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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전례 속 성경 한 말씀: 하늘 높은 데서는 하느님께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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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5 조회수5,436 추천수0

[전례 속 성경 한 말씀] 하늘 높은 데서는 하느님께 영광

 

 

5월은 자연의 순환으로 볼 때 계절의 여왕이다. 전례력으로는 ‘하늘의 여왕(Regina cœli)’이며 우리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사랑과 삶을 기억하며 도움을 청하는 성모 성월이다. 이런 때에 대영광송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다. 겨우내 앙상한 가지만 지닌 나무처럼 조용히 자신을 성찰하고 절제하며 봄을 기다리다가, 부활 성야가 되어서야 마음을 다해 큰 소리로 영광 받으실 삼위일체 하느님을 찬미하고 찬양하는 대영광송을 노래하기 때문이다.

 

신자들은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자기성찰과 잘못을 고백하는 참회를 한 후에, 오로지 주님의 자비를 통해 주님께서 베푸시는 잔치, 곧 “영과 진리 안에서”(요한 4,24) 드리는 예배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 자비송의 가장 알맞은 해설이 대영광송이라 할 수 있다. 대영광송은 자비를 베푸시는 분이 어떤 분이고, 우리는 그분께 무엇을 청해야 하며, 그분을 어떻게 찬미해야 하는지 간결하면서도 분명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글로리아(Gloria)’ 또는 ‘천사 찬미가(Hymnus Angelicus)’라고 불리는 대영광송은, 성령 안에 모인 교회가 하느님 아버지와 어린양을 찬양하고 간청하는 가장 훌륭하고 오래된 찬미가이다. 언제 누가 작성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초기 교회에 리듬이나 운율을 신경 쓰지 않고 시편이나 성경 찬가를 본뜬 ‘창작 찬미가(Psalmi idiotici)’가 많이 출현했는데, 대영광송도 이 찬미가 중의 하나라고 여겨진다.

 

대영광송은 동방과 켈틱, 갈리아 수도회 성무일도의 아침 기도 때 불렀다. 서방 교회에서는 4세기 중엽 성 힐라리오 시대에 사용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전에 전파되었다고 볼 수 있다. 초기에는 ‘사은 찬미가(Te Deum)’처럼 축제 찬미가로 부르다가 4세기 중엽 미사에 들어갔지만, 교황이 집전하는 성탄 미사에만 사용되었다. 그 후 차츰 주교가 집전하는 미사에도 사용되었는데 성탄과 부활 주일 외에는 부르지 않았다.

 

교황 심마쿠스(498-514년)는 대영광송을 주일과 순교자 축일까지 확장하여 부르도록 했다. 7세기 〈그레고리오 성사집〉에 따르면, 사제가 집전하는 미사에서는 부활 주일에만 허용했다가 나중에 새 사제의 첫 미사에도 부르게 하였다. 11세기 말경이 되어서야 주일, 축일 등 일반 미사에서도 부르게 되었다.

 

대영광송은 그리스어와 시리아어와 라틴어 세 언어로 전해졌는데, 그 구조나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가장 오래된 그리스어 사본은 380년경에 기록된 〈사도헌장〉에 들어 있다. 아리안주의의 영향으로 그리스도가 성부께 종속되어 있음을 두드러지게 드러내고, 그리스도께 드리는 찬미의 두 번째 부분이 사라진 것으로 보아 필사자가 원본을 수정했음을 알 수 있다. 시리아어 사본은 5세기경 네스토리우스 전례에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어 본문으로 신약성경 필사본인 알렉산드리아 사본에 수록된 대영광송은 현재 우리가 부르는 것과 거의 같다. 라틴어 번역본 가운데 가장 오래된 본문은 690년경에 기록된 〈방고르의 대송집〉에 나타나며, 오늘날 대영광송과 별 차이가 없다.

 

삼위일체에 대한 찬미가인 대영광송은 시편, 성경 찬가 등을 닮은 전형적 찬미가(Hymnus)이다. 그 구조와 형식이 ‘사은 찬미가’의 전반부와 비슷하며, 네 부분 곧 천사의 노래, 하느님 찬양, 그리스도 찬양, 영광송으로 구성된다.

 

대영광송은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 2,14)라는 천사의 노래로 시작된다. 초기 그리스도인은 이 천사의 노래를 아침 찬미가로 부르며 하루를 시작했고, 저녁에는 “찬양하여라, 주님의 종들아, 찬양하여라, 주님의 이름을”(시편 113,1)이라는 찬미가를 불러 서로 조화를 이루었다. 천사의 노래는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만군의 주님! 온 땅에 그분의 영광이 가득하다”(이사 6,3)와 함께 가장 아름다운 천상 노래로 간주되어 찬미가의 도입부에 자주 인용되었다.

 

이 찬미가에 대해 시리아의 에프렘 교부는 이렇게 해석한다. “평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했을 때 천사들은 선포했지요.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영광, 땅에서는 평화.’ 낮은 존재들이 높은 존재들로부터 평화를 내려 받았을 때, 그들은 ‘땅에 영광, 하늘에 평화’(루카 19,38 참조)라고 외쳤습니다. 신성이 내려오시어 인성의 옷을 입으셨을 때, 천사들은 ‘땅에 평화’라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인성이 신성과 하나 되어 하느님 오른쪽에 앉고자 하늘로 오르시려 할 때, 젖먹이들이 그분 앞에서 ‘하늘에 평화, 지극히 높은 곳에 호산나!’(마태 21,9 참조) 하고 소리쳤습니다. 그래서 사도도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분 십자가의 피를 통하여 평화를 이룩하시어 땅에 있는 것이든 하늘에 있는 것이든 그분을 통하여 그분을 향하여 만물을 기꺼이 화해시키셨습니다’(콜로 1,20).” 에프렘은 평화를 이루려고 신성이 인성을 취하면서 성부의 사랑을 세상에 드러내는 구원의 신비가 시작되었음을 잘 설명한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회복하고 평화를 이루려고 십자가에 당신을 봉헌하셨다. 그런데 왜 아직도 평화가 세상에 정착하지 못할까? 하느님만 탓할 것인가? 아직 우리가 평화 자체이신 예수님께 자신을 온전히 내놓지 못해 하느님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대영광송은 가장 대표적인 축제 찬미가로 주일, 대축일, 축일 및 지역의 성대한 축제일에 함께 노래하거나 외운다. 지역의 성대한 축제란 보편 전례력으로는 기념일이나 평일에 속하지만, 교구나 본당에서 지내는 고유 축제 곧 수호성인 축일이나 본당 설립 기념일 등을 말한다. 천사의 노래로 시작하는 대영광송은 삼위일체 하느님께 찬미와 찬양을 드리며 성자를 통한 평화가 이 세상에 널리 퍼지고 정착하기를 기원하며 바칠 때, 그 의미가 더욱 살아난다.

 

* 윤종식 신부는 의정부교구 소속으로 1995년 사제품을 받았다. 로마 성 안셀모 대학에서 전례학을 전공하고, 현재 가톨릭대학교 교수로 전례학을 가르치고 있다.

 

[성서와 함께, 2014년 5월호(통권 458호), 윤종식 티모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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