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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성찬례 재료인 빵과 포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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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06-22 조회수6,694 추천수0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기획] 성찬례 재료인 ‘빵과 포도주’


순수 밀로만 빚은 누룩 없는 빵, 포도로만 만들어진 순 포도주

 

 

예수 그리스도는 제자들과 나눴던 최후 만찬에서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계약의 피다”(마르 14,22-26)라고 하시며 빵과 포도주를 나누셨다. 이처럼 식탁 위에서 세우신 성체성사는 사도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행해져 왔고 교회생활의 중심이 되고 있다. 성체성사의 제정과 그 은총을 기념하는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맞아 성찬례 재료인 빵과 포도주에 대해 살펴본다.

 

모나고 깨진 제병을 골라내고 있는 수도자.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예수 시대에 지중해 문화권에서는 빵이 주식이었다. 지중해 연안 민족들과 중동 민족들은 식사 중 큰 빵을 손으로 쪼개서 여러 개 덩어리로 나누는 생활 풍습을 지니고 있었다. 갓 구운 큰 빵을 식구들에게 나눠주는 것은 동방 민족들의 풍습이었다고 한다. 이스라엘 민족은 식사 때 감사와 찬미 기도를 드린 후 가족들에게 떼어 주고 먹도록 했다. 예수도 이런 관습을 따라 최후 만찬 때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고, 그것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셨다.(마르 14,22)

 

‘누룩 없는 빵’은 최후 만찬이 파스카 만찬이었다는 해석에 배경을 두고 있다. 성경에는 단순히 ‘빵’이라고 언급되지만, 당시 히브리인들은 파스카 만찬에 누룩 없는 빵을 먹었다. 

 

초기교회에서는 신자들이 집에서 만든 빵을 가져와 예물로 바쳤다. 누룩 없는 빵이 서방교회에서 쓰인 것은 9세기 무렵이고 거의 의무로 굳어진 것은 11세기다. 1570년 비오 5세 교황의 「로마 미사경본」은 “라틴교회 관습에 따라 누룩 없는 빵을 써야 한다”고 규정했다. 동방교회는 효모를 넣고 발효시킨 빵을 쓴다.

 

「교회법」 제926조는 “사제는 성찬 거행 때에 어디서 봉헌하든지 라틴교회의 옛 전통에 따라 누룩 없는 빵을 사용해야 한다”고 밝힌다. 또 제924조 2항에서는 “빵은 순수한 밀가루로 빚고 새로 구워 부패의 위험이 전혀 없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성체로 축성되는 빵을 ‘제병’(祭餠, Host)이라 하는데 이 말은 ‘희생’, 즉 우리의 희생 제사이신 그리스도를 뜻하는 라틴어 ‘Hostia’에서 유래한다. 현재와 같은 제병은 12세기에 나타났다. 한국교회는 누룩이나 다른 첨가물을 섞지 않은 순수한 밀로 만든 제병을 사용한다. 대부분 가르멜여자수도원에서 우리밀로 구워 공급한다.

 

미사주 포도 축복.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포도주

 

미사 때에 쓰이는 포도주는 일반적인 포도주와는 다른 방법으로 숙성시키고 오직 미사에만 사용하기에 ‘미사주’라고 부른다. 예수가 행하신 당시 관습대로 적포도주가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미사주로 쓰였으나 16세기부터 성작 수건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백포도주가 널리 이용됐다. 상대적으로 성작 수건에 물든 표시가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포도’는 그리스도인들이 믿고 따르는 참된 포도나무이신 예수 그리스도와의 일치를 상징(요한 15,1-6)한다. 성찬전례에서의 포도주 역시 의미가 크다. 성체성사를 통해 새로운 계약을 맺기 위해 흘리시는 그리스도의 피에 대한 성사적 표시이면서, 그리스도의 사랑에 참여하고 그분 안에 머무르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미사 중 포도주에 물을 섞는 것은 인간과 예수 그리스도와의 일치 의미를 지닌다. 본래 그리스인이나 로마인이 포도주 농도를 낮게 하거나 맛이 더 나도록 한 것이 유래이지만, 이것이 전례에 도입되면서 깊은 상징적 뜻을 갖게 됐다. 카르타고의 성 치프리아노(?~258)는 “포도주는 그리스도의 피를, 물은 그리스도교 백성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에 따르면, “성찬례 거행에 쓰일 포도주는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루카 22,18 참조) 것으로, 다른 물질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천연 포도주여야 한다.”(322항) 아울러 포도주는 완전한 상태로 보존하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포도주가 시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323항 참조) 다른 열매나 곡물로 만든 술이 미사주가 될 수 없는 근거라 할 수 있다.

 

교황청 경신성사성은 2017년 7월 8일 「성찬례에 쓰는 빵과 포도주에 관하여 주교들에게 보내는 회람」을 발표하고 “성찬례에 쓰는 빵과 포도주는 품질을 감독하고 이런 재료들을 마련하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기울일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한국교회 경우 미사주는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감독 아래 롯데주류가 경북 경산공장에서 단독 생산한다. 순 국산포도만 사용해 만들며 ‘마주앙’ 상표에 한국천주교회가 인정한 ‘미사주’가 표시돼 있다.

 

[가톨릭신문, 2019년 6월 23일,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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