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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위령] 한국의 위령기도3: 한국 위령기도의 기원과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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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11-19 조회수7,295 추천수0

[한국의 위령기도] (3) 한국 위령기도의 기원과 노래


망자의 구원 바라는 간절함 담은 노래로 기도

 

 

「로마 예식서」(Rituale Romanum), 「성교례규」, 그리고 「텬쥬셩교례규」

 

부글리오 신부는 「로마 예식서」(Rituale Romanum)를 바탕으로 한문본 「성교례규」를 편찬하였다. 그는 중국의 상장례 문화를 존중하면서도 천주교 장례와 다른 중국의 상장례 문화 사이에서 생기는 무분별한 혼합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교회의 장례 지침과 관련 교리를 세심하게 배치하였다. 기도문은 중국교회의 위령 성무일도인 「망자일과경」 위주로 편성하였다. 이에 비해 「텬쥬셩교례규」는 장례의 규칙과 준수 사항을 주로 한문본 「성교례규」에서 발췌 수록하였으나, 시신을 안치한 후 입관 전까지 기도는 「텬쥬셩교례규」보다 앞서 발간한 「텬쥬셩교공과」에 있는 것이다. 나머지 기도들도 한문본 「성교례규」와, 중국과 조선교회가 간행한 기도서들에서 발췌하여 한글을 깨우친 이라면 어렵지 않게 바칠 수 있도록 간소화하였다.

 

중국교회와 한국교회가 한문본 「성교례규」와 「텬쥬셩교례규」를 편찬할 때는 천주교 장례의 핵심인 장례 미사와 사도예절을 거행하기 어려웠다. 부득이 가정을 중심으로 평신도들만으로 장례를 거행해야 했는데 촛불을 켜고, 성수를 뿌리고, 기도를 바치는 예절의 중심은 위령기도였다. 기도를 노래로 바치는 것은 가톨릭교회의 전통이어서 장례 미사와 위령 성무일도 역시 많은 부분을 노래로 바쳤고, 중국과 조선교회도 장례 때 위령기도는 가능하면 함께 큰 소리로 노래로 바치도록 권장하였다. 한문본 「성교례규」를 편찬할 당시 한족(漢族)은 주로 유교적인 장례를 거행하였으므로 곡(哭)을 하고, 축문을 크게 소리를 내어 읽었지 노래로 상장례를 거행하는 경우는 없었다. 조선 역시 유교식 장례를 거행하였으므로 극심한 슬픔이 드러나는 상장례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조상하는 예(哀喪之禮)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오늘날 「상장 예식」에 있는 기도 가락들은 「텬쥬셩교례규」와 정조(情調)를 유지하더라도 새로 작곡하거나 편곡한 것이지 채보한 것으로 볼 수 없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노래는 상장례에 크게 어긋나는 짓이 아닌가?

 

따라서 상례문답을 통해 “상장례를 거행할 때 읽거나 외는 기도만으로도 족한데, 하필이면 큰 소리로 노래하면서 기도하는가? 기쁘고 즐거워하는 데에 속한 이들이 아니라고 할 수 없으니 슬픔을 함께 나누는 상장례에 크게 어긋나는 짓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葬喪場中念經足矣何必朗聲唱誦豈不屬於喜樂而與哀喪之禮大不宜乎)라는 질문에 “… 큰 소리로 부르는 기도는… 그 망자 구하기를 특별히 바라고 간절히 원하기 때문이고… 이루고자 하는 바를 정성된 마음으로 하면 그에게 붙어 있는 마귀를 능히 쫓을 수 있으며… 우리의 근심은 (영원한 생명과 구원에 대한) 희망이 없는 무리의 근심과 다르기 때문”(… 歌唱之音經… 特望切願救彼亡者… 爲虔心所擧卽能遂魔而 之… 吾憂不似無望之徒所發之憂也)이라고 대답하는 형식으로 천주교 신자들이 노래로 장례를 거행하는 이유를 밝혀 주어야 했다.

 

이처럼 중국과 조선교회가 장례 때 노래하는 이유는 밝혔지만, 악보나 문헌까지 전해 주지는 않았다. 그레고리오 성가처럼 부르다가 시간이 지난 뒤에 중국 고유의 가락으로 변했다거나, 처음부터 고유의 가락으로 불렀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분명하고 객관적인 근거까지 제시한 것은 아니다. 악보나 문헌 자료가 전해지지 않은 것은 조선교회도 마찬가지였는데, 「텬쥬셩교례규」가 나온 지 100년도 더 지난 뒤에 자신이 들은 위령기도 소리로 가락의 기원을 제사의 축문 읽는 소리, 상가의 곡(哭) 소리, 불교의 독경(讀經)이나 범패(梵唄) 음률, 굿의 가락, 상엿소리, 시조·민요·가사(歌詞)의 가락 등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모두 가설이다.

 

 

「상장 예식」의 기도 가락

 

오늘날의 「상장 예식」은 장례 미사와 고별식이 중심이고, 이전에 금(禁)했던 만수향(萬壽香)을 피우거나, 상청(喪廳)에 음식을 차리는 것을 허용할 만큼 교회 밖의 문화에 관대하다. 한편 거의 모든 기도에 악보를 첨부하여 가락을 고정하였다. 위령기도를 강의하는 어떤 이는 ‘곡조를 듣고 그것을 악보로 만듦’이라는 의미의 ‘채보’(採譜)라는 말을 오용(誤用)하여 「상장 예식」의 가락들이 「텬쥬셩교례규」를 계승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편 129편과 50편, 연옥도문, 축문들, 찬미경, 자가리아의 성가(즈카르야의 노래), 유동장사예절 외에는 「텬쥬셩교례규」에 없던 기도문들이고, 그 예식서에 있던 기도문들도 모두 현대어로 바뀌었으므로 지난날 연도에서 채보한 것과 똑같은 가락으로 노래할 수 없다. 따라서 오늘날 「상장 예식」에 있는 기도 가락들이 「텬쥬셩교례규」와 유사한 정조(情調)를 유지하더라도 새로 작곡하거나 편곡한 것이지 결코 채보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상장 예식」의 기도 가락은 쉽지 않고, 모든 성인들의 호칭기도는 악보 그대로 부를 수 있는 사람이 흔치 않을 만큼 어렵다. 앞으로 「상장 예식」을 개편할 때는 “예규의 규범과 규정에 따라, 거룩한 신심 행사들에서 그리고 바로 전례 행위 안에서 신자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질 수 있도록, 대중 성가를 적극 장려해야 한다”(전례 헌장, 118항)는 교회의 가르침을 숙고하여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는 위령기도를 만들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가톨릭신문, 2018년 11월 18일, 박명진(시몬 · 서울대교구 연령회연합회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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