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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성모동산의 꽃과 풀들: 꽃으로 보는 성모님의 생활소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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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8-02 조회수6,661 추천수0

[성모동산의 꽃과 풀들] 꽃으로 보는 성모님의 생활소품들

 

 

미나리아재비, 성모님의 자물쇠 그리고 그릇

 

미나리아재비는 우리나라 전역의 산과 들, 특히 햇볕이 잘 들고 습기 있는 곳에서 흔하게 자라는 여러해살이 야생식물이다. 줄기는 50~70cm까지 곧게 자라고 전체에 흰털이 나며, 줄기의 윗부분에서 가지가 여러 개로 갈라진다. 그리고 5~6월에 줄기의 끝에서 작은 잔 모양의 노란색 꽃이 피고, 익어도 껍질이 갈라지지 않는 열매들이 덩어리를 이루며 모여 달린다. 이 식물은 독성이 있지만 생약으로도 사용되고, 연한 순은 식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미나리아재비는 그 종류가 400여 종에 이를 정도로 다양한데, 흔히 ‘미나리아재비’라고 할 때는 기는미나리아재비, 왜미나리아재비, 산미나리아재비 등 미나리아재비과 미나리아재비속의 여러 식물들을 통틀어 부르는 이름으로 알아들어도 무방할 것이다. 미나리아재비는 중국, 타이완, 일본에도 분포하고, 아시아 이외의 지역에도 분포한다.

 

북아메리카의 북서쪽 태평양 연안 일대에서는 미나리아재비가 ‘코요테의 눈’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지역에서 이런 이름으로 불리게 된 곡절을 말해주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코요테는 북아메리카에 서식하는 개과의 포유류 동물이다. 전설에 따르면, 옛날에 코요테 한 마리가 자기의 두 눈알을 빼내어서는 공기놀이 하듯이 공중으로 던졌다가 떨어지는 것을 잡곤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독수리가 날아와서는 그 눈알들을 낚아채어 갔고, 그리하여 앞을 볼 수 없게 된 코요테는 미나리아재비의 꽃을 따서 눈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북아메리카의 이야기와는 다르게, 그리스도인들은 미나리아재비를 보면서 그 생김새며 특성들에서 성모님과 연관되는 점들을 연상했다. 그러고는 성모님과 관련된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미나리아재비의 한 종류인 산미나리아재비는 ‘성모님의 자물쇠’(Our Lady’s Locks)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고, 또 다른 종류의 미나리아재비는 ‘성모님의 그릇’(Our Lady’s Bowl)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여기서 ‘그릇’은 주발이나 사발 또는 큰 잔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프리뮬러, 성모님의 열쇠

 

우리나라 산과 들의 물가나 풀밭의 습지 등 곳곳에서 널리 자라는 여러해살이풀 중에 그 어린 싹은 나물로 먹기도 하고 또한 꽃은 아름다워서 관상용으로 기르기도 하는 앵초가 있다. 앵초는 앵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잎과 줄기에 흰 털이 많이 나 있고, 7월이면 자홍색 꽃을 피우며, 익으면 갈라져 터지는 원추형의 열매를 맺는다.

 

우리나라에는 큰앵초, 설앵초, 좀설앵초 등 30여 종류의 앵초가 분포한다. 그리고 앵초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시베리아 동부에도 분포하고 또한 유럽에도 분포한다. 특히 일본에서는 앵초의 자생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기도 한다.

 

앵초는 이렇듯 세계 여러 지역에서 서식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식물을 부르는 이름이 다소 애매하다. 이를테면 같은 앵초과 식물임에도,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것에 대해서는 흔히 ‘앵초’라고 부르고, 주로 관상용으로 재배되는 외래종에 대해서는 서양의 속명(屬名)을 그대로 써서 ‘프리뮬러’(primula)라고 부른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앵초는 대개 자홍색 꽃을 피우는데, 서양의 프리뮬러 중에는 노란색 꽃을 피우는 종류도 있다. 노란색 꽃을 피우기에, 굳이 우리말로 옮기자면 ‘황산앵초’ 또는 ‘황화구륜초’라고도 불리는 이 식물은 유럽의 온대 지역과 서아시아에 주로 분포한다. 그런데 서양에서는 이 식물이 흔히 프리뮬러라는 속명 또는 학명보다는 카우슬립(cowslip)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카우슬립은 옛 영어에서 소의 배설물을 뜻하는 단어였다. 그러니까 이 식물이 목장에서 배출된 소의 분뇨가 널려 있는 곳에서 무리 지어 자라는 것을 본 사람들이 아마도 그런 이름을 붙였으리라고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식물은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렸는데, 그중에는 ‘베드로 풀’, ‘열쇠 꽃’, ‘천국의 열쇠’라는 이름들이 있다. 이 이름들과 관련해서 서양 사람들이 굳게 믿어 마지않는 전설이 하나 있다.

 

이 전설에 따르면, 예수님께로부터 천국의 열쇠를 받은, 그래서 천국의 문지기라고 일컬어지는 성 베드로가 하루는 좋지 않은 소문을 들었다. 자신이 지키는 천국의 정문을 거치지 않고 비밀의 문을 통하여 천국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더라는 것이었다. 몹시 화가 난 베드로는 그만 천국 문의 열쇠를 땅에 떨어뜨렸는데, 열쇠가 떨어진 자리에서는 이내 그 열쇠처럼 생긴 풀 한 포기가 돋아났다. 열쇠를 닮은 그 풀, 곧 프리뮬러와 거기에 달린 꽃송이들을 발견한 사람들은 그것들을 열쇠 삼아서 더욱 더 뒷문을 통하여 천국에 스리슬쩍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전설을 바탕으로, 그리스도인들은 프리뮬러를 성모님의 열쇠(Our Lady’s Keys)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 어차피 ‘성모님의 자물쇠’라는 이름의 식물이 있다면, ‘성모님의 열쇠’라는 이름의 식물도 있어야 했을 테니까.

 

 

디기탈리스, 성모님의 장갑

 

디기탈리스(Digitalis)는 질경이과의 쌍떡잎식물이며 두해살이풀 또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줄기는 1m 정도까지 곧게 자라고, 7~8월에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며 종 모양의 꽃을 피우는데, 꽃의 색은 빨간색, 분홍색, 주황색, 흰색 등 다양하다. 헝가리, 루마니아, 발칸 반도 등 유럽이 원산이며, 약용 또는 관상용으로 재배된다.

 

디기탈리스는 여우의 장갑(foxglove)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이 이름은 16세기에 독일의 식물학자 레온하르트 푹스(Leonhard Fuchs)에 의해 기록되었는데, 이 사람의 성씨인 푹스(Fuchs)가 영어로는 팍스(fox), 곧 ‘여우’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나중에 만들어진 설화는 여우가 먹이를 사냥할 때는 사냥감을 속이기 위해 앞발을 한 종류의 꽃으로 위장하여 가렸다고 말하는데, 이로써 어원적 기원은 더욱 모호해졌다.

 

한편, 디기탈리스라는 이름은 라틴어로 손가락을 뜻하는 디기투스(digitus)에서 유래했다. 그러니까 서양 사람들은 기름한 종처럼 생긴 디기탈리스의 꽃이 장갑에서 손가락을 감싸는 부분과 닮았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디기탈리스를 성모님의 장갑(Our Lady’s Gloves)이라고 일컫기에 이르렀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0년 8월호, 이석규 베드로(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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