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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전례 탐구 생활17: 피조물의 연약함에 내리는 은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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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7-20 조회수6,231 추천수0

전례 탐구 생활 (17) 피조물의 연약함에 내리는 은총

 

 

자비송은 참회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외침인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하느님의 도우심을 바라는 청원의 기도이기도 합니다. 4세기에 이미 신자들은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그리스말로 “키리에, 엘레이손”)라는 말로 전례 중에 바치는 청원 기도에 응답했습니다.

 

복음에는 자기네 삶에 필요한 치유와 도움을 구하려고 예수님께 다가와 자비를 구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옵니다. 눈이 먼 두 사람이 예수님을 찾아와 말합니다.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마태 9,27; 20,30-31). 눈먼 거지 바르티매오의 경우도 똑같습니다(마르 10,46-48; 루카 18,38-39). 열 명의 나병 환자 무리도 소리 높여 외칩니다. “예수님, 스승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루카 17,13).

 

복음의 인물들을 따라 우리도 주님께서 도와주시리라는 신뢰로 우리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자비송에 담아 주님께 맡겨드릴 수 있습니다. 육체의 질병이나 개인적 고민, 영적인 눈이 멀어버린 생활 인간적인 나약함, 빠져나오기 힘든 죄와 같은 것들이 주님의 자비를 소리쳐 부르게 합니다. 예수님께 도움을 청하러 온 눈먼 이나 절름발이처럼 우리도 혼자만의 아픔과 고민, 우리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영적이고 도덕적인 마비 증상을 걸머진 채로 미사에 옵니다. 우리는 예수님 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하고 외치며 위안과 힘을 얻었던 셀 수 없이 많은 상처 입은 영혼들과 하나가 됩니다.

 

복음은 또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서 예수님께 찾아와 자비를 구하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어느 어머니는 자기 딸을 위해 예수님께 매달립니다.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제 딸이 호되게 마귀가 들렸습니다”(마태 15,22). 어느 아버지는 아들 문제로 필사적으로 예수님을 찾습니다. “주님, 제 아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간질병에 걸려 몹시 고생하고 있습니다”(마태 17,15).

 

우리도 미사에서 자비송을 바칠 때마다 사랑하는 이들을 주님께 맡겨드릴 수 있습니다. 복음 속 어머니와 아버지처럼 우리는 말할 수 있습니다. “직장을 잃은 제 친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암 진단을 받은 제 이웃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냉담하는 우리 아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혼자 외로워하고 삶이 불행하다며 상실감에 젖어있는 제 딸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사실 자비송에 가만히 귀 기울여 보면, 모든 피조물의 몸속 저 깊은 곳에서 터져나와 하늘 높이 올라가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르짖음을 듣게 됩니다.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여성들, 착취당하고 학대받는 모든 아이들, 장애로 고통받는 이들과 갇힌 이들, 망명자들과 난민들, 병상에 누워있는 이들, 그리고 모든 상처입은 짐승들과 인간의 오물로 오염된 강과 바다, 인간의 탐욕으로 얼룩진 대지가 “주님!” 하고 외칩니다. 전례에서 우리는 신음하는 모든 피조물과 함께 기도하러 주님 앞에 나아가고, 하느님의 자비가 피조물의 모든 연약함에 은총의 비가 되어내리기를 기도합니다.

 

[2020년 7월 19일 연중 제16주일(농민 주일) 가톨릭제주 3면,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성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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