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위령] 위령 성월 특집: 임종에서 안장까지 신앙적 의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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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0-11-01 | 조회수6,990 | 추천수0 | |
[위령성월 특집] 임종에서 안장까지 신앙적 의미 세상 순례 마치고 영원한 생명으로 옮아가는 ‘천상탄일’
가톨릭교회가 타 종교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요소 가운데 하나가 ‘죽음’이다. 가톨릭에서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한국가톨릭대사전」은 세상을 떠난 이를 하느님께 맡겨 드리는 장례미사에 대해 “이승에서 저승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는 파스카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그리스도교는 죽음은 삶의 폐막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로 옮아감이며 운명이 끝나는 날이 아니라 새로 태어나는 날이라고 가르친다”고 죽음에 대한 가톨릭적 이해를 명확히 규정한다. 이것은 임종에서 안장까지 이어지는 장례절차에 담긴 신앙적 의미를 올바로 이해하는 기준을 제시한다.
「상장 예식」과 「한국가톨릭대사전」, 「한국 천주교회 상장례 어제와 오늘」(박명진 지음/가톨릭출판사) 등을 종합해 장례절차에 담긴 신앙적 의미와 이를 올바로 수용하는 신자들의 자세를 살펴 본다.
가톨릭 장례 예식서 편찬 과정
현재 한국 천주교 공식 장례 예식서는 2003년 3월 10일 초판이 나온 「상장 예식」이다. 「상장 예식」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구현한 장례 예식서라는 의미를 지닌다.
한국 천주교 역사에서 장례가 가지는 중요성은 장례 예식서 발간 과정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한국교회가 처음으로 장례 예식서인 「텬쥬셩교례규」(천주성교예규)를 발간한 것은 1865년이다. 서울에서 1책 2권(상·하) 목판본으로 발간했다. 1865년은 한국교회가 간행한 대표적 기도서인 「텬쥬셩교공과」(천주성교공과)가 목판본으로 처음 발간된 1862년에서 불과 3년이 지난 시점이다. 이것은 한국교회에 상장 예식서 발행이 아주 절실하고 중요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박해시기였던 당시 유교와 불교, 무속 등이 뒤섞여 있는 조선의 상장 관습에서 상장 예식서 발간을 미룰 수 없어 성 다블뤼 주교는 성 황석두(루카) 등의 도움을 받아 적어도 1859년에는 「텬쥬셩교례규」 초고를 집필한 것으로 짐작된다. 「텬쥬셩교례규」가 발간됨으로써 한국 땅에서 천주교 예법에 의한 상장례가 공식 공포되고 시행됐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에는 「전례 헌장」 내용을 반영한 「장례 예식서」(1976년), 「성교예규」(「텬쥬셩교예규」 소폭 수정본) 등이 발간됐고, 「선종 봉사 예식서」(1986년), 「가톨릭 연도」(1992년) 등이 장례 예식서 기능을 맡다가 「상장 예식」이 공식 발간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 입관 후 바치는 기도는 이스라엘 백성이 체험한 사건들을 보며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어떻게 인도하셨는지 신앙 안에서 재현한다는 의미가 있다. 사진은 8월 22일 봉헌된 고(故) 강성남 여사 장례미사. 고인은 평생 마련한 25억 원 상당 부동산을 지난 2000년 가톨릭대학교에 기부했다. 가톨릭대 홍보팀 제공.
장례 각 절차에 담긴 신앙적 의미와 신자들의 자세
▲ 임종과 운명
임종(臨終)은 운명하기까지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이다. 「상장 예식」은 임종 시간이 긴 경우와 짧은 경우를 가정해 상황에 따라 적절히 선택할 수 있도록 두 가지 양식을 싣고 있다. 임종하는 이는 사랑하는 이들을 남겨 두고 홀로 이 세상을 떠나 주님께 돌아가야 한다. 가족과 친지를 비롯한 신앙공동체는 임종하는 이가 인간적인 두려움과 불안 때문에 그동안 간직했던 믿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기도하고, 주님의 무한한 사랑과 용서에 대한 굳은 희망으로 임종자를 인도해야 한다.
임종 예식 중이라도 환자가 운명하면 바로 운명 예식을 거행해야 한다. 죽음이 확인되면 곧바로 고인을 주님께 맡기며 주례자와 그 자리에 함께한 모든 이가 교송으로 자비송을 바치고 세상을 떠난 이가 주님의 천사들의 영접을 받아 하느님을 뵙게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을 노래로 표현한다.
