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미사] 주님 만찬으로의 초대15: 사제와 백성의 대화, 주님의 현존과 교회의 신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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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8-07-29 | 조회수6,514 | 추천수0 | |
[주님 만찬으로의 초대] (15) 사제와 백성의 대화, 주님의 현존과 교회의 신비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사제가 주님 현존 선포
전례의 특별함은 어디에서 비롯하는가? 무엇이 전례, 특히 성찬례를 교회 생활의 정점이며 원천으로 만드는가? 전례 헌장은 그 답을 전례 안의 그리스도의 특별한 현존에서 찾는다.
“이토록 큰일을 완수하시고자 그리스도께서는 언제나 교회에, 특별히 전례 행위 안에 계신다. 그리스도께서는 미사의 희생 제사 안에 현존하신다. ‘당신 친히 그때에 십자가에서 바치셨던 희생 제사를 지금 사제들의 집전으로 봉헌하고 계시는 바로 그분께서’ 집전자의 인격 안에 현존하시고, 또한 특히 성체의 형상들 아래 현존하신다. 당신 능력으로 성사들 안에 현존하시어, 누가 세례를 줄 때에 그리스도께서 친히 세례를 주신다. 당신 말씀 안에 현존하시어, 교회에서 성경을 읽을 때에 당신 친히 말씀하시는 것이다. 끝으로, 교회가 기도하고 찬양할 때에,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겠다’(마태 18,20)고 약속하신 바로 그분께서 현존하신다”(「전례 헌장」, 7항).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라고 말하며 주례 사제와 교우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바로 이러한 믿음을 담고 있다.
이 대화는 미사를 구성하는 네 부분의 중요한 순간에 자리하고 있다. 곧 시작 예식의 첫 인사에서, 말씀 전례의 복음 봉독 전에, 성찬 전례의 감사 기도를 여는 감사송에서, 마침 예식의 강복 전에 나타난다.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은 이 대화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사제는 인사를 하며, 모인 공동체에 주님의 현존을 알린다. 이 인사와 교우들의 응답으로, 함께 모인 교회의 신비가 드러난다.”(50항)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Dominus vobiscum)
구약 성경에서 비롯한 오래된 이 말은 본디 축복과 기원의 인사말이었다(룻 2,4; 판관 6,12 참조). 우리는 천사가 마리아에게 건넨 인사말 안에서 이 같은 표현을 기억한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인사말은 또한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기원을 담은 축복의 말이었다. “주님께서 여러분 모두와 함께 계시기를 빕니다”(2테살 3,16). 사제는 이 표현으로 전례 거행을 위해 모인 공동체 안에 주님께서 참으로 현존하심을 선포한다. 사실 모든 전례 거행은 사제이신 그리스도와 그 몸인 교회의 활동이므로 탁월하게 거룩한 행위이며 교회의 다른 어떤 행위와도 비교할 수 없는 효과를 지닌다(전례 헌장 7항 참조).
사제가 백성을 향해 팔을 벌리며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고 인사할 때 또한 이것을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곧 미사 거행의 주체인 ‘그리스도’(주님)와 그 몸인 ‘교회’(여러분)를 언급함으로써 교회의 신비와 미사의 교회적 차원을 분명히 나타내기 때문이다.
「로마 미사 경본」은 이 밖에도 사제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인사말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하느님의 사랑과 성령의 친교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는 사도 바오로가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둘째 서간의 마지막 구절에서 취했다(2코린 13,3). 이 인사말은 십자 성호를 그을 때 이미 강조된 바 있는 전례의 삼위일체적 차원을 잘 표현한다.
다른 인사말 “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리시는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도 사도 바오로의 같은 서간의 시작 인사에서 가져온 것이다(2코린 1,2).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Et cum spiritu tuo)
초대 교회의 전례 규범을 담고 있는 3세기 초의 문헌 「사도 전승」에 실린 ‘서품 기도’ 안에서 우리는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라는 표현이 의미하는 바를 밝혀주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주례 주교는 안수 후에 이어지는 서품 기도에서 하느님께 각 직무에 필요한 영의 능력을 청하는데, 주교 서품에서는 ‘위대한 영’ 또는 ‘대사제의 영’을, 사제 서품에서는 ‘은총과 의견의 영’을, 부제 서품에서는 ‘은총과 열의와 열성의 영’을 언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영’(spiritus)은 하느님으로부터 위임받은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서품 때에 주어지는 성령의 특별한 은사를 가리킨다. 하느님에게서 오는 이 영의 능력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거룩한 사도들에게 주어졌고 성품 성사를 통해서 특별히 성화와 봉사의 직무로 불림 받은 이들에게도 주어진다. 사제는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바로 이 성령의 은사에 힘입어 전례와 성사를 거행함으로써 거룩한 봉사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례에서 사제와 신자들이 나누는 이 대화는 단순한 인사말의 의미를 넘어서 교회 공동체가 교회 생활의 중심인 미사를 거행할 때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점을 상기시켜 준다.
우선 사제가 팔을 벌리며 교우들을 향해서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고 말할 때 우리 가운데, 곧 모인 공동체 안에 계신 주님의 현존을 깊이 의식하도록 초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교우들은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라고 응답함으로써 서품 때에 사제에게 주어진 성령의 특별한 은사에 힘입어 지금 거룩한 전례가 거행된다는 믿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로써 주님의 현존 안에 함께 모인 교회의 신비가 드러나게 된다.
* 김기태 신부(인천가대 전례학 교수) - 인천교구 소속으로 2000년 1월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 안셀모 대학에서 전례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총무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8년 7월 29일, 김기태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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