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전례] 전례 영성 – 혼인성사: 혼인성사, 부부 사랑과 결합된 파스카 신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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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9-08-17 | 조회수6,208 | 추천수0 | |
[전례 영성 – 혼인성사] 혼인성사, 부부 사랑과 결합된 파스카 신비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 주세요!
교회가 남녀 간의 사랑에 무슨 말을 할라치면 세상 사람들은 “결혼도 안 해 본 사람들이 남의 사랑과 혼인에 대해서 ‘감 놔라 배 놔라!’” 하고 말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사실 “성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혼인과 그 ‘신비’, 혼인의 제정과 하느님께서 부여하신 의미, 그 기원과 목적, 구원의 역사를 통한 혼인의 다양한 실현, 죄로 생긴 혼인의 어려움과, 그리스도와 교회의 새로운 계약을 통하여 ‘주님 안에서’(1코린 7,39) 이루어진 혼인의 새로운 의미에 대해 말하고 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602항).
창조 질서와 혼인
혼인 제도 자체와 부부 사랑은 어느 시대, 어느 문화에도 존재하지만, 그리스도인의 혼인은 단순히 인간적인 제도가 아니라 “신앙의 성사”(전례 헌장, 59항)가 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그리스도인의 혼인을 “창조주께서 제정하시고 당신의 법칙으로 안배”하셨고, 생명과 사랑의 내밀한 부부 공동체가 “인격적인 합의로 맺은 결코 철회할 수 없는 계약”(사목 헌장, 48항)이라고 정의하였다.
공의회의 결정에 따라 1969년에 발행되었고 1990년에 개정된 「혼인 예식」 제2표준판은 혼인성사의 중요성과 품위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 평생 공동 운명체를 이루는 혼인 서약의 효력은 창조에서 비롯되며, 혼인은 또한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더 높은 품위로 들어 높여져, 신약의 성사들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1항).
평생 공동 운명체
예식서가 처음부터 밝히듯이, 혼인은 창조에서 비롯된다. 혼인 거행은 창조 신비를 기억하는 행위이고, 혼인 예식 기도문들의 중심 주제도 창조 신비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 평생 공동 운명체를 이루는 혼인은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은 것이다(창세 1,26-31 참조). 하느님께서도 그 혼인을 축복하시며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창세 1,28) 하고 말씀하셨다. 혼인이란 이처럼 “그 본연의 성질상 부부의 선익과 자녀의 출산 및 교육을 지향하는 평생 공동 운명체를 이루는”(교회법 제1055조 1항) 것이다.
한편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일차적으로 혼인을 자녀 출산과 교육의 도구로 보던 전통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혼인의 강조점을 생명과 사랑의 친교에 둔다. 자녀의 출산과 교육을 “마치 정상에 이르러 월계관을 쓰는 것과 같다.”(「혼인 예식」, 3항)라는 말과 함께, 자녀를 “혼인의 가장 뛰어난 선물”(「혼인 예식」, 3항)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무엇보다 혼인의 핵심을 “정혼자들의 완전한 신의와 혼인 유대의 풀릴 수 없는 일치”(「혼인 예식」, 2항)에 둔다.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된다”(창세 2,24).
그리스도와 교회의 결합을 상징
신약 성경은 혼인을 ‘큰 신비’로 본다. 바오로 사도는 창세기 2장 24절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를 혼인으로 설명한다. “이는 큰 신비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리스도와 교회를 두고 이 말을 합니다”(에페 5,32). 그리스도인의 혼인은 부부 사이의 인간적 사랑이자 동시에 그리스도와 교회의 결합을 표현하는 상징이라는 뜻이다.
하느님께서 맺어 주시고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마태 19,6)이 된 남자와 여자는,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파스카 신비 안에서 교회와 맺으신 계약”(「혼인 예식」, 6항)을 자신들의 풀릴 수 없는 부부의 계약을 통해 더욱 명백하게 드러내고 더 쉽게 본받게 된다(「혼인 예식」, 5항 참조).
혼인 예식 끝에 사제는 혼인을 축복하며 주님께서 “부부의 인연을 숭고한 성사로 축성하시어, 이 혼인 계약으로 그리스도와 교회의 신비로운 성사를 미리 보여 주셨나이다.”(「혼인 예식」, 74항) 하고 기도를 바친다. 이렇게 해서 그리스도인 부부의 삶은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에 신비롭게 참여하는 특별한 부르심이 된다.
혼인성사의 은총
혼인성사로 결합된 그리스도인 부부는 “그리스도와 교회의 풍요로운 사랑과 일치의 신비를 드러내고 그 신비에 참여한다”(「혼인 예식」, 8항). 부부 생활을 하고 자녀를 낳고 기르며 서로에게 헌신하여 “신적인 동시에 인간적인 사랑으로 결합되어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몸과 마음으로 신의를 지켜”(「혼인 예식」, 9항)나아가는 것, 여기에 그리스도인 정혼자의 소명이 있다.
교회는 창조에서 시작된 남자와 여자의 자연적인 결합을 ‘하느님 사랑의 표지’로 여기고, “창조주께 영광을 드리고 그리스도 안에서 완덕으로 나아가는”(「혼인 예식」, 10항) 진정한 성소로 본다. 「혼인 예식」의 미사 감사송도 하느님 사랑의 표지인 혼인을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아버지께서는 인간을 자애로이 창조하시고 그 품위를 드높이시어 남자와 여자의 결합에서 주님의 진정한 사랑을 보여 주셨나이다. 또한 사랑으로 창조하신 인간을 끊임없이 사랑의 길로 이끄시어 아버지의 영원한 사랑에 참여하게 하시며 주님 사랑의 표지로 거룩한 혼인성사를 세우시어 인간의 사랑을 거룩하게 하시나이다.” (「혼인 예식」, 246항)
그리스도인의 혼인은 파스카 신비인 그리스도의 신비 한가운데에 위치해있다. 사실 그리스도인의 모든 생애가 그리스도와 결합된 신비적인 혼인 생활이다. 교회는 창세기에 나오는 남자와 여자의 결합을 묵상하면서, 그 결합이 그리스도의 큰 신비 속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보았다. “신앙의 성사인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인 부부의 “유효한 혼인은 언제나 성사가 되는 것이다”(「혼인 예식」, 7항).
그리스도인이 되는 세례는 인간 존재를 초자연적으로 바꾸고 그의 전 생애를 변화시킨다. 특별히 인간의 일상인 혼인까지도 변화시켜 그리스도의 파스카 희생을 기념하고 재현하는 현장이 되게 한다. 그러기에 그리스도인 부부는 혼인성사를 통하여 축성된다. “이 성사의 힘으로 혼인과 가정의 임무를 수행하며, 온 삶을 믿음과 바람과 사랑으로 채워 주는 그리스도 정신에 젖어 들어, 날로 더욱 자기완성과 상호 성화를 위하여, 또 그럼으로써 다 같이 영광을 위하여 나아간다”(사목 헌장, 48항).
* 최종근 파코미오 -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 입회하여 1999년 사제품을 받았다. 지금은 성베네딕도회 요셉 수도원 원장을 맡고 있다. 교황청립 성안셀모대학에서 전례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향잡지, 2019년 8월호, 최종근 파코미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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