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미사] 전례의 숲: 사제의 매일 미사와 사제 홀로 드리는 미사 | |||
---|---|---|---|---|
이전글 | [전례] 전례 톡톡: 미사 경문 번역과 성가들이 맘에 안 들어요 | |||
다음글 | [전례] 성모동산의 꽃과 풀들: 성모 승천 대축일에 떠오르는 꽃들, 옥잠화와 클레마티스 | |||
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8-08-03 | 조회수7,727 | 추천수0 | |
[전례의 숲] 사제의 매일 미사와 사제 홀로 드리는 미사
교황청 성직자성이 발표한 2013년 자료는 월요일 같은 주간 평일에 미사를 거행하지 않는 사제들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또한 이틀이나 사흘 동안 미사가 없는 본당도 있습니다. 이렇게 미사를 거르는 것을 “미사 단식”이라고 말하며 미사의 중요성을 가르치기 위한 사목 이유와 관련시키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우 미사에 참여하려는 신자들은 다른 성당을 찾아가야 합니다. 유럽에서는 미사에 오는 신자들이 없어 평일 미사를 거행하지 않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한편, 직접 사목을 맡지 않는 사제들 가운데는 공동체를 위한 미사 책임이 없으면 날마다 미사를 거행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습니다. 나아가 어떤 사제들은 휴가 동안에 미사를 드리지 않습니다. 미사 거행을 일로 여기며 휴가 때는 일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초대 교회에서는 주일 미사가 중심이었고 주간 평일에 드리는 미사는 예외였습니다. 4세기부터 평일 미사 관습이 굳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중세에는 사적 미사 개념이 생겨 미사의 공적인 성격이 흐려지기도 하였습니다. 중세 이후 신자들 없이 사제 홀로 복사와 함께 드리는 미사가 널리 퍼졌습니다. 동방 교회에서는 전통적으로 신자 없는 미사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교도권은 계속하여 사제들에게 날마다 미사를 거행하도록 권고합니다. 사실 법적으로는 사제가 날마다 미사를 드려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신자들과 마찬가지로 주일과 의무 축일에 미사에 참여할 의무가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사목자인 사제에게는 맡은 직무 때문에 미사를 드려야할 의무가 생깁니다. 또한 자신에게 맡겨진 미사 지향 때문에 미사를 거행해야 합니다. 이러한 의무는 사제 직무 자체가 아니라 자신이 기꺼이 받아들인 직책이나 약속에서 나옵니다.
사제가 날마다 미사를 거행하는 것은 사제직의 본분
사제가 날마다 미사를 거행하는 것은 사제직의 본분에 속합니다. 교회법은 미사 안에서 구원 사업이 계속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제는 미사를 자주 거행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날마다 미사를 거행하라고 간곡히 권장합니다(904조). 미사 거행은 개인 선택의 문제를 넘어선다는 뜻입니다.
위 성직자성 문헌은 사제들이 날마다 미사를 거행해야 할 이유를 제시합니다. 무엇보다 사제 신분에서 나오는 가장 중요한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사제는 서품을 받을 때 성사들, 특히 미사 거행을 서약합니다. 그리고 사제의 삶과 직무 전체는 주 예수님께서 마지막 만찬 때 세우신 미사와 뗄 수 없는 관계가 있습니다. 곧 미사에서 주님을 본받아 자신을 제물로 봉헌하는 것입니다.
또한 미사에서 거룩한 빵을 쪼개듯이 다른 사람을 위하여 일상에서 자기 몸을 쪼갭니다. 물론 미사를 거행하는 것이 사제가 해야 할 유일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미사는 사제 생활과 직무의 “원천이며 정점”입니다.
