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미사] 주님 만찬으로의 초대25: 감사 기도 - 감사송과 거룩하시도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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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9-01-06 | 조회수6,849 | 추천수0 | |
[주님 만찬으로의 초대] (25) ‘감사 기도 : 감사송과 거룩하시도다’ 감사할 수 있는 것도 우리가 받은 선물
“이제 미사 거행 전체의 중심이며 정점인 감사 기도가 시작된다. 이 기도는 감사와 축성의 기도다. 사제는 교우들에게 기도와 감사로 주님께 마음을 들어 올리도록 초대하고, 자신의 기도에 교우들을 참여시켜 공동체 전체의 이름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령 안에서 하느님 아버지께 기도를 바친다. 이 기도의 뜻은 신자 회중이 모두 그리스도와 일치하여 하느님의 위대하신 업적을 찬양하며 희생 제사를 봉헌하는 데에 있다. 감사 기도는 모두 공경하는 마음으로 침묵 가운데 귀담아들어야 한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78항)
로마 전례에서는 4세기부터 ‘로마 전문’(canon romanus)이라 불린 하나의 감사 기도, 곧 오늘날의 감사 기도 제1양식만을 가지고 있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개혁은 고대 전례문에 대한 깊은 연구를 바탕으로 감사 기도에 세 개의 양식을 새로 만들어 보탰다. 그 밖에도 「로마 미사 경본」(제3표준판)에는 두 개의 ‘화해’ 감사 기도와 네 개의 기원 미사 감사 기도가 제시되어 있다. 감사 기도를 이루는 주요 요소는 여러 가지이다. 감사송을 시작으로 각 요소의 특징과 의미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감사송
감사송은 사제와 교우들 간에 주고받는 세 번의 초대와 응답으로 이루어진 대화로 시작된다. 이 대화는 미사 거행 전체의 중심인 감사 기도에서 우리가 지녀야 할 몸과 마음의 자세를 잘 드러내 보여준다.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 이 대화에서 신자들은 주님의 현존 앞에 있음을 인식하도록 초대받고, 사제는 무엇보다 이 감사의 행위를 완성하기 위해 성령의 은사를 받은 존재로서 하느님과 백성 앞에 서 있음을 깊이 인식한다. 이어지는 대화에서 공동체 전체가 지향해야 할 몸과 마음의 방향성이 드러난다. “마음을 드높이”, “주님께 올립니다.” 전례 안에서 우리가 지녀야 할 모습은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한 이들의 자세다. 그것은 바오로 사도가 권고한 바와 같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십시오. 거기에는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의 오른쪽에 앉아 계십니다.”(콜로 3,1) 그리고 마지막 대화는 ‘에우카리스티아’(감사례)란 미사의 오랜 명칭이 가리키듯, 미사가 무엇보다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드리는 행위’임을 알려준다. “우리 주 하느님께 감사합시다”, “마땅하고 옳은 일입니다.”
이제 신자들의 마음과 일치하여 사제는 교회의 이름으로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령 안에서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 기도를 바친다. 그날 미사 거행과 관련된 특별한 동기를 담고 있는 감사송은 주님에게서 오는 구원과 은총의 선물에 대한 교회의 탁월한 응답이다. 교회는 “온갖 좋은 선물과 모든 완전한 은사는 위에서 오고, 빛의 아버지에게서 내려오는 것”(야고 1,17 참조)임을 인식하며 특별히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보여주신 하느님의 놀라우신 업적과 사랑에 감사드림으로써 가장 큰 응답을 드린다. 이처럼 우리가 하느님께 감사를 드릴 수 있는 것도 우리가 받은 선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매일의 삶과 미사 거행 안에서 당신 은총을 체험하도록 해 주심으로써 우리 안에 감사의 마음을 불러일으키시는 분은 하느님이시다. “이 모든 것은 다 여러분을 위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은총이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퍼져 나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감사하는 마음이 넘치게 하려는 것입니다.”(2코린 4,15) 그러므로 우리의 입술에서 피어나는 찬미도 결국 하느님의 선물이다.
연중 시기 평일에 바치는 공통 감사송 가운데 하나는 감사와 찬미의 동기를 다음과 같이 우리에게 밝혀준다. “아버지께서는 저희의 찬미가 필요하지 않으나 저희가 감사를 드림은 아버지의 은사이옵니다. 저희 찬미가 아버지께는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으나 저희에게는 주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에 도움이 되나이다.”(‘공통 감사송 4 : 찬미는 하느님의 은사’)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는 회중 전체가 하늘의 천사들과 성인들과 일치하여 부르는 환호의 노래다. 노래의 전반부는 구약 성경과 유다 전통의 기도에서 영감을 받았고 묵시록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이사 6,3; 묵시 4,8 참조).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 온 누리의 주 하느님! 하늘과 땅에 가득 찬 그 영광!” 복된 희망을 품고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리는 교회는 성찬례 거행 안에서 마치 하늘과 땅이 서로 하나가 되듯이 천상 교회와 결합되어 있음을 느낀다. 이 노래는 이렇게 지상 전례의 종말론적 차원을 밝혀준다. “우리는 이 지상의 전례에 참여하며 나그네들인 우리가 걸어 나아가는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에서 거행되는 천상 전례를 미리 맛본다.”(「전례 헌장」, 8항) 노래의 후반부는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 때에 군중이 시편의 표현을 빌려 외쳤던 환호를 상기시켜준다(시편 118〔117〕,26; 마태 21,9 참조). “높은 데서 호산나!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찬미 받으소서. 높은 데서 호산나!” 이로써 노래의 전반부가 하늘과 땅에 가득한 하느님의 영광을 노래함으로써 구원 역사 안에서 하느님의 거룩한 현현을 표현한다면, 그 후반부는 하느님의 영광을 이 땅에서 더 빛나게 하고 완성하신 그리스도의 현현과 구원을 기억한다.
* 김기태 신부(인천가대 전례학 교수) - 인천교구 소속으로 2000년 1월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 안셀모 대학에서 전례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총무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9년 1월 6일, 김기태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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