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전례/미사

제목 [미사] 주님 만찬으로의 초대8: 전례와 하느님 말씀 그리고 거룩한 표징
이전글 [사순부활] 십자가 부활의 노래  
다음글 [사순부활] 새 희망을 나누는 부활절 풍습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4-23 조회수5,506 추천수0

[주님 만찬으로의 초대] (8) 전례와 하느님 말씀 그리고 거룩한 표징


말씀으로 이뤄진 전례… 하느님과 깊은 친교 이끌어

 

 

성경은 전례 거행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성경에서 독서들을 봉독하고 강론으로 해설하고 시편을 노래하며, 성경의 영감과 감동에서 전례의 간구와 기도와 성가가 울려 퍼지고, 또한 전례 행위와 표징들이 성경에서 그 의미를 받기 때문이다(전례헌장, 24항).CNS 자료사진“전례는 당연히 예수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수행하는 것이다. 전례 안에서 인간의 성화가 감각적인 표징들을 통하여 드러나고 각기 그 고유한 방법으로 실현되며, 그리스도의 신비체, 곧 머리와 그 지체들이 완전한 공적 예배를 드린다. 따라서 모든 전례 거행은 사제이신 그리스도와 그 모임인 교회의 활동이므로 탁월하게 거룩한 행위이다.”(전례헌장, 7항)

 

전례 거행은 하느님의 백성이 그리스도와 성령 안에서 하느님 아버지와 만나는 것이다. 이 놀라운 만남 안에서 하느님께서 인간을 성화시키시고 그리스도와 결합된 신비체인 교회는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의 예배를 드린다. 특히 미사 거행에서 인간을 거룩하게 하시는 하느님의 행위와 하느님께 예배를 드리는 인간의 응답이 절정을 이룬다. 미사의 구조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역동적인 움직임을 나타내는 여러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미사 거행에서 이 소통적인 만남은 독서와 기도들을 비롯한 전례문만이 아니라 감각적인 표징들, 곧 상징적인 언어와 행위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그 가운데 하느님과 인간이 나누는 대화의 중요한 요소는 성경, 곧 하느님 말씀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그리스도교 전례 거행을 위한 성경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강조한 바 있다. “성경은 전례 거행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성경에서 독서들을 봉독하고 강론으로 해설하고 시편을 노래하며, 성경의 영감과 감동에서 전례의 간구와 기도와 성가가 울려 퍼지고, 또한 전례 행위와 표징들이 성경에서 그 의미를 받기 때문이다.”(전례헌장, 24항) 성경은 전례의 많은 부분들을 구성하는 바탕과 같다. 곧 성경이 「미사 독서」의 전례문(독서, 화답송, 복음 환호송, 복음)을 제공하고 있고 성경 안에서 교회가 거행하는 것의 깊은 의미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미사의 여러 기도와 다른 전례문들, 특히 ‘거룩하시도다’와 기념 환호, 입당송과 영성체송은 성경에서 직·간접적으로 영감을 받았다. 실로 전례 개혁에 따라 새로 출간된 예식서들은 성경에 많은 공간을 할애하고 있다. 따라서 전례는 성경에 의지한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성경도 전례에 의지한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구약과 신약의 여러 성경 본문들이 전례적인 맥락에서 생겨났고 특정한 예배 행위를 위해서 또 그 작용 안에서 생겨났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대 그레고리오 교황은 “성경은 읽는 이와 함께 자란다”(Divina eloquia cum legente crescunt)는 명언을 남긴 바 있다. 이 말은 하느님 말씀의 본질이 그 수신인, 곧 읽는 사람을 통하지 않고서는 역사적인 생명력을 지닐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표현은 특히 전례 안에서 선포되는 하느님 말씀의 중요성과 관련하여 의미를 갖는다. 성경은 읽혀지거나 선포되지 않는다면 단지 과거의 기록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성경은 그것을 읽고 들을 때라야 비로소 살아있는 하느님 말씀이 된다. 하느님 말씀은 단지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 그 말씀의 힘을 믿고 그 말씀이 뜻하는 것에 응답하고 일치하고자 하는 신앙인을 만나야 한다. 곧 기도하는 신앙인, 구원의 신비를 거행하는 신앙인을 만나야 한다. 따라서 하느님 말씀은 신앙 공동체가 성경을 읽고 듣는 전례 거행을 통하여 신앙 안에서 날로 자라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사 독서 목록 지침」은 전례 거행과 하느님 말씀의 이 긴밀한 관계를 다음과 같이 잘 표현한다. “하느님 말씀에 완전히 의지하여 그 말씀으로 이루어지는 전례 거행 자체가 새로운 구원 사건이 되고, 새로운 의미와 놀라운 효력으로 말씀 자체를 더욱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3항)

 

마찬가지로 전례의 감각적인 표징들, 곧 상징적인 언어와 행위들은 그 기원을 이루는 성서적 맥락 안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전례적 표징들은 구원의 역사에서 하느님 백성이 체험한 신앙을 담고 있고 하느님 말씀과 분리될 수 없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말, 음악, 노래, 몸짓, 침묵, 옷, 색깔, 움직임, 향기 등 우리의 모든 감각과 관계된 다양한 표지들이 예식 안에서 상호 작용한다. 이 거룩한 표징들은 믿는 이들이 하느님 안에서 경험했던 모든 것들을 불러내고 다시 그 체험에 참여시키는 힘을 가진 상징 언어이다. 전례 안에서 이 상징 언어가 가장 큰 힘과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는 말하지 않고도 말할 수 있는 언어, 침묵 안에서도 소통할 수 있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말씀의 빛으로 마음이 뜨겁게 타올랐던 엠마오의 두 제자들이 빵을 떼어 나누어 주는 예식 행위로 비로소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듯이 전례적 표징들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말씀과 더 깊은 관계를 맺도록 해준다. 그리고 하느님 말씀에 열려있는 신앙은 전례 거행 안에서 육신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하느님의 신비를 알아보고 그 신비에 더 깊이 참여하게 해준다.

 

김기태 신부(인천가대 전례학 교수) - 인천교구 소속으로 2000년 1월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 안셀모 대학에서 전례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총무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8년 4월 22일, 김기태 신부]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