둘째, 미사는 성덕으로 나아가는 뛰어난 수단입니다. 사제는 자신의 삶과 활동을 위한 힘을 미사에서 얻습니다. 그는 미사에서 그리스도와 같은 모습이 되고, 삶에서 주님을 충실히 섬기는데 필요한 은총을 얻습니다. 탈출기에는 이스라엘 백성이 날마다 만나를 모으러 밖으로 나갔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마찬가지로 사제는 날마다 미사를 거행하며 구원의 식탁에서 음식을 받고 은총의 샘에서 물을 마십니다. 그러므로 미사 거행을 소홀히 하는 것은 성화와 사도직 활동에 필요한 중요한 음식과 음료를 포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셋째, 미사 거행은 신자들을 위한 근본적인 사목 활동이며 큰 사랑 실천입니다. 신자들을 위하여 수행할 수 있는 것 가운데 미사보다 더 크고 중요한 가치를 지닌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공의회의 ‘사제 직무와 생활 교령’은 이렇게 가르칩니다. “교회의 모든 교역이나 사도직 활동, 다른 여러 성사들은 성찬례와 연결되어 있고 성찬례를 지향하고 있다. 실제로, 지극히 거룩한 성체성사 안에 교회의 모든 영적 선이 내포되어 있다. 성찬례는 분명히 모든 복음화의 원천이며 정점이다.”
넷째, 사제는 미사를 거행하며 세상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는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세상을 위하여 기도하고 세상을 구원하기 위하여 아버지께 제사를 봉헌합니다. 특히 미사 안에서 죽은 신자들을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초 세기부터 교회는 미사 안에서 죽은 이들을 기억하였습니다. 모든 감사기도에서 언제나 죽은 이의 이름을 부르는 데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교회법은 신자 없는 미사 거행을 허용
사제가 신자 없이 홀로 미사를 거행하는 것은 합당할까? 교회법은 “정당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아니면, 봉사자도 없고 적어도 몇 사람의 신자도 없는 미사는 거행하지 말아야 한다.”(906조)고 규정합니다.
이 규정은 미사가 개인 신심이 아니라 교회의 공적 예배라는 근본적인 가르침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사에 신자들이 함께 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때 미사의 교회적 본성이 더 잘 드러납니다(총지침 20).
그러나 교회법은 신자 없는 미사 거행을 허용합니다. 그 근거는 “비록 신자들의 참석이 이루어질 수 없더라도 그리스도와 교회의 행위이고 사제들은 이를 행함으로써 자기들의 주요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904조)라고 밝힙니다.
사실 모든 미사는 언제나 단 하나뿐인 그리스도의 십자가 제사입니다. 전통 신학은 미사와 십자가 제사의 오직 한 가지 다른 점은 봉헌하는 방식이라고 풀이합니다. 십자가 제사에서는 피 홀림이 있고, 제대 위에서는 피 흘림이 없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한 사제가 거행하든 여러 사제가 거행하든, 신자가 참석하든 안 하든 모든 미사는 같은 품위와 효력을 지닙니다(총지침 19).
그런데 사제 홀로 드리는 미사는 “정당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 허용됩니다. 과거에는 “중대한 필요성”이라는 표현으로 더 엄격한 외적인 조건을 요구하였습니다. 임종하는 이들을 위한 노자 성체를 모시고 가야 할 때, 복사(시종)가 미사에 참석할 수 없을 때와 같은 경우입니다. 그러므로 현행 교회법이 말하는 “정당하고 합리적인 이유”라는 표현은 과거보다 기준이 누그러졌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제가 날마다 미사 드리려는 바람은 그 이유가 된다고 여깁니다.
구체적으로는 신자가 하나도 없을 때, 사제 자신이 아프거나 요양하고 있을 때, 여행과 같은 상황에서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거행할 수 없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자들이 있는데도 개인 성향 때문에 홀로 거행하려는 바람은 이러한 이유에 속할 수 없을 것입니다. 미사는 공동체 거행이 언제나 근본이고 정상이기 때문입니다.
미사 경본은 미사 거행 형태를 “교우들과 함께 드리는 미사”, “공동 집전 미사”, “봉사자 한 사람만 참여하는 미사”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형태를 위해서는 “미사 통상문”을 따로 싣고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봉사자도 없고 신자도 없는 미사도 인정합니다. 이 미사에서는 인사와 권고와 미사 끝 강복은 하지 않습니다(총지침 254).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8월호, 심규재 실베스텔 신부(작은형제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