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미사] 주님 만찬으로의 초대10: 미사의 공동체적 차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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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8-05-21 | 조회수4,462 | 추천수0 | |
[주님 만찬으로의 초대] (10) 미사의 공동체적 차원 “여러분은 모두 주님 안에서 하나입니다”
“주님의 만찬인 미사에서 하느님의 백성은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사제가 주례하는 주님의 기념제인 성찬의 희생 제사를 거행하도록 함께 모이라고 부름을 받는다. 거룩한 교회의 이러한 지역 모임에서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다’(마태 18,20)고 하신 그리스도의 약속이 가장 뚜렷하게 실현된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27항)
한 곳에 함께 모인 하느님 백성, 곧 교회 공동체는 미사 거행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본디 교회를 가리키는 ‘에클레시아’(Ecclesia)란 말의 어원은 건물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부름을 받은 사람들의 모임을 뜻한다. 당신과의 만남에로 부르시는 주님의 이 초대가 믿는 이들의 모임을 가시적이고 살아있는 교회, 하느님의 백성으로 세우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를 이룬다는 것은 단지 사람들이 많이 모인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더욱이 우리가 선택하는 여러 친목 단체나 사교 모임을 이루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사 참례를 단지 의무로만 여기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이 부르심을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럴 때 미사는 우리에게 그저 해야 할 부담스러운 일 가운데 하나가 되어 버리기도 한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거룩한 식탁에 자리를 마련하시고 우리를 애타게 기다리신다. 우리는 바쁘다는 여러 핑계를 대며 이 초대를 무시하거나 거절할 수도 있다. 사실 그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 축제와 만남을 강요에 못 이겨 하게 된다면 그것은 또 다른 형태의 참을 수 없는 노동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님의 초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언제나 우리가 기대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주고자 하시는 주님의 충만한 사랑의 선물에 참여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더욱이 신앙은 나 홀로 성장시킬 수 없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하신 주님의 초대에 응답하기 위해 모인 공동체는 미사를 단지 의무로서가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의 원천으로서 받아들이며 미사 거행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한다. 신앙 공동체는 거룩한 신비를 거행하기 위해 모임으로써 이루어지고 성찬례를 거행할 때 교회의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사의 교회론적 차원, 곧 공동체적 차원의 중요성은 새 「로마 미사 경본」(제3표준판)에서 잘 나타난다. 곧 트리엔트공의회 직후 1570년에 반포된 「로마 미사 경본」은 사제가 혼자 드리는 미사를 첫째 자리에 놓았다면, 새 「로마 미사 경본」은 ‘교우들과 함께 드리는 미사’를 성찬례의 전형적인 형태로 제시함으로써 미사의 교회론적 차원을 강조한 것이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115항 이하 참조) 이것은 특히 지역 교회에서 주교의 집전으로 장엄하게 거행되는 미사에서 잘 드러난다.
“지역 교회에서는 주교가 자기 사제단, 부제들, 평신도 봉사자들에게 둘러싸여 주례하고,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이 온전히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미사가 그 의미로 보아 첫자리를 차지한다, 여기서 교회의 모습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112항)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2008년에 행한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강론에서 성찬례 거행을 위해 모이는 것과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바오로 사도의 유명한 표현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유다인도 그리스인도 없고, 종도 자유인도 없으며, 남자도 여자도 없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나입니다.’(갈라 3,28) ‘여러분은 모두 하나입니다!’ 이 말씀 안에서 성찬례를 중심으로 하여 체험된 인류 역사의 가장 깊은 혁명인 그리스도교 혁명의 진리와 힘을 느낍니다. 나이, 성, 사회적 위치 그리고 정치적 이념이 다른 사람들이 주님의 현존을 느끼며 여기에 모입니다. 성찬례는 친분이나 우정 때문에 선택된 사람들에게 유보된 사적인 행위가 결코 아닙니다. 오늘 저녁 여기서 누구와 함께 만날 지를 우리가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곳에 와서 믿음으로 결합되어 그리스도이신 하나의 빵을 나눔으로써 한 몸을 이루도록 부름 받은 다른 사람들과 서로 만납니다. 우리는 국적, 직업, 사회적 계급, 정치적 이념의 차이를 초월하여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리스도로부터 시작하여 하나가 되도록 서로의 마음을 엽시다. 그것은 처음부터 성찬례를 중심으로 가시적으로 실현된 그리스도교의 한 특징이었습니다. 심지어 신념을 갖고 행해지는 배타주의의 되풀이되는 유혹들이 실상 이와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지 않도록 언제나 깨어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주님의 성체와 성혈 대축일은 무엇보다 우리에게 이것을 기억시켜 줍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한분이신 주님의 현존에 머물기 위하여 세상 곳곳에서 모여 주님 안에서 하나가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김기태 신부(인천가대 전례학 교수) - 인천교구 소속으로 2000년 1월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 안셀모 대학에서 전례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총무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8년 5월 20일, 김기태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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