- 2019년 11월 9일 수원교구 제1대리구 조원동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된 교구 연령회연합회 합동위령미사에 앞서 신자들이 연도를 바치고 있다. 연도를 바치는 이들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새 희망 속에서 죽을 때까지 주님을 찬미하겠다고 맹세하게 된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위령기도(연도)
위령기도(연도)는 가톨릭 장례 절차의 핵심을 이루는 부분이다. 위령기도로 바치는 시편에는 극심한 고통을 견딜 수 없어 몸부림치면서도, 인간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괴로움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은 오직 주님의 성전뿐이라는 믿음이 드러난다. 이 기도를 통해 남은 이들은 굳은 믿음으로 평온하고 자신 있게 살아갈 힘을 얻고 그 힘은 하느님으로부터만 받을 수 있으므로 진정한 용기와 확신 역시 그분에게서 생겨난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다. 위령기도를 바친 이들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구원에 대한 새 희망 속에서 죽을 때까지 주님을 찬미하겠다고 맹세하게 된다.
▲ 염습과 입관
염습과 입관은 종교 예식으로 엄수하는 것과 함께 위생·의학적, 법적이고 행정적인 절차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따라서 죽음을 분명히 확인하기 위해 염습과 입관은 운명 후 24시간이 지나고 나서 거행하도록 권고한다.
염습 모든 과정에서 고인의 알몸이 드러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시신을 깨끗이 씻기고 나면 관례에 따라 바로 수의를 입힌다. 염습이 끝나면 시신을 관에 넣고(입관) 가족들은 촛불을 켜고 모든 이가 시편 기도를 바친다.
입관 후 바치는 기도는 이스라엘 백성이 자기 역사에서 체험한 위대한 사건들을 보며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어떻게 인도하셨는지 신앙 안에서 생생하게 재현한다는 의미가 있다. 괴롭고 아픈 삶이 지속되던 이승의 삶을 지나 비로소 완전히 구원되는 천상 세계로 넘어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스도인에게는 죽음으로 이 세상 순례 길을 마치고 영원한 생명으로 들어가는 희망적이고 기쁜 순간이기도 하다.
- 지난 9월 5일 안성추모공원 내 성직자 묘역에서 문희종 주교 주례로 고(故) 이호권 신부 무덤 축복식 및 하관 예식이 거행되고 있다. 하관 예식을 통해 고통 중에서도 하느님 은총이 넘치는 나라를 기도하고 희망할 수 있다. 수원교구 홍보국 제공.
▲ 장례(출관, 장례미사, 운구와 하관)
전통적으로 가톨릭 장례는 출관-장례미사-운구와 하관 순으로 이뤄진다. 가톨릭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까지 화장(火葬)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전례헌장」에 따라 교회 여러 문헌에서 화장을 허용하는 규정을 명문화했다.
고인의 가족들은 출관 시에 시편 기도를 바치면서 착한 목자로 비유되는 하느님께서 단 한 시도 당신 양떼를 향한 눈길을 거두지 않고 돌보아 주시니 양들은 그 어떤 걱정도 할 필요가 없음을 묵상할 수 있다. 한평생 주님의 집에서 살겠다고 다짐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장례미사는 시작 예식,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 고별식 등으로 구성된다. 고별식은 가톨릭 장례에서 특징적인 부분으로서 ‘장례 예식 집전의 백미’라고도 불린다.(이완희 신부 「Dies Natalis(천상탄일)의 전례를 위하여」 참조) 고별식 안에서 교회 공동체는 공동체 일원이었던 망자가 땅에 묻히기 전에 그의 육신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망자처럼 이 세상에서 순례를 하다가 죽고 마침내 부활할 것이며, 그리스도와 참된 신앙 안에서 모든 신자들은 하나가 될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장례미사 후 운구와 하관을 하며 유가족들은 극심한 고통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 고통을 통해 하느님께서 섭리하시는 나라, 그분의 은총이 넘치는 나라는 그 누구도 흔들 수 없는 굳세고 튼튼한 나라이기에 주님의 나라에서 영원히 살아갈 우리에게는 아무 걱정이 없음을 기도해야 한다.
[가톨릭신문, 2020년 11월 1일, 박지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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