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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하느님의 말씀 주일과 말씀과의 만남, 강론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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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1-19 조회수6,094 추천수0

[하느님의 말씀 주일 기획] 말씀과의 만남, ‘강론’이란


그리스도 신비 안에서 이뤄진 놀라운 일들을 선포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9일 바티칸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아침 미사 거행 중 강론을 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의교서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에서 우리를 ‘하느님의 말씀’으로 강력하게 초대한다. 특별히 교황은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만나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 ‘강론’이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 강론의 중요성과 의미에 대해서 알아본다.

 

 

강론의 중요성

 

어떤 이가 이런 농담을 했다.

 

“신부님, 강론 참 좋았습니다. 3분밖에 안 걸렸네요. 짧은 강론치고 안 좋은 강론이 있겠습니까?”

 

너무 긴 강론을 지루해하는 신자들의 악의 없는 농담이겠지만 진지한 반성도 필요하다.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사목자의 장황한 강론이나, 하느님의 말씀에 대해 조금의 지루함도 참지 못하는 신자들의 무성의함 모두를 드러내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이든, 신앙생활에 있어서 강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교황은 모든 이가 성경을 이해하도록 설명하고 도와주어야 하는 중대한 책임(자의교서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 5항)이 목자에게 있다며, 특히 여기에서 강론이 고유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교황은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도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 강론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왜냐하면 강론은 ‘거의 성사나 다름없는 특성’(142항)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강론은 ‘성령을 강렬하고 기쁘게 체험하는 일’이며 쇄신과 성장의 지속적인 원천이신 하느님 말씀, 위로하시는 하느님 말씀을 만나는 것(135항)이다. 그래서 실제로 강론은, 많은 신자들이 하느님 말씀의 아름다움을 접하고 자신의 일상생활을 이에 비추어 보는 유일한 기회다.(자의교서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 5항)

 

 

강론이란 무엇인가?

 

그러면 강론이란 무엇인가? 강론(homily)과 설교(sermon)는 어떻게 다른가? 「한국가톨릭대사전」은 강론을 “설교를 뜻하는 한국 천주교의 고유 용어”라며 설교와 거의 유사한 뜻으로 풀이한다. 「전례사전」은 “강론이라는 용어는 주로 미사 동안 설교하는 것을 가리키며 사제들과 부제들에게 유보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의 「새 가톨릭 백과사전」(New Catholic Encyclopedia) 제13권은 설교를 ‘교회 기능과 관련된 모든 훈화나 연설’로 정의해 설교를 더욱 포괄적인 의미를 지닌 용어로 설명한다. 교회법 767조는 1항에서 “강론은 설교의 여러 형식 중에서 탁월한 것으로 전례의 한 부분”이라고 규정했다.

 

이와 같은 설명들을 정리해 보면, 강론은 설교와 동의어로 섞어서 사용해도 크게 문제는 없지만, 구체적이고 엄밀한 의미에서 볼 때에는 전례의 거행을 배경으로, 전례의 한 부분으로 말씀을 해설하는 것은 강론이고, 그 외의 성경 해설, 신앙과 도덕, 전례에 대해서 전례 거행의 밖에서 이뤄지는 것은 설교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강론이 전례의 한 부분이기에, 미사 중 사제나 부제만이 복음을 낭독할 수 있듯이, 강론 역시 원칙적으로는 사제나 부제에게만 유보된다. 동시에 회중과 함께 거행하는 주일과 의무 축일의 모든 미사 중에는 강론을 생략할 수 없으며, 평일에도 강론을 하도록 권장된다.(교회법 767조 2항)

 

 

성찬의 전례를 지향하는 강론

 

교회의 전통 안에서, 강론을 전례 안에서 이뤄지는 그리스도교적 설교의 한 형태로 수립한 사람은 3세기 오리게네스로 알려져 있다. 이후 동서방 교회를 막론하고 전례 안에서 강론은 더욱 보편적이고 원숙한 경지로 발전돼 왔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전례 자체의 한 부분으로서,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를 이어주는 강론의 고유하고 중요한 직무를 재인식했다.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거룩한 공의회」(Sacrosanctum Concilium)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강론은 구원의 역사 곧 그리스도의 신비 안에서 이루어진 하느님의 놀라운 일들을 선포하는 것이다. 그 신비는 우리 가운데에 특히 전례 거행 안에 언제나 현존하고 또 작용한다.”(35항)

 

정리하면, 강론은 거행하고 있는 전례의 배경이나 그 전례문에서 출발하는 설교로서, 구원의 메시지 즉 파스카 신비와 삶의 도덕적 원칙들을 청중의 삶과 연결지어 가르침으로써, 그 다음에 이어지는 성찬례에 충만하게 참여하도록 준비시켜 준다. [가톨릭신문, 2020년 1월 19일, 박영호 기자]

 

 

[하느님의 말씀 주일 기획] 올해 처음 맞는 ‘하느님의 말씀 주일’

 

 

2020년 연중 제3주일인 1월 26일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하느님의 말씀 주일’을 연중 제3주일에 지내기로 선포하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하느님의 말씀 주일’이다. 하느님의 말씀 주일 제정에는 어떤 의미가 담겼을까.

 

교황은 지난해 성 예로니모 사제학자 기념일인 9월 30일 자의교서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를 발표, 교서를 통해 “하느님 백성에게 받아 온 수많은 요구에 응답하고자 한다”며 “연중 제3주일을 하느님 말씀의 거행과 성찰과 전파를 위해 봉헌하는 날로 선언한다”고 공포했다.

 

보편교회의 전례 안에서 특별히 성경을 기억하자는 가장 직접적인 요청은 2015년 가톨릭성서연합의 세계 각국의 대표들이 모인 정기총회를 통해 이뤄졌다. 2019년 대림 제1주일부터 2020년 9월 30일까지 ‘성경의 해’를 실시하자는 가톨릭성서연합의 건의는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하느님의 말씀 주일 선포로 이어졌다. 2020년은 예로니모 성인의 선종 1600주년이 되는 해로, 성인은 406년 성경을 대중(불가타) 라틴어로 번역한 대표적인 성서학자다.

 

총회에 참석한 전영준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장)는 “성경을 학문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해지면서 성경을 무미건조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늘었다”면서 “(가톨릭성서연합의 건의에는) 신자들이 성경을 묵상하며 영적 보화를 길어 올리길 바라는 뜻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교황의 뜻 역시 같은 맥락이다. 교황은 2016년 자비의 특별희년을 폐막하면서 발표한 교서 「자비와 비참」을 통해 “주일 가운데 하루”를 정해서 “그 주일을 온전히 하느님 말씀에 바쳐 주님과 주님의 백성이 나누는 끊임없는 대화에서 샘솟는 마르지 않는 부요를 이해하게 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교황은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를 통해 “믿는 이들은 전례 거행 중에도 또 개인 기도와 성찰 가운데에서도 주님의 말씀을 언제나 주의 깊게 경청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한국교회는 이미 1985년부터 해마다 연중시기의 마지막 주간을 성서주간으로 지정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만큼, 하느님의 말씀 주일에 특별한 행사를 진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총무 박기석 신부는 “하느님의 말씀 주일에 한국교회 차원의 특별한 움직임은 없겠지만, 교황님의 말씀처럼 특별히 복음 선포를 강조하고 강론에 충실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위원장 김종수 주교의 제35회 성서주일 담화를 인용해 “신자들이 하느님의 말씀 주일을 통해 말씀 안에서 주님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길” 당부했다. [가톨릭신문, 2020년 1월 19일,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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