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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위령] 한가위 기획, 가톨릭 제례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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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9-23 조회수7,768 추천수0

[한가위 기획] 가톨릭 제례 알아보기


천주교 제례는 효 실천의 하나… 위령 미사 봉헌을 권장합니다

 

 

- 북에 고향을 두고온 실향민들이 경기도 파주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차례상을 차려놓고 조상들을 위한 한가위 차례를 올리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신자 가정은 명절이면 집에서 차례를 지내거나 성당에서 조상을 기리는 공동 추모의식을 거행한다. 기일(忌日)에 제사를 지내는 가정도 많다. 

 

이를 보고 개신교 신자들은 “조상을 숭배하는 건 미신”이라며 제례를 허용하는 가톨릭교회를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곤 한다. 하지만 한국 가톨릭이 허용하는 제례는 조상을 숭배하거나 복을 비는 ‘종교적(미신적)’ 성격이 아니다. 제사를 조상에 대한 효성과 전통문화 계승 차원에서 그리스도교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한국 천주교 제례다. 간단히 말해 종교적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차원이다.

 

 

박해 빌미가 된 제사

 

18세기 말 조상 제사 거부가 천주교 박해의 빌미가 됐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 교회 창립 선조들은 교리서를 연구하면서 그동안 지내온 제사가 교회 가르침에 어긋나는 점을 발견했다. 그래서 윤유일(바오로, 1760∼1795)가 베이징에 가서 구베아 주교에게 문의했다. 

 

“제사를 드리는 것은 돌아가신 분 섬기기를 산 사람 섬기듯이 하기 위함(事死如事生)인데, 천주교를 믿으면서 제사를 드릴 수 없다면 매우 곤란한 일입니다. 무슨 방도가 없겠습니까?”

 

구베아 주교는 “사람이 죽은 후 음식을 차려 놓는 것은 (교회가 지켜야 할) 성실한 도리에 크게 어긋난다”고 대답했다. 중국에서는 이미 17세기 중엽부터 100년간 제사를 둘러싼 전례 논쟁이 있었다. 이 전례 논쟁은 베네딕토 14세 교황이 1742년 선교지 문화에 맞춘 적응주의 선교를 금지하는 교서를 발표하면서 일단락됐다. 

 

신앙 선조들은 이 방침에 따라 조상 제사를 폐지했다. 전라도 진산의 선비 윤지충(바오로)이 어머니 신주(神主)를 불사르고 제사를 드리지 않아 발생한 박해가 신해박해(1791년)다. 성리학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제사 거부는 사회 질서와 윤리를 내팽개치는 패륜 행위나 다름없었다. 제사 금령은 1939년 비오 12세 교황에 이르러서야 풀렸다.(훈령 「이제는 분명히」)

 

그렇다고 교황청이 제사를 권장한 것은 아니다. “미신처럼 시작된 풍습일지라도 현대에 이르러 그러한 요소가 사라지고, 시대 변화에 따라 사람들 생각도 변했기 때문에” 문화적 관습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허용할 수 있다는 게 훈령 요지다. 한국 천주교의 현행 상제례 예식은 이 훈령과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토착화 정신, 한국 전통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해 마련한 것이다.

 

 

가정 제례를 거행할 때 

 

한국 주교회의가 허용하는 제례는 유교식 조상 제사나 미신적 요소가 다분한 민간신앙 풍습과 엄연히 다르다. 조상의 영혼을 귀신으로 이해해 복을 빌거나 재앙을 쫓으려는 수단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조상의 영혼(귀신)이 저승에 들지 못하고 배회한다든지, 제사상을 잘 차려야 복을 많이 받는다는 미신적 믿음은 버려야 한다. 교회는 돌아가신 조상을 추모하되, 죽은 자들의 영혼은 온전히 하느님 주권에 맡기라고 가르친다.

 

천주교 제례는 성경이 가르치는 효 정신의 표현이다. 또 하느님께 바치는 감사의 마음을 담고 있다. 가족 간 우애를 돈독히 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추석 명절에 가정에서 제례를 거행할 때는 주교회의가 2012년 승인한 ‘가정 제례 예식’을 따르면 된다. 제례 예식은 시작 예식→말씀 예절→추모 예절→마침 예식으로 구성돼 있다. 추모 예절에서는 분향과 절,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바치는 한국 교회의 전통적 기도인 위령 기도를 주요 예식으로 한다.

 

아울러 교회는 탈상과 기일 등 선조를 특별히 기억해야 하는 날에는 가정 제례에 우선해 위령 미사 봉헌을 권장한다.(「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 제135조 1항)

 

 

공동 의식은 미사 전후에

 

본당 차원에서 추석날 공동 의식을 거행할 경우 미사 전이나 후에 해야 한다. 명절 미사라는 전례와 비전례적 신심 행위인 제례가 섞이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명절 미사가 공식적인 전례 행위이고, 공동 의식은 사목적 차원에서 허락되는 부가적 신심 행위이다. 

 

공동 의식은 상을 간소하게 차리고 사제의 설명→분향→위령기도(연도) 순으로 거행하면 된다. 미사 전례 성격상 조상 이름을 일일이 적어 게시하는 것은 불필요할 뿐 아니라 유교식 제사에서 사용하는 위패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 주교회의는 부득이 사목적 이유로 조상 이름을 게시할 경우 음식상이나 제대 앞이 아니라 제대 주변에 미사 지향을 알리는 차원에서 게시하는 방법을 권장한다.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설문조사(2012년)에 따르면 명절에 합동 위령 미사와 함께 공동 의식을 거행하는 본당은 84%에 이른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9월 23일,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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