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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자비의 모후이신 동정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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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03-05 조회수7,680 추천수0

[전례, 그 능동적 참여] 자비의 모후이신 동정 마리아!

 

 

교회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이시며 우리 믿는 모든 이들의 어머니이신 마리아를 “동정 마리아!”라고 칭송한다. 그렇다면 마리아의 평생 동정이란 어떤 의미인 것인가?

 

미사 전례 안에서 마리아가 등장하는 부분은 두 부분이다. 미사의 첫 부분인 시작 예식 중 참회예식과 사도신경이다. 미사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이 거룩한 예식을 합당하게 봉헌하기 위하여 우리의 죄를 반성하자고 사죄는 권고한다. 그리고 모두 함께 다음의 고백기도를 합송한다.

 

“+전능하신 하느님과

◎ 형제들에게 고백하오니 생각과 말과 행위로 죄를 많이 지었으며 자주 의무를 소홀히 하였나이다. (가슴을 치며 말한다.)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

그러므로 바라오니

평생 동정이신 성모 마리아와 모든 천사와 성인과 형제들은

저를 위하여 하느님께 빌어 주소서.”

 

“+ 전능하신 하느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죄를 용서하시고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어 주소서. ◎ 아멘”

 

위의 고백기도를 분석해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법정이 열렸다! 전지전능하신 하느님 앞에 자신의 죄를 감출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그러기에 우리 모두는 자기 자신의 가슴을 치며 자신의 큰 탓을 후회하고 인정하는 참회의 동작인 가슴을 치는 것이다. 자신의 탓을 인정한 다음의 문장은 그렇다면 어떠해야 하는가?

 

그 죄의 대가를 치루는 판사의 유죄판결과 형량이 선언되어야 마땅하다. 마지막 피고인의 법정에서의 마지막 발언이 자신의 유죄를 인정한다고 했을 때 판사의 판결은 뻔한 것이다. 그러나 미사경문에서 나의 큰 죄를 인정한 순간 뒤의 문장은 이러하다. “그러므로 바라오니 평생 동정이신 성모 마리아와 모든 천사와 성인과 형제들은 저를 위하여 하느님께 빌어 주소서!”

 

죄를 인정한 내가 이제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거늘 갑자가 “그러므로 바라오니”라고 말하면서 “평생 동정이신 성모 마리아”가 등장한다. ‘그러므로’라는 접속어 이전의 문장은 주어가 ‘나’이고 이후 문장의 주인공은 내가 아닌 평생 동정이신 마리아와 모든 천사들과 성인과 형제들이다.

 

 

우리 자신의 힘만으로는 죄를 씻을 수 없기에 성모님의 도움을 청해

 

이 고백기도를 바치는 모든 믿는 이들은 자신의 죄를 하느님 앞에 뉘우치면서 마치 어린아이가 어머니 품에 달려드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평생 동정이신 마리아를 부르며 그분께 의탁하는 것이다. 그 자연스러움을 “그러므로 바라오니!”라고 표현한 것이다.

 

하느님 앞에 죄를 지은 우리는 우리 자신의 힘만으로는 그 죄를 씻을 수 없다. 그러기에 도움이 필요한 것인데 그러한 도움을 주시는 가장 큰 힘을 발휘하시는 분이 바로 성모 마리아인 것이다. 그러기에 자비를 청하는 순간에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동정 성모 마리아를 떠올려야 한다. 그렇다면 왜 성모 마리아의 호칭 중에 마리아의 동정성을 강조하며 ‘동정 성모 마리아’라고 칭하였는가?

 

답은 이렇다. 성경을 통해본 마리아의 동정성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니는 데 전적으로 하느님의 전능하심과 성모 마리아의 원죄 없으심을 의미한다.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첫째, 하느님의 전능하신 성령의 힘으로써 인간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처녀의 잉태와 출산을 역사상 유일하게 성자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의 탄생의 과정으로 만드신 것이다.

 

여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심오한 신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이 신비를 신앙으로 받아들인 처녀 마리아의 모범적 신앙의 응답이 성령과 그 짝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이성을 초월한 신앙의 자세를 예수와 평생 함께한 모든 순간에서 마리아는 보여 준다. 첫 기적이었던 카나의 잔치에서도 마리아는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라고 말한다.

 

둘째, 아담과 하와의 원죄는 예외 없이 모든 인간에게 유전적으로 이어진다고 성경의 창세기는 말한다.

 

인간의 욕망으로 난 모든 이들은 원죄에 물들었지만 평생 동정이신 마리아는 원죄에 유일하게 물들지 않으셨다고 교회는 믿을 교리로서 선포하고 있다. 마리아의 평생 동정은 생물학적 의미만을 강조하는 것이기 보다는 죄의 물들지 않는 순결하고 깨끗한 마리아의 삶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한 죄에 물들지 않은 영혼과 육신을 가진 어머니에게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신을 취하여서 탄생하셨다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마리아는 하느님 전능하심이 발휘되는 장소였다. 즉 동정녀의 성자 출산이라는 상상하기조차 불가능한 구원의 역사하심을 받으신 존재, 그리고 죄에 물들지 않으신 존재이신 마리아는 십자가 죽음의 마지막 순간에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의 어머니를 모든 이들의 어머니로 다음과 같이 선언하신다. “이분이 너희 어머니이시다!”(요한 19,26) 그리고 이 모든 일이 다 이루어졌음을 아시고 “다 이루었다”라고 말씀하시며 숨을 거두신다.

 


미사 때마다 우리는 죄의 참회와 용서의 부분에서 자비의 모후를 찾아

 

예수님이 이루셔야 하는 이 모든 일의 마지막은 바로 우리에게 당신의 어머니를 우리의 어머니로 주신 것이고, 그 어머니는 이제 우리 죄를 용서하는 자비를 청하는 가장 강력한 죄인들의 피난처가 되시는 것이다. 그러기에 미사 때마다 우리는 죄의 참회와 용서의 부분에서 이러한 자비의 모후를 찾게 된다. 그리고 믿음을 고백하는 신경에서 우리는 허리를 깊게 숙이며 성모 마리아의 동정잉태 순간을 기념한다.

 

죄를 지은 나 자신이 무엇이기에 동정 성모마리아의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것인가? 그것은 십자가에 매달려 마지막 순간에 당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 모친이신 동정 마리아께 우리 죄인들을 모두 당신의 자녀로 맡겨 주셨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참으로 복된 이들인 것이다. 비록 우리가 나약하여 자주 죄를 짓는다 하더라도 죄를 고백하는 순간에 우리를 자녀로 만나 주시는 성모마리아를 생각한다면 죄의 참회가  단지 우울하고 슬픈 시간만이 아닌 희망과 위로 그리고 성모님의 신적 모성을 체험하는 시간이 된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9년 3월호, 허윤석 세례자 요한 신부(의정부교구 광릉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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