것은 모든 신앙인의 소망이다. 

 

요한복음은 사랑의 새 계명이 선포된 배경이기도 했던 예수님의 지상 생활의 마지막 순간을 이렇게 전해준다. “파스카 축제가 시작되기 전,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건너가실 때가 온 것을 아셨다. 그분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요한 13,1). 당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끝까지’ 사랑하셨다는 말씀이 마음에 깊이 와 닿는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당신의 모든 것, 생명을 기꺼이 내어 주심으로써 이 위대한 사랑을 드러내셨다.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있을까? 시편 8,5의 말씀처럼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 주시고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돌보아 주시는가?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이 아니라면 결코 이해할 수도 헤아릴 수도 없는 신비이다. 

 

성찬례는 구원의 역사 전체를 이끄는 이 사랑의 계획, 하느님의 신비를 품고 있다. 교회 생활의 원천이자 정점인 성찬례를 이해하기 위한 최상의 방법은 이 사랑의 신비에 참여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오늘도 주님의 만찬인 성찬례를 통해서 각자의 삶 속에서 이 신비를 체험하고 살도록 우리 모두를 초대하신다. 

 

이 지면을 통해서 우리는 미사가 무엇인지 함께 이해하려고 시도해 볼 것이다. 우리가 참으로 이것을 온 정신과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미사에 참석하는 것이 큰 은총의 선물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왜 주일 미사에 가야 하나? 이 물음은 신앙생활에 열의를 가진 신자들의 마음 안에서도 언제나 생겨날 수 있다. 분명한 동기와 확신을 지니고 미사에 참석하는 신자들이나 단지 습관적으로 미사에 가는 신자들 모두에게 미사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또한 이 질문은 특별히 하느님에 대한 깊은 그리움을 품고 있으면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미사에 가기를 주저하는 많은 이들의 것이기도 하다. 이들도 미사에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선물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면 설레는 마음으로 미사에 참석하게 될 것이다. 이 선물은 예수님 자체이다. 그분은 미사에서 우리에게 착한 목자로서 당신 자신을 드러내시고 양떼를 이끌 듯 참된 아름다움이 우리를 맞이하는 곳, 생명의 풀밭으로 우리를 데려가신다. 그리스도와의 만남에 힘입어 미사에서 주어지는 선물을 사는 사람은 자신도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화됨을 느낀다. 그리고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하는 복음의 진리를 체험한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선하고 아름답기 때문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우리를 선하고 아름답게 해 주십니다”(성 베르나르도). 

 

우리 자신을 하느님의 자녀로 발견하는 기쁨, 영적으로 깊이 결속된 일치의 공동체로 발견하는 기쁨이 주일의 약속 안에 있다. 미사 안에서 주님과 함께 있는 기쁨을 통해 서로 사랑하기를 배울 수 있다. 매번 미사가 거행될 때마다 주님의 식탁에 마련된 우리의 자리가 빈자리로 남아 있지 않기를 기도하며 이 여정을 시작하고 싶다. 그리고 이 여정을 통해 우리도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들이 체험한 모든 것과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김기태 신부(인천가대 전례학 교수) - 인천교구 소속으로 2000년 1월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 안셀모 대학에서 전례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총무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8년 1월 7일, 김기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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