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미사] 주님 만찬으로의 초대18: 본기도(Collecta)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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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8-09-10 | 조회수6,766 | 추천수0 | |
[주님 만찬으로의 초대] (18) ‘본기도(Collecta)’ 모든 신자들 뜻을 모아 드리는 기도 묶음
본기도는 미사 시작 예식을 마무리하며, 앞서 행한 모든 것을 종합해 하느님께 바쳐 올리는 공동체의 기도다. 사진은 미국 뉴욕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봉헌된 미사 중 주례 사제들이 본기도를 바치는 모습.CNS 자료사진미사 거행 전체의 절정을 이루는 감사 기도를 비롯하여 본기도, 예물 기도, 영성체 후 기도를 가리켜 ‘주례자의 기도’라고 한다. “이 기도들은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회중을 이끄는 사제가 거룩한 백성 전체와 모든 참석자의 이름으로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30항).
명칭과 의미
5-6세기경에 로마 전례에 도입된 본기도는 ‘기도’를 뜻하는 라틴 말 ‘오라씨오’(oratio)라고 불리다가 차츰 ‘꼴렉따’(collecta)라는 말로 정착되었다. ‘꼴렉따’라는 명칭은 ‘한데 모으다’, ‘집결시키다’라는 뜻을 지닌 동사 ‘colligere’에서 파생된 말이다. 이 용어는 본디 백성이 미사가 거행될 본당으로 행렬하여 이동하기 전에 모여 있던 장소에서 주례자가 바친 첫 기도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래서 ‘집회에서 바치는 기도’, 곧 모인 회중 앞에서 바치는 기도나 신자들의 뜻을 모아 주례자가 바치는 기도라는 의미에서 ‘모음 기도’라 부르기도 한다.
본기도는 집전자가 자신에게 맡겨진 신자들을 위해 간구하며 주님께 모아들이고 올려드리는 기도들의 묶음과도 같다. 우리는 미사의 시작 예식에서 주님의 현존을 선포하고(인사) 주님의 자비를 간청하며(참회와 자비송) 주님의 영광을 노래했다(대영광송). 본기도는 이 시작 예식을 마무리하며 앞서 행한 모든 것을 종합해 하느님께 바쳐 올리는 공동체의 기도이다.
구조와 내용
본기도는 권고, 침묵, 기도, 백성의 환호인 ‘아멘’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제는 먼저 손을 모으고 신자들을 향해 “기도합시다”(Oremus)라고 권고한다. 이 기도의 공동체적 성격은 언제나 ‘우리’를 주어로 삼고 있는 권고의 말과 기도문의 형식에서도 잘 나타난다. 하느님의 현존 앞에 한데 모인 당신의 교회, 당신의 백성, 당신의 종, 당신의 신자들은 다름 아닌 ‘우리’다. 사제는 하느님의 백성 가운데서 같은 자세를 취하며 그 백성의 일원임을 드러낸다. 동시에 사제는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회중을 이끄는 존재로서 하느님을 향해 마음을 모으도록 신자들을 초대한다. 이어지는 잠깐의 침묵은 미사 거행의 본질적 요소로서 결코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 이 침묵은 신자들에게 능동적이고 내적인 참여의 공간을 열어준다. 이 침묵 가운데 신자들은 “자신이 하느님 앞에 있음을 깨닫고 간청하는 내용을 마음속으로 생각한다”(총지침, 54항).
그 다음에 사제는 팔을 벌리고 그날 미사의 성격을 표현하는 본기도를 바친다. 이 기도는 분명한 방향성을 갖고 있다. 곧 하느님 아버지께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령 안에서 바치는 기도다. 하느님께서 들으시고 받아들이시도록 교회의 모든 기도는 하늘을 향해 올라가고 하느님 아버지께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두 팔을 벌린 채 서 있는 사제의 동작과 자세도 “천사의 손에서 하느님 앞으로 올라가는 향 연기”(묵시 8,4)처럼 하늘을 향해 오르는 기도의 말을 동반한다. 무엇보다 이 자세는 십자가에서 팔을 펼치시어 죽음으로 죽음을 물리치고 부활을 선포하신 그리스도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십자가의 희생 제사인 미사에서 사제는 이 동작으로 공동체의 이름으로 바치는 첫 기도에 모든 신자들을 참여시킨다.
로마 전례 전통에 따른 본기도는 그 내용이 군더더기 없이 아주 간결하고 분명하다. 그리고 단순한 구조 안에 기도의 핵심 요소들을 잘 종합한다. 예를 들어보자. 주님 세례 축일의 본기도는 다음과 같다.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으신 그리스도께 성령을 보내시어 하느님의 사랑하시는 아들로 선포하셨으니/ 물과 성령으로 새로 난 저희도 언제나 하느님 마음에 드는 자녀로 살아가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먼저 본기도는 언제나 하느님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경우에 따라서 “전능하시고 영원하신”과 같이 하느님의 칭호와 결합된 다양한 수식어가 덧붙여진다. 그 다음에 주님 세례 축일 미사의 성격을 드러내는, 하느님께서 행하신 구원 사건에 대한 ‘기념’ 부분이 나타난다(요르단 강에서… 선포하셨으니). 그리고 기도의 동기라 할 수 있는 하느님께 드리는 청원의 내용이 뒤따른다(물과 성령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끝으로 사제는 삼위일체 성격의 맺음말로 기도를 마친다. 한편 신자들은 ‘아멘’으로 환호하며 사제가 바친 청원에 함께 참여하고 이 기도를 자신의 기도로 삼는다.
본기도는 이러한 구조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대림, 성탄, 사순, 부활과 같은 중요한 전례 시기나 축일에는 그날 미사의 성격을 더욱 잘 드러내는 특별한 구원 사건이나 주제가 언급된다. 사순 시기 제3주일의 본기도는 회개와 은총의 시기인 사순 시기의 정신과 주제를 다음과 같이 잘 나타낸다.
“하느님, 온갖 은총과 자비를 베푸시어 저희가 단식과 기도와 자선으로 죄를 씻게 하셨으니 진심으로 뉘우치는 저희를 굽어보시고 죄에 짓눌려 있는 저희를 언제나 자비로이 일으켜 주소서.”
* 김기태 신부(인천가대 전례학 교수) - 인천교구 소속으로 2000년 1월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 안셀모 대학에서 전례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총무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8년 9월 9일, 김기태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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