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미사] 주님 만찬으로의 초대6: 미사의 구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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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8-03-26 | 조회수7,524 | 추천수0 | |
[주님 만찬으로의 초대] (6) 미사의 구조 말씀과 성찬 결합돼 이루는 ‘하나의 예배 행위’
-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위에서 비롯된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는 하느님 말씀의 식탁과 몸의 식탁으로 마련되어 신자들에게 가르침과 양식을 전한다.
“미사는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이 두 부분은 서로 밀접히 결합되어 오직 하나의 예배 행위를 이룬다. 이렇게 미사에서 하느님의 말씀의 식탁과 그리스도의 몸의 식탁이 마련되어 신자들은 가르침과 양식을 얻는다. 그리고 미사에는 시작 예식과 마침 예식이 있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28항)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님께서는 빵과 포도주와 결합된 말씀과 행위로 미사 거행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우리에게 남겨 주셨다. 이 부분은 미사 거행 전체의 절정을 이루는 감사 기도를 중심에 둔 성찬 전례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에게 나타나시어 미사 거행의 본질적 의미를 밝혀 주셨다. 곧 모세와 모든 예언자로부터 시작하여 성경 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한 기록들을 제자들에게 설명해 주셨으며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시어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루카 24,27.30 참조) 여기서 우리는 미사의 중요한 두 부분인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가 온전히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위에서 비롯되어 서로 밀접히 결합되어 있으며 ‘하나의 예배 행위’를 이룬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하느님의 말씀과 행위는 인간의 말과 행위와는 달리 나뉠 수 없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빛이 생겨라”(창세 1,3)라는 하느님의 말씀은 창조하는 힘을 지닌 행위 자체이다. 그리고 말씀이신 그리스도께서는 성찬례에서 우리의 영적 양식으로 당신 자신을 온전히 내어 주신다.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의 식탁(말씀 전례)과 그리스도의 몸의 식탁(성찬 전례)이라는 두 ‘식탁’에서 이 생명의 빵을 받아 모신다. 따라서 전례 안에서 선포되는 하느님의 말씀은 본성상 같은 목적을 지닌 성찬과 본질적으로 결합되어 있음을 언제나 명심할 필요가 있다.(「사랑의 성사」, 44항 참조)
오늘날의 미사 구조는 교회의 성장과 더불어 오랜 세월에 걸쳐 그 본질적인 것을 보존하면서도 시대에 따라 필요한 새로운 거행 요소들을 받아들인 결과이다. 우리는 순교자 성 유스티노의 증언으로 2세기 중반에 거행된 성찬례의 모습을 알 수 있다. 「가톨릭 교회 기도서」에서도 인용된 내용을 그대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일요일이라고 불리는 날, 도시나 마을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한곳에 모입니다.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사도들의 기록과 예언자들의 글을 읽습니다.
독서가 끝나면, 모임을 주재하는 사람이 그 훌륭한 일들을 본받으라고 권하고 격려하는 말을 합니다.
그 다음에는 모두 함께 일어나 기도를 합니다. 우리가 삶과 행동으로 의로운 사람이 되고 계명을 충실히 지키는 사람이 되어 영원한 구원을 얻도록, 우리 자신과 … 다른 사람들과, 또 그 어느 곳에 있는 사람이든지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것입니다.
기도가 끝나면 우리는 서로 입맞춤을 합니다.
다음에 형제들의 모임을 주재하는 사람에게 빵과, 물과 포도주를 섞은 잔을 가져다줍니다.
그 사람은 이것을 받아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우주의 아버지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고, 우리가 이 선물들을 받기에 합당한 사람으로 뽑힌 데 대하여 오랫동안 감사(그리스 말 eucharistia)를 드립니다. 그 사람이 기도와 감사를 드리고 나면 모든 참가자들은 ‘아멘.’ 하고 환호성을 올립니다.
모임을 주재하는 사람이 감사 기도를 드리고 회중이 응답하고 나면, 부제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모든 참석자들에게 ‘축성된’ 빵과 물 탄 포도주를 나누어 주고, 그곳에 오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가져다줍니다.”(성 유스티노, 「호교론」, 1, 67; 1,65)
성 유스티노가 설명한 성찬례 거행 과정은 오늘날까지 보존되어 온 미사의 기본 구조를 잘 보여준다. 우선 독서와 강론과 보편 지향 기도로 이루어진 ‘말씀 전례’가 있다. 그 다음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나서 빵과 포도주의 봉헌(예물 준비), 축성의 감사 기도, 영성체로 이루어진 ‘성찬 전례’가 거행된다. 평화의 인사가 성찬 전례에 앞서 행해지는 것 외에는 오늘날의 미사의 기본 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후 성찬례의 역사에서 덧붙여질 여러 다른 요소들은 미사를 더 성대하고 풍요롭게 거행하는데 도움을 주었고 미사의 시작 예식과 마침 예식을 더 분명히 드러나게 해 주었다.
성 유스티노의 증언에서도 나타나듯이 성찬례 거행을 위한 탁월한 모임의 날은 주일이다. 주일 집회가 금지되기도 했던 박해 때에도 초기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주일의 핵심은 성찬례를 거행하는 데 있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성찬례 없는 주일을 생각할 수 없었기에 당시 순교자들은 줄곧 이렇게 고백하곤 했다.
“우리는 주님의 만찬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 김기태 신부(인천가대 전례학 교수) - 인천교구 소속으로 2000년 1월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 안셀모 대학에서 전례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총무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8년 3월 25일, 김기태